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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는 적자, 해외서는 돈방석... CGV의 이중적 경영 실체

 CJ CGV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10일 영화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달 근속 7년 이상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이로 인해 약 8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희망퇴직은 2021년 2월 이후 약 4년 만에 이루어진 인력 구조조정으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의 경영난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들에게는 근속 연수에 따라 월 기본급의 100% 이상에 해당하는 위로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기 근속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퇴직 후 재취업 과정에서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이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국내 영화 산업 전반의 위기를 반영하는 신호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GV 관계자는 "국내 극장가가 어려워진 데 따라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GV는 지난해 하반기 흥행작의 부재로 인해 국내 영화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국내 사업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 CGV의 국내 극장 사업 매출액은 7,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억원(1.9%)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국내 사업의 부진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소비자들의 영화 관람 패턴과 OTT 플랫폼의 급성장, 그리고 콘텐츠 다양성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의 국내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전통적인 극장 관람 문화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티켓 가격 인상,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도 관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CGV의 해외 사업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영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CGV의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증가세를 기록했다. 2023년 CGV의 전체 매출액은 1조 9,579억원으로 전년 대비 4,121억원(26.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7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억원(54.6%) 늘어나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이러한 해외 사업의 호조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과 함께 영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CGV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CGV는 국내 시장의 부진을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로 상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CGV의 이번 희망퇴직이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넘어 중장기적인 사업 구조 재편의 일환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이 좋은 해외 사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재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기존의 영화 상영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영화계에서는 CGV의 희망퇴직이 국내 영화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극장 체인의 경영 악화는 영화 제작과 투자, 배급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규모의 영화나 독립영화의 경우 상영 기회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영화 다양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CGV의 이번 희망퇴직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미디어 소비 환경 속에서 전통적인 영화 상영 산업이 직면한 도전과 과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CGV를 비롯한 국내 극장 체인들이 어떻게 사업 모델을 혁신하고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극장으로 돌릴 수 있을지 영화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장 승진은 단 1명, 대신 하버드 석학 수혈…이재용의 '기술 삼성' 승부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후 처음으로 단행한 정기 사장단 인사는 '안정 속 기술 혁신'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드러냈다. 전 세계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아, 승진 인사를 최소화하며 조직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한편, 외부 기술 인재를 파격적으로 영입해 '기술 초격차'의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선명하게 읽힌다. 이번 인사는 향후 이어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의 서막으로, 삼성전자가 AI 시대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지에 대한 전략적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이번 인사의 핵심은 양대 축인 반도체(DS)와 스마트폰·가전(DX) 부문 수장들의 유임과 역할 강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과 DX 부문을 이끄는 노태문 사장에게 각각 핵심 사업부장인 메모리사업부장과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을 계속 겸직하도록 했다. 이는 극심한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검증된 리더십을 중심으로 조직을 안정시키고,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부진을 씻고 실적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신임을 얻었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 진입을 앞둔 시점에서 그의 리더십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준 셈이다.안정 기조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변화의 의지는 외부 인재 영입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하버드대학교 화학과 교수인 박홍근 사장을 삼성의 미래 기술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1967년생인 박 사장은 서울대 화학과 수석 입학 및 전체 수석 졸업, 스탠퍼드대 박사 학위 취득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을 외치며 기술 확보를 생존의 문제로 여겨 온 이재용 회장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파격적인 인사다. 선행 기술 연구의 심장부에 외부의 수재를 앉혀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인 윤장현 사장 역시 기술 전문가로서,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라는 중책을 맡았다. 오랜 기간 무선사업부에서 경력을 쌓은 윤 사장의 발탁은 전통적인 주력 사업인 모바일, TV, 가전 등에 AI와 로봇 기술을 본격적으로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사장단 인사가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마무리됐지만, '2인자'로 불리던 정현호 부회장이 물러나고 사업지원실이 신설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향후 이어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본격적인 세대교체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삼성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