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이우환 22억, 박서보 2억…K-아트, 홍콩 경매 출격

 홍콩 아트위크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경매사 크리스티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미술품 경매를 예고했다.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과 연계해 진행되는 이번 '20/21세기 봄 경매'는 크리스티의 새로운 아시아 태평양 본사에서 열리는 첫 메이저 세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91년작 ‘추상회화(Abstraktes Bild)’다. 130억 원에 육박하는 추정가가 매겨진 이 작품은 작가의 런던 테이트 미술관 회고전 시기에 제작됐으며, 그의 작품 세계에서 보기 드문 붉은색이 주를 이룬다. 특유의 스퀴지 기법으로 겹겹이 쌓아 올린 물감 층 아래로 드러나는 다채로운 색의 흔적이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리히터의 작품과 함께 주목받는 또 다른 걸작은 중국 근대미술의 거장 산유의 ‘무릎 꿇은 말’이다. 약 46억에서 79억 원 사이의 추정가를 기록한 이 작품은 작가의 절친한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레비 가문이 직접 소장해 온 것으로, 수십 년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희소성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외에도 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전설 데이비드 호크니, 점과 호박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 중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자오우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되어 아시아 컬렉터들의 치열한 경합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미술의 약진도 눈에 띈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의 2009년작 ‘묘법’이 약 2억 원, 이우환의 1978년작 ‘선으로부터’가 최고 22억 원의 추정가로 출품되는 등 총 11점의 K-아트 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하종현, 이성자, 김창열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크리스티의 아시아 진출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경매는 단순한 미술품 거래를 넘어, 아시아 미술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경매는 이틀간 이브닝 세일과 데이 세일로 나뉘어 진행된다.

 

심판 오심 꺾고 지옥에서 돌아온 400m 계주

 오심으로 스러질 뻔했던 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의 메달 꿈이 극적인 항소 인용으로 다시 타올랐다. 심판진의 배턴 터치 구역 이탈 판정이 비디오 판독 결과 오심으로 확인되면서, 대표팀은 극적으로 살아남아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김시온(국군체육부대),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이재성(광주광역시청),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로 구성된 한국 남자 대표팀은 지난 27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 8개 팀 중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당초 조 3위 이내에 들지 못해 결승 직행 티켓은 놓쳤으나, 예선 통과팀을 제외한 전체 기록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확보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 듯했다. 그러나 직후 비보가 날아들었다. 현장 심판진이 1번 주자 김시온에서 2번 주자 나마디 조엘진으로 배턴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배턴 터치 구역(오버존)을 벗어났다며 실격(DQ) 처분을 내린 것이다.선수단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으나, 지도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하경수 단거리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사전에 다각도로 촬영한 경기 분석 영상 자료를 전면 수집해 주최 측에 즉시 비디오 판독 항소를 제기했다. 국제종합대회에서 심판진의 판정이 번복되는 사례는 매우 희박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제출한 명확한 영상 증거에 주최 측도 오심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표팀의 항소가 최종 인용되며 한국은 결승행 9개 팀 중 1레인을 배정받고 최종 레이스에 합류했다.이번 판정 번복은 단순한 결승 진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남자 계주팀은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메달을 다둘 수 있는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앞서 25일 열린 남자 100m 결승에서 나마디 조엘진이 10초17로 4위, 비웨사 다니엘이 10초19로 5위에 오르는 등 주력 선수 2명이 동시에 결승 무대에 오를 만큼 개별 스피드 경쟁력은 이미 입증됐다. 가장 안쪽인 1레인은 곡선 구간의 경사가 가파르고 타 국가 선수들의 페이스를 확인하기 어려워 계주 경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로 꼽힌다. 그러나 선수단은 억울한 실격 위기를 넘긴 강한 정신력과 실력을 바탕으로 불리함을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예선에서 지적받았던 배턴 터치의 정교함만 살려낸다면 충분히 단상 위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이번 항소 인용 사태는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극적이었던 2012년 런던 올림픽 수영 '박태환 실격 번복'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판정 오류로 부정출발 실격 처분을 받았다가, 한국 대표팀의 신속한 항소로 당일 오후 결승 출전권을 되찾았다. 박태환은 실격 통보로 인한 극심한 심리적 흔들림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결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육상 계주 대표팀 역시 예선 직후 실격 통보로 정신적 타격을 입었으나, 판정이 뒤집히면서 오히려 팀 단합과 집중력이 극대화된 상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박태환처럼, 계주 대표팀이 시련을 딛고 결승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한편, 한국 여자 400m 계주 대표팀 역시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남녀 동반 결승행이라는 성과를 냈다. 서지현(진천군청), 김서윤(창원시청), 김명지(정선군청), 김주하(시흥시청)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예선 2조에서 44초94를 기록, 조 5위에 올랐으나 기록상 전체 8위를 차지하며 결승행 막차를 탔다.한국 남녀 계주 대표팀은 28일 밤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메달을 향한 마지막 질주에 나선다. 여자 대표팀이 오후 10시 5분 9레인에서 먼저 트랙을 밟으며, 남자 대표팀은 오후 10시 23분 1레인에서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강호들과 불꽃 튀는 메달 경쟁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