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尹 훈장' 싫다던 교장, 3년 만에 이재명 정부서 꿈 이뤄

정치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훈장을 거부했던 한 전직 교육자가 3년 만에 다시 훈장을 손에 쥐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는 그가 그토록 원했던 인물의 이름이 새겨진 훈장증이다. 길준용 전 서산 부석중학교 교장이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수여하려 했던 훈장을 단호히 거절한 뒤, 최근 이재명 대통령 명의로 된 근정훈장을 다시 수여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길 전 교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충남교육청에서 훈장을 전수받은 사실을 직접 알렸다. 그는 3년 전 정년퇴직을 맞이하며 거부했던 근정훈장을 오늘에서야 받게 되었다며 훈장과 훈장증이 담긴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사진 속 훈장증에는 3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길 전 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대신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훈장증을 받아 드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감격스러운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자신의 훈장 거부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집권 후 다시 수여받을 수 있도록 추진해 준 이재명 대통령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덧붙이며 현 정부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국가 훈장이 정권의 변화에 따라 수여 대상자의 의지에 의해 거부되고 다시 수여되는 과정 자체가 한국 현대사에서 극히 드문 사례인 만큼 대중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길 전 교장의 훈장 거부 역사는 지난 202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던 그는 교육자로서 33년 이상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녹조근정훈장 수여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녹조근정훈장은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무원과 교원에게 주어지는 매우 명예로운 상이다. 하지만 길 전 교장은 정부에 제출한 포기 이유서에 훈장증에 들어갈 세 사람의 이름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파격적인 문구를 적어 제출했다.

 


당시 그가 거부했던 훈장증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길 전 교장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자신의 결단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임기 초반의 여러 국정 운영 방식을 보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정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그런 대통령의 이름이 박힌 훈장을 받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너무나 창피한 일이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길 전 교장이 새로 받은 훈장증에는 그가 원하던 이름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재명 대통령을 필두로 김민석 국무총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직인이 찍혔다. 교육공무원이 33년 이상 무결점으로 근무했을 때 주어지는 이 근정훈장은 재직 기간과 공적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길 전 교장이 받은 녹조근정훈장은 교육계에서도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는 등급이다.

 

이번 훈장 재수여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위해 명예까지 포기했던 강단 있는 교육자의 승리라며 박수를 보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국가의 훈장을 정파적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훈장은 국가가 주는 것이지 특정 개인이나 정권이 주는 것이 아닌데, 대통령의 이름에 따라 받고 안 받고를 결정하는 것이 교육자로서 올바른 태도냐는 지적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공직 사회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훈장을 거부하고 재수여를 기다리는 공무원들이 늘어날 경우 국가 훈장의 권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정권으로부터 주는 상을 거부할 자유도 민주주의 국가의 권리라며 길 전 교장의 행동을 옹호하고 있다.

 


길 전 교장은 서산 부석중학교에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오랜 시간 지역 교육 발전을 위해 힘써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퇴직 시점의 훈장 거부 사건으로 인해 교육자로서의 삶보다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측면이 있다. 이번 재수여로 인해 3년에 걸친 훈장 잔혹사는 일단락되었지만,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진영 논리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풍향계에 따라 훈장의 주인이 바뀌는 듯한 이번 풍경은 현시대의 갈등 양상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길 전 교장은 훈장 수여를 추진해 준 현 정부에 거듭 감사를 표하며 지지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가 부여하는 최고의 영예가 개인의 신념과 충돌했을 때 벌어지는 이 기묘한 드라마의 결말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훈장증으로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훈장 수령 소식을 넘어 국가 훈장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고 국가는 영원하다는 격언 속에서 훈장에 새겨진 이름 석 자가 가지는 무게감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3년 만에 바뀐 훈장증을 들고 환하게 웃는 전직 교장의 모습 뒤로 여전히 팽팽한 정치적 대립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우아한 위선'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정직한 야만'의 시대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 넘게 이어지며 국제 질서의 근간을 흔들었다. 서방 세계가 이 전쟁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의 재등장은 이 구도를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문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교수는 신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트럼프의 복귀가 기존의 세계 질서에 종언을 고했다고 분석한다.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치의 문제가 아닌 철저한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 견제이며, 이를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북극항로 개발과 같은 경제적 이익 또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얻으려는 계산이다. 이러한 접근은 '미국-유럽-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던 기존의 단일대오를 완전히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트럼프의 등장으로 국제 정세는 '미국-러시아' 대 '유럽-우크라이나'라는 전례 없는 대결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저물고, 노골적인 강대국 정치가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강대국들도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최소한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필요한 '힘이 곧 규칙'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저자는 이를 '우아한 위선'이 사라지고 '정직한 야만'이 지배하는 시대의 시작이라고 규정한다.전쟁의 근본 원인에 대한 시각차도 뚜렷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푸틴의 '소련 부활'이라는 영토적 야망을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트럼프는 '나토의 동진과 우크라이나의 가입 시도'가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본다. 책은 푸틴이 소련 부활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다고 여겼으며, 2014년 돈바스 지역의 합병 요구를 거절하고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던 점 등을 근거로 후자의 손을 들어준다. 전쟁의 핵심은 영토가 아닌 나토 문제였다는 것이다.결국 전쟁 종식의 열쇠는 양국의 '안전 보장' 문제에 달려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절대 불가하다는 '문서화된 약속'을 요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재침공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구속력 있는 조치'를 원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요구가 서로를 완전히 부정하는, 양립 불가능한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한쪽의 안전이 다른 한쪽의 위협으로 인식되는 안보 딜레마의 전형이다.이 책은 전쟁의 원인과 경과, 그리고 트럼프의 등장으로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북한군 참전설의 실체부터 트럼프가 과연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까지, 13가지 핵심 쟁점을 통해 냉혹한 국제 정치의 현실을 파헤친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