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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보루' 항생제, 국민 72%의 오해와 의사 20% 처방으로 무너진다

 국내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조용한 팬데믹'으로 불리는 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하루 항생제 사용량은 인구 1000명당 31.8개로, OECD 회원국 평균(19.5개)을 1.6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이는 튀르키예(41.1개)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시 감소했던 사용량이 방역 해제 이후 다시 급증세로 돌아선 것은 국내 항생제 오남용의 고질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항생제 만능주의'가 잘못된 의학 지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약물로,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러나 질병청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72%)이 "항생제가 감기에 도움이 된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국민의 잘못된 인식은 의료 현장의 과잉 처방으로 이어진다. 의사 10명 중 2명(20.8%)은 항생제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처방을 하고 있으며, 그 주된 이유로 '환자 요구(30.4%)'와 '상태 악화 우려(24%)'를 꼽았다. 환자가 항생제를 요구하거나, 의사가 환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불필요한 처방을 남발하는 악순환이 항생제 내성을 키우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는 더욱 치명적이다. 고령층은 면역력이 취약해 감염병에 쉽게 노출되며, 오랜 기간 항생제에 노출되면서 내성균에 감염될 가능성도 높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고령층의 생명은 심각한 위협에 처하게 된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한국에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2030년 한 해에만 3만 2300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의료 문제가 아닌, 대규모 인명 피해를 예고하는 국가적 위기로 인식해야 함을 시사한다. 신나리 질병청 항생제내성관리과 과장은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균의 위협은 비례한다"며 사용량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와 의사 모두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한다. 문송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의사에게 항생제를 요구하거나 처방받은 항생제를 임의로 중단하는 행위는 잘못된 사용법"이라며, 항생제를 신중하게 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 치료에 필수적인 '마지막 보루'다. 이 보루가 무너지기 전에,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멈추고 올바른 처방 및 복용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슈퍼 박테리아'의 공포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트럼프, '관세 5%' 서류에 전격 서명…"멕시코, 물값 제대로 치러라"

 미국과 멕시코 간의 해묵은 '물 분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인해 일촉즉발의 무역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멕시코가 물 공유 협정을 위반하여 미국 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즉각적인 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멕시코산 수입품에 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을 승인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국경을 맞댄 양국 간의 외교적 마찰을 넘어, 경제적 압박 카드를 동원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지난 5년간의 협정 이행 과정에서 미국에 갚아야 할 물의 양이 80만 에이커풋(acre-foot, 약 9억 8천만 톤)을 넘는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당장 이달 31일까지 20만 에이커풋의 물을 방류하고, 나머지 부족분도 조속히 공급해야 한다는 최후통첩성 요구를 내걸었다. 그는 "현재 멕시코는 우리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이 매우 필요한 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우리 위대한 미국 농민들에게 매우 불공정한 처사"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사실상 멕시코의 미온적인 태도가 자신의 '관세 카드'를 꺼내 들게 만들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양국 간 물 분쟁의 근원은 무려 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과 멕시코는 1944년, 양국의 국경을 따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과 콜로라도강의 수자원을 공유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은 매년 150만 에이커풋의 물을 멕시코에 제공하고, 반대로 멕시코는 5년 주기로 총 175만 에이커풋의 물을 미국에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5년 주기의 마지막 해인 올해, 멕시코는 약속된 물 공급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실제로 지난 7월 기준으로 멕시코가 미국에 제공한 물의 양은 73만 에이커풋에 그쳐, 약정된 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다.멕시코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과 같은 기후 변화, 인구 증가로 인한 물 수요 급증, 그리고 낡고 비효율적인 수자원 관리 시설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그 결과로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국 텍사스주의 농가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더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외교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정 준수를 촉구해왔음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결국 '관세'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멕시코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