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천상의 목소리 조수미, 에메랄드빛 훈장에 담긴 감동 스토리

 소프라노 조수미가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를 수여받으며 세계 무대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내년 데뷔 40주년을 맞는 그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상의 영예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 훈장은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중에서도 최상위로, 한국인 수상자는 조수미가 세 번째다. 이전에는 최정옥 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과 정명훈 지휘자가 이 영예를 안았다.

 

조수미는 “프랑스에서 최고의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는 것은 음악가로서 큰 영광”이라며 “처음 수상 소식을 듣고 믿기 어려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특히 내년이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는 해라며 “외교 사절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명훈 지휘자에 대해선 “세계적인 지휘자로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1983년 이탈리아 유학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서 활약해온 조수미는 데뷔 40년에 이르는 긴 여정을 돌아보며 “이 길은 혼자의 것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1980년대 초반, 한국의 위상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시절에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공항에서 남한인지 북한인지 확인해야 할 정도였고, 당시 상황이 너무 어려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런 경험이 오히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은 적이 없음을 강조했다. “대한민국과의 관계가 이렇게 단단한 이유는 그 시절의 고난과 어려움을 겪으며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그는 프랑스에서 첫 회를 개최한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와 관련해 한국 무대에서의 특별한 공연도 예고했다. 오는 6월 21일과 22일 성남아트센터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 무대에는 중국 출신 바리톤 지하오 리, 루마니아 출신 테너 조르주 비르반, 한국의 테너 이기업, 프랑스 소프라노 줄리엣 타키노 등 다양한 국적의 차세대 성악가들이 조수미와 함께 공연한다.

 

그는 이 콩쿠르가 단순한 노래 경연 대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래 실력은 기본이며, 세계를 음악으로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준비된 스타를 찾는 대회”라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 콩쿠르는 입상 이후 관심이 끊기지만, 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지속적으로 무대 기회를 제공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국제 무대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자신의 이름을 건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며, 새 앨범 발매도 준비 중이다. 판소리, K-팝,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 음악 축제가 될 예정이다. 조수미는 “클래식만 공부했지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며 “내가 받은 사랑을 음악으로 돌려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조수미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주인공으로 유럽 무대에 데뷔한 이후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을 맡아왔다. ‘지휘 전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그녀를 ‘신이 내린 목소리’라 극찬했으며, 1993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성악계 최고 영예인 ‘황금 기러기상’을 받았다. 2008년에는 비(非)이탈리아인 최초로 ‘국제 푸치니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친선훈장과 기사 작위, 2021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수십 년간 쉼 없이 달려온 원동력에 대해 조수미는 “싱글이라 일 외에는 할 게 없다”며 유쾌하게 말했다. “호텔에 도착하면 외로움과 고독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이메일을 확인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바빠서 외로울 틈이 없다. 에너지가 넘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재미가 있으면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할 계획이라며 팬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이번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코망되르 수상은 조수미의 예술적 성취와 한국 음악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40년에 가까운 음악 인생과 국제적 명성, 그리고 차세대 양성을 위한 노력까지 더해져 조수미는 단순한 소프라노를 넘어 한국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폭염 속 '실외기 화마' 습격…부산서 열흘 새 6건 발생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가마솥더위에 에어컨 가동량이 폭증하면서 부산 도심 곳곳이 실외기 화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불과 열흘 사이에 에어컨 관련 화재가 6건이나 잇따라 발생하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심야 시간대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수십 명의 주민이 잠을 자다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는 등 냉방기기 안전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부산소방재난본부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올해 8월 초반 10일간 발생한 에어컨 화재 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5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말까지 누적된 수치 역시 최근 3년 평균치를 40% 이상 웃돌며 역대 최고 수준의 위험도를 기록 중이다. 폭염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에어컨과 실외기 등 전기 설비가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최근 발생한 화재 사례를 분석해 보면 발화 지점의 절반 이상이 실외기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 8일 밤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실외기에서 시작된 불길이 번지며 주민 5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튿날 금정구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실외기 화재가 접수되는 등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공동주택 거주자들의 주의가 절실하다.소방 전문가들은 실외기실 내부에 쌓아둔 잡동사니가 화재의 규모를 키우는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좁은 실외기실에 종이상자나 헌 옷, 비닐 등 가연성 물질을 보관할 경우 실외기에서 발생하는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과열을 부추기게 된다. 여기에 작은 전기적 불꽃이 튀면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어 실외기 주변 공간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전기 사용 방식의 부주의도 주요 화재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력 소모가 극심한 에어컨을 일반 멀티탭에 여러 기기와 함께 연결하는 '문어발식 사용'은 과부하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노후한 전선이나 플러그의 훼손 상태를 방치한 채 장시간 냉방기를 가동하는 행위 역시 언제든 화마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부산소방본부는 폭염 기간 중 에어컨 사용 시 주기적인 점검과 청소를 당부하며 이상 징후 포착 시 즉각적인 가동 중단을 강조했다. 실외기에서 평소와 다른 소음이나 진동이 느껴지거나 타는 냄새가 날 경우 전문 업체의 점검을 받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책이다. 소방당국은 지자체와 협력해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외기실 안전 점검 캠페인을 강화하고 화재 예방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