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홈플러스 마트노조 부산본부, 전재수 후보에 해결 촉구

 지방선거를 앞둔 부산 민심이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영업 중단 사태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부산본부는 14일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이번 사태는 홈플러스 측이 지난 8일 전국 37개 매장에 대해 이틀 전 기습적으로 휴점을 통보하면서 촉발됐다. 노동자들은 이를 단순한 경영상의 판단이 아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자산 청산 계획이 본격화된 것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갑작스러운 일터 상실의 공포와 분노를 쏟아냈다. 이미경 마트노조 부산본부장은 이번 휴점 통보가 진정으로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년퇴직의 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노조 간부들은 곧바로 서울로 이동해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결단을 요구하는 끝장 단식 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지역 노동계는 이번 사태를 악질적인 기업 사냥꾼에 의한 고용 파괴 행위로 보고 있다.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MBK파트너스가 그동안 기업을 인수한 뒤 자산을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해 이익만 챙겨 떠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투기 자본의 횡포를 규제할 법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노동자들만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부산 지역의 고용 안정과 지방 소멸 방지라는 사회적 과제와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노조는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1호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을 향해,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최우선 과제임을 역설했다. 진보당 등 야권 후보들도 연대사를 통해 마트 노동자들의 처절한 몸짓에 정부와 여당 후보가 즉각 답해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단식 농성에 참여하는 현장 지회장들은 임금 체불과 일방적 휴점이 사실상의 해고와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신과 동료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남은 힘까지 쏟아붓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가정을 지키고 일터를 살려내겠다는 절박한 호소는 현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노조는 이번 단식이 실질적인 정상화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국적인 연대 움직임도 확산되는 추세다.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동시다발적인 단식과 투쟁에 합류하고 있다. 1년 사이 네 번째 단식을 시작한 지도부를 필두로 노동자들은 정부가 지방선거 전까지 가시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로 향한 부산 지역 간부들의 상경 투쟁은 이번 사태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를 넘어선 국가적 현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