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목숨 걸었다' 작가 김주혜.. 러시아 발레 소설 집필한 이유

 김주혜 작가는 “예술은 위기의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며 “러시아 발레 이야기가 한국 독자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첫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존재감을 알린 김 작가는 두 번째 장편 『밤새들의 도시』를 출간하며 다시 한국을 찾았다. 17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그는 예술의 보편성과 순수성, 그리고 문학의 역할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밝혔다.

 

『밤새들의 도시』는 세계 정상의 발레리나였던 주인공이 치명적인 사고를 겪고, 어린 시절 발레를 처음 접했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 도시에서 그는 과거의 꿈과 상처, 그리고 새로운 자아를 마주한다. 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술가와 예술 사이의 관계, 그리고 순수 예술을 고수하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발레를 소재로 삼은 데에는 작가 개인의 경험도 깊게 작용했다. 9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던 그는 “발레리나는 되지 못했지만, 내 감수성과 본성은 언제나 무대 위의 예술가와 닮아 있었다”고 말했다. 첫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 이미 차기작으로 발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를 무대로 한 작품을 발표한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김 작가는 예술과 정치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 그는 “러시아 문화는 오래도록 나의 열정의 대상이었고, 이번 소설은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상황은 예술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며 “검열은 어느 방향에서든 민주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미국의 한 작가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출간을 포기한 사례를 언급하며, 예술의 자유를 향한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예술은 국경을 넘고, 인간의 공통된 감각을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말처럼,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정치적 경계를 넘어선 예술의 보편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밤새들의 도시』의 한국어 번역본에도 김 작가의 손길이 깊이 닿아 있다. 유창한 한국어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그는 한국어의 섬세한 표현력에 주목하며, 작품 속에서 불꽃이 ‘훨훨’ 타오른다는 표현을 직접 삽입했다고 전했다. 이 단어 하나에 춤과 새, 불이라는 세 가지 상징이 모두 녹아 있다며, 그것이 곧 작품의 핵심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영어로 글을 쓰지만 자신을 ‘한국 작가’라고 정의한 그는 “미국 문학계에서는 내게 영감을 주는 롤모델을 찾기 어려웠지만, 한국의 시인과 소설가, 지성인들에게서는 그런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인 김지하의 생애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 시대의 문인들은 자신의 믿음 하나로 투옥되기까지 했는데, 나는 지금 이 위기의 시대에 그저 소설을 쓰고 책 홍보를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자문을 자주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예술이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는 “진정한 예술은 아름다움을 혼자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욕망에서 출발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불안정한 시대에 예술은 더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혜는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무대에 올라 독자들과 직접 만난다. ‘우리가 끝끝내 예술을 붙잡는 이유’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그는 소설에 담긴 고민과 철학, 그리고 예술의 의미를 독자들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작품을 넘어선 작가의 성찰과 목소리는 예술의 본질을 묻는 오늘날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심판 오심 꺾고 지옥에서 돌아온 400m 계주

 오심으로 스러질 뻔했던 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의 메달 꿈이 극적인 항소 인용으로 다시 타올랐다. 심판진의 배턴 터치 구역 이탈 판정이 비디오 판독 결과 오심으로 확인되면서, 대표팀은 극적으로 살아남아 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김시온(국군체육부대),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이재성(광주광역시청),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로 구성된 한국 남자 대표팀은 지난 27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예선에서 8개 팀 중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당초 조 3위 이내에 들지 못해 결승 직행 티켓은 놓쳤으나, 예선 통과팀을 제외한 전체 기록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확보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 듯했다. 그러나 직후 비보가 날아들었다. 현장 심판진이 1번 주자 김시온에서 2번 주자 나마디 조엘진으로 배턴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배턴 터치 구역(오버존)을 벗어났다며 실격(DQ) 처분을 내린 것이다.선수단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으나, 지도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하경수 단거리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사전에 다각도로 촬영한 경기 분석 영상 자료를 전면 수집해 주최 측에 즉시 비디오 판독 항소를 제기했다. 국제종합대회에서 심판진의 판정이 번복되는 사례는 매우 희박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제출한 명확한 영상 증거에 주최 측도 오심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표팀의 항소가 최종 인용되며 한국은 결승행 9개 팀 중 1레인을 배정받고 최종 레이스에 합류했다.이번 판정 번복은 단순한 결승 진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남자 계주팀은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메달을 다둘 수 있는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앞서 25일 열린 남자 100m 결승에서 나마디 조엘진이 10초17로 4위, 비웨사 다니엘이 10초19로 5위에 오르는 등 주력 선수 2명이 동시에 결승 무대에 오를 만큼 개별 스피드 경쟁력은 이미 입증됐다. 가장 안쪽인 1레인은 곡선 구간의 경사가 가파르고 타 국가 선수들의 페이스를 확인하기 어려워 계주 경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로 꼽힌다. 그러나 선수단은 억울한 실격 위기를 넘긴 강한 정신력과 실력을 바탕으로 불리함을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예선에서 지적받았던 배턴 터치의 정교함만 살려낸다면 충분히 단상 위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이번 항소 인용 사태는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극적이었던 2012년 런던 올림픽 수영 '박태환 실격 번복'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판정 오류로 부정출발 실격 처분을 받았다가, 한국 대표팀의 신속한 항소로 당일 오후 결승 출전권을 되찾았다. 박태환은 실격 통보로 인한 극심한 심리적 흔들림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결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육상 계주 대표팀 역시 예선 직후 실격 통보로 정신적 타격을 입었으나, 판정이 뒤집히면서 오히려 팀 단합과 집중력이 극대화된 상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박태환처럼, 계주 대표팀이 시련을 딛고 결승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한편, 한국 여자 400m 계주 대표팀 역시 결승 진출에 성공하며 남녀 동반 결승행이라는 성과를 냈다. 서지현(진천군청), 김서윤(창원시청), 김명지(정선군청), 김주하(시흥시청)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예선 2조에서 44초94를 기록, 조 5위에 올랐으나 기록상 전체 8위를 차지하며 결승행 막차를 탔다.한국 남녀 계주 대표팀은 28일 밤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메달을 향한 마지막 질주에 나선다. 여자 대표팀이 오후 10시 5분 9레인에서 먼저 트랙을 밟으며, 남자 대표팀은 오후 10시 23분 1레인에서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강호들과 불꽃 튀는 메달 경쟁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