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뉴스

눈·간·혈관까지, 당근 한 뿌리가 바꾼 몸의 변화

 흙 속에서 태양의 주황빛을 머금고 자라는 당근은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귀하게 여겨온 뿌리채소다. 과거 양생 전문가들은 하늘의 기운이 잎에 맺히고 땅의 정기가 뿌리에 응축된다고 믿었는데, 당근은 그 정기를 가장 잘 보존한 식물로 꼽혔다. 흥미롭게도 당근은 처음부터 채소로 사랑받은 것이 아니었다. 약 5천 년 전 중앙아시아에서 발견된 야생 당근은 지금처럼 굵고 달콤한 형태가 아니라 가늘고 질긴 뿌리를 가졌으며, 사람들은 뿌리보다 씨앗이나 잎을 약재와 향신료로 먼저 사용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주황색 품종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개량된 것으로, 당시 독립 영웅 오라녜 공의 상징색인 주황색을 보급하려 했던 역사적 배경이 숨어 있다.

 

동양 의학에서 당근은 '작은 인삼'이라는 뜻의 소인삼(小人蔘)이라 불릴 만큼 그 효능을 인정받았다. 조선 시대 기록인 '본초강목'은 당근이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식욕을 돋우며, 이로움만 있고 해가 없어 인삼에 견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비위 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데 탁월한데, 이는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소화력과 면역력의 기초를 다지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소화가 잘되어야 기혈이 원활하게 생성된다는 양생의 원리는 "비위가 편안하면 백 가지 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옛말을 뒷받침하며, 당근이 만성 소화불량이나 설사 치료에 오랫동안 쓰여온 이유를 설명해 준다.

 


현대 영양학은 당근의 가치를 데이터로 증명한다. 당근 100g에는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하루 권장량을 상회하는 8,000㎍가량 들어 있다. 이는 눈의 건강을 지키고 체내 점막을 보호하며,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의 노화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노화가 세포의 산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근은 세월의 속도를 늦추는 천연 방패인 셈이다. 또한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과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펙틴, 간 해독을 돕는 글루타티온 등 현대인의 고질병을 예방하는 성분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당근 속 '팔카리놀'이라는 성분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과 덴마크 공동 연구진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팔카리놀을 섭취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쪽보다 암 발병률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조리 방식이다. 연구진은 당근을 자르지 않고 통째로 익혔을 때 팔카리놀 성분이 25% 더 많이 보존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식재료를 다루는 작은 습관의 차이가 영양소 섭취 효율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당근의 영양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기름과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베타카로틴은 지용성 성분이라 생으로 먹을 때의 흡수율은 10% 내외에 불과하지만, 기름에 살짝 볶거나 익히면 흡수율이 최대 60%까지 치솟는다. 열을 가하면 단단한 세포벽이 파괴되어 영양 성분이 쉽게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사과와 함께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당근의 카로틴과 사과의 비타민 C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준다. 다만 당근에는 비타민 C를 파괴하는 효소가 있으므로, 생으로 섞기보다는 살짝 익혀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고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처럼, 진정한 건강 관리는 병이 생기기 전 몸의 형세를 갖추는 예방에 있다. 오늘날 식탁 위에 오르는 당근 한 뿌리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수천 년 이어온 인류의 양생 지혜와 현대 과학이 만난 정수다. 뿌리가 깊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듯, 당근을 꾸준히 섭취하는 작은 습관은 우리 몸의 면역 진지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일이다. 태양의 에너지를 땅속에 갈무리한 당근은 무더위와 질병에 맞서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이 선사한 가장 값진 미식 처방전이다.

 

배그 부부 아내의 생일, 눈물의 장례식

 시한부 아내를 향한 지극한 사랑으로 전 국민의 눈시울을 붉혔던 '배그 부부'의 못다 한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먹먹하게 만들었다. 지난 20일 방영된 MBC '오은영 리포트-다시, 사랑 그 후'에서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홀로 두 아이를 키워내고 있는 남편의 근황이 공개됐다. 아내가 떠난 뒤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남편의 모습은 사별의 아픔이 남겨진 이들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남편은 아내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 유난히 남편에게 일찍 귀가할 것을 권했던 아내의 배려가 오히려 남편에게는 평생의 한으로 남게 된 것이다. 아이들 앞에서는 씩씩한 척 매일을 버텨내고 있지만, 홀로 남겨진 시간에는 아내의 사진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그의 일상은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오은영 박사는 이러한 남편의 슬픔을 억누르기보다 충분히 인정하고 표현해야 한다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무엇보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대목은 엄마의 죽음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첫째 아이의 오열이었다. 그동안 엄마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아이는 아빠의 손을 잡고 도착한 봉안당에서 비로소 이별의 실체를 깨달았다. 엄마를 찾는 아이의 절규와 보고 싶다는 애절한 외침은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오 박사는 아이들이 엄마를 마음껏 그리워하고 부를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심리적 매듭을 짓는 데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경제적인 고충으로 인해 아내의 마지막 길을 제대로 배웅하지 못했던 가슴 아픈 사연도 공개됐다. 남편은 아내가 떠난 직후 빈소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무빈소 장례를 치러야 했던 미안함을 털어놓았다. 이에 남편은 아내의 31번째 생일을 맞아 뒤늦은 장례식을 준비해 지인들과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한 남편의 눈물겨운 노력이었다.장례식장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위로는 남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됐다. 슬픔을 사람으로 잊어간다는 그의 고백은 사별 가족에게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했다. 오은영 박사는 장례라는 의식이 단순히 고인을 보내는 절차를 넘어, 남겨진 사람들이 이별을 수용하고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게 돕는 치유의 과정임을 강조했다. 남편은 비로소 아내를 향한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마음에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방송 말미, 남편이 아내에게 전한 영상 편지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다음 생에는 서로의 역할을 바꿔 태어나 더 많이 사랑하자는 그의 고백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부부의 연을 증명했다. 아픔 없는 곳으로 떠난 아내와 그녀를 가슴에 묻고 아이들과 함께 꿋꿋이 살아가기로 약속한 남편의 모습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제 남겨진 가족들이 슬픔을 딛고 건강한 일상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전 국민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