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서울 초등생들 대이동 시작.."대치동 버리고 시골간다"

서울의 삭막한 빌딩 숲과 숨 막히는 학원가를 벗어나 푸른 들판과 흙내음 가득한 농촌으로 떠나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6학년도 1학기 농촌유학에 참여할 예정인 서울 지역 학생이 총 540명으로 집계되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참여했던 376명과 비교했을 때 무려 43% 이상 껑충 뛰어오른 수치로, 농촌유학이 이제는 서울 학부모들 사이에서 확실한 대안 교육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농촌유학은 서울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일정 기간 농촌 지역 학교로 전학해 현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연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시골 환경을 구경하는 수준을 넘어 생태 감수성을 키우고 지역 공동체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는 배움의 장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에 익숙해진 도시 아이들에게 흙을 만지고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는 경험은 정서적 안정과 더불어 창의적인 성장을 돕는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올해 농촌유학의 가장 큰 변화는 운영 지역의 확대다. 기존에 협력해 온 강원도와 전라남도, 전라북도, 제주도에 이어 올해부터는 인천광역시가 새롭게 합류했다. 이로써 서울 학생들은 총 5개 시·도 중 본인이 원하는 지역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특히 인천의 경우 지리적으로 서울과 비교적 가까워 농촌 생활을 희망하면서도 심리적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부모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참여 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농촌유학의 실질적인 만족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이번 학기 전체 참여자 540명 중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신규 참여자는 205명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나머지 335명이 기존에 농촌유학을 경험하고 기간을 늘린 연장 참여자라는 점이다. 연간 평균 연장률이 약 70%에 달한다는 사실은 한 번 농촌 생활의 매력에 빠진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도시 복귀를 미루고 자연 속에서의 배움을 이어가길 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거주 형태에서도 흥미로운 지표가 나타났다. 참여 유형 중 부모나 가족 중 일부가 함께 농촌으로 이주해 생활하는 가족체류형이 전체의 9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아이만 보내는 불안감 대신 온 가족이 함께 새로운 환경에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농가에서 기거하며 현지 가족과 생활하는 홈스테이형이나 지역 교육센터에서 머무는 유학센터형은 6%에 그쳤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현장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제도적인 지원도 대폭 강화했다. 우선 교육과정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현장의 지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기존 6개월 단위였던 지원 기간을 1년 단위로 확대했다. 아이들이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깊이 있는 생태 학습을 이어가기에 한 학기는 너무 짧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장기적인 교육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시교육청은 농촌유학의 문턱을 더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단기 체험형 프로그램에 서울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물꼬를 텄으며, 앞으로 다른 지자체와 협력해 주말이나 방학을 활용한 단기 체험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홍보할 계획이다. 장기 유학이 부담스러운 가정에도 자연을 접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농촌유학에 대해 도시와 농촌을 잇는 배움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육감은 학생들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를 배움터로 삼아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며, 앞으로 농촌유학이 학생 개인의 성장은 물론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 사회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의 교육 모델로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농촌유학은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처한 지역 소규모 학교들에는 단비와 같은 존재다. 서울 아이들이 유입되면서 학교 운영이 활성화되고, 젊은 학부모들이 지역에 거주하며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시 아이들은 정서적 풍요를 얻고 농촌 학교는 존재의 이유를 지키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SNS상에서도 농촌유학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인스타그램과 맘카페 등에는 농촌유학 중인 아이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과 후기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관심을 끌고 있다. "학원 뺑뺑이 대신 개울가에서 가재 잡는 아이 표정이 너무 밝아졌다"라거나 "가족 모두가 힐링하는 시간"이라는 긍정적인 후기들이 공유되며 신청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삭막한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생태적 감성을 회복하려는 서울 학생들의 농촌 행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APEC 정상들이 봤던 '그 그림', 대구에 직접 걸렸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주목받는 시대, 전통 예술이 현대적 감각과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대구 대덕문화전당에서 막을 올린 '마에스트로' 전은 민화와 현대서예라는 각자의 길을 걸어온 두 거장의 예술 세계를 통해 우리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다.전시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하당 권정순 작가는 30여 년간 민화의 길을 걸어온 장인이다. 최근 리움미술관, 갤러리현대 등 주요 미술 기관에서 민화를 재조명하는 흐름 속에서, 그의 작업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민화가 과거의 유물이 아닌, 한국인의 염원과 미의식이 담긴 '현재진행형 예술'임을 강조하며, 시대와 호흡하는 예술의 가치를 역설한다.이번 전시에서 그는 경복궁 교태전의 벽화를 옮긴 화조도 병풍과 지난해 APEC 정상회의 VIP 라운지에 걸렸던 화접도 등 주요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 속 나비, 새, 모란 등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부부 금슬, 장수, 부귀영화 등 좋은 기운을 담은 상징으로서 관람객에게 길상의 의미를 전달한다.또 다른 주인공인 초람 박세호 작가는 서예의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실험을 선보인다. 그는 전시장에 새로 마련된 '블랙큐브' 공간을 AI와 비디오 아트, 도자 작품으로 채우며 서예가 붓과 종이에만 갇히지 않는 입체적인 예술임을 증명한다. 정적인 서예의 제작 과정을 동적인 영상으로 풀어내며 장르의 확장을 꾀한다.그의 작품 세계의 근간은 먹의 농담을 필압과 속도로만 조절하는 '초묵법'이지만, 재료의 사용은 경계가 없다. 먹물과 기름을 섞거나 유화 스틱을 사용하는 등 동서양 재료의 결합을 통해 한지 위에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한다. 이는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반영한다.결국 '마에스트로' 전은 전통의 계승과 창조적 파괴라는 두 방향성이 어떻게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는지를 보여준다. 권정순의 깊이 있는 민화와 박세호의 역동적인 서예는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우리 예술의 뿌리가 얼마나 더 넓고 다채롭게 뻗어 나갈 수 있는지를 증명하며 관람객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