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예쁘면 용서? 2명 숨지게 한 '모텔 살인녀'에 생긴 1만 팬덤

 20대 남성 두 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22세 김 모 씨의 SNS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살인 피의자를 향한 기이한 팬덤 현상이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외모지상주의와 윤리 의식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경찰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김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사건이 알려지기 전 265명에서 불과 열흘 만에 1만 명에 육박했다. 40배 가까운 폭증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댓글창의 분위기다. 피해자들에 대한 애도나 범죄에 대한 분노 대신 "예쁘니까 봐주자", "얼굴 보니 무죄가 확실하다", "감형 청원이라도 해야 한다" 등 범죄의 중대성을 망각한 외모 찬양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하이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의 일종으로 분석한다. 이는 살인마나 흉악범 등 범죄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거나 동조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과거 연쇄살인범 강호순이나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때도 팬카페가 개설되는 등 유사한 사례가 있었으나, 이번 사건은 SNS의 파급력과 결합해 그 확산 속도가 전례 없이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김 씨의 엽기적인 온라인 행적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두 번째 피해자가 사망한 당일에도 침대에 누워 찍은 '셀카'를 올리며 '#맞팔', '#소통', '#DM환영'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 없이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며 일상적인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심지어 범행 이후 프로야구 퓨처스리그에서 '고양 강동원'으로 불리는 유명 선수의 계정을 찾아 팔로우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선수가 김 씨를 맞팔로우한 것은 아니지만, 김 씨가 범죄 이후에도 외모가 뛰어난 남성들에게 접근하려 했거나 새로운 범행 대상을 물색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김 씨가 서울 강북구 모텔 일대에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음료에 타 남성 2명에게 먹이고 사망케 한 점, 범행 후 태연하게 SNS 활동을 한 점 등을 미루어 사이코패스 성향이 짙다고 보고 있다. 현재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후반에 나올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외모에 현혹되어 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피해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2차 가해"라며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김 씨와 연락한 남성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잔혹한 범죄마저 '외모'라는 필터로 미화되는 현실,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무분별한 '클릭질'에 대한 사회적 자성이 시급하다.

 

유키마사 이다, 한국 첫 개인전 개최…기억과 순간을 캔버스에 담다

차세대 일본 회화 작가로 주목받는 유키마사 이다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울과 대구의 우손갤러리,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기 다른 작품과 주제를 선보이며 작가의 회화 세계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1990년 일본 돗토리현에서 태어난 유키마사 이다는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유화를 전공했다. 2016년 CAF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데 이어 2018년에는 포브스 재팬이 선정한 30세 이하 30인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2023년에는 요나고시미술관과 교토 교세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젊은 작가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를 이어왔다.이번 전시는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른 작품군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우손갤러리 대구에서는 대형 인물화와 풍경화, 새롭게 시작한 '반 고흐' 시리즈 등을 만날 수 있다. 서울에서는 10년 넘게 이어온 '엔드 오브 투데이(End of Today)'를 중심으로 작가의 사적인 기억과 일상을 담은 작업을 소개한다. 경주 오아르미술관에서는 피카소의 '게르니카' 등 기존 명작을 재해석한 작품과 경주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제작한 신작을 공개한다.특히 대구 전시에서 선보이는 '반 고흐' 시리즈는 실제 고흐의 초상을 재현하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작가는 고흐를 떠올릴 때 그의 얼굴보다 해바라기와 밀밭, 자화상 등 작품의 이미지가 먼저 기억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고흐의 얼굴과 대표적인 회화 이미지를 화면에 함께 녹여내고 두터운 물감과 거친 붓질을 활용해 자신만의 고흐를 표현했다.작가에게 인물은 오랫동안 중요한 소재였다. 가족과 친구, 자신에게 영향을 준 멘토 등이 작품에 등장하지만, 단순히 특정 인물을 기록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인물을 통해 시간이 지나며 흐릿해지는 기억과 존재의 흔적을 회화에 남기고자 한다. 때문에 화면 속 인물은 선명한 얼굴 대신 흐릿하거나 뒤틀린 형태로 표현된다.풍경화에서도 이러한 관심은 이어진다. 최근 영국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고흐가 생애 마지막 시기를 보낸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머물며 같은 장소를 시간대별로 관찰하고 그림으로 옮겼다. 빛과 날씨가 계속 달라지는 과정에서 눈앞의 풍경과 작가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이러한 작업은 의도하지 않은 이미지와 우연한 변화까지 회화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무의식'과 '무작위'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일본의 표현인 '이치고이치에(一期一会)'다. 이는 평생 단 한 번뿐일 수 있는 만남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작가는 젊은 시절 묘비 제작과 장례 관련 일을 경험하고 인도 여행을 통해 죽음과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면서 하루하루의 순간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이러한 철학은 매일 하루를 돌아보고 그날의 감정과 기억을 그림으로 남기는 '엔드 오브 투데이' 프로젝트에도 이어진다. 10년 이상 지속된 이 작업은 작가 개인의 일기이자 시간이 쌓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유키마사 이다의 이번 전시는 기억과 현실, 우연과 의식 사이에서 회화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우손갤러리 서울·대구 전시는 10월 31일까지, 경주 오아르미술관 전시는 내년 3월 14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