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OECD 평균 노동시간보다 130시간 많은 한국, 주4일제 시행에 과반수 찬성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주 4일제 네트워크가 진행한 이 조사는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찬성 비율은 63.2%에 달했다. 특히 정규직에서는 64.5%, 20대에서는 74.2%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 4일제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할 경우, 우선하여 개선해야 할 사업장으로는 열악한 환경의 교대제 사업장이 60.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산업재해 위험이 큰 사업장과 저임금 중소기업이 뒤를 이었다. 네트워크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에게 시범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해외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미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들도 이를 도입하는 상황이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30시간 많았다. 이에  직장인 10명 중 7명은 노동시간 단축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법정 노동시간을 주 35시간 또는 36시간으로 조정하는 것에 대해 68.1%가 찬성했으며, 연차휴가 확대와 연장근로 한도 하향에 대해서도 높은 지지를 보였다. 특히 파견 용역 근로자의 81.8%가 노동시간 개편에 동의했다.

 

박 의원은 노동시간 단축이 시대적 흐름이라며, 이를 통해 저출생, 내수 경제 침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9월 9일에 주 4일제 도입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휘자 국적 때문에…'전쟁' 터진 클래식계, 대체 무슨 일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갈등의 불꽃이 결국 클래식 음악계의 심장부로 옮겨붙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벨기에 겐트 공연이 예정일(18일)을 코앞에 두고 돌연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단 하나, 지휘봉을 잡기로 한 라하브 샤니(36)가 이스라엘 태생이라는 점이었다.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으며 2026년부터 뮌헨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할 예정인 샤니는 현재 로테르담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이자 이스라엘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는, 클래식계의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한 명이다.이번 공연을 주최한 플란더스 페스티벌 측은 성명을 통해 취소의 명분을 밝혔다. 그들은 샤니가 여러 차례 평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라는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페스티벌 측은 샤니의 태도가 이스라엘 정권이 자행한 '집단 학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 예술가의 국적과 그가 맡은 직책이 그의 예술 활동 전체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 순간이었다.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곧바로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뮌헨 시와 뮌헨 필하모닉은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출신이나 종교를 이유로 예술가를 배제하는 행위는 유럽의 핵심 가치와 민주주의의 근본에 대한 공격"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샤니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시 "음악은 분열이 아닌 연결을 위한 것"이라는 원칙을 천명하며, "우리는 국적과 배경으로 예술가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발표하며 샤니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논란은 기관 간의 대립을 넘어 음악계 전체의 연대 움직임으로 번져나갔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안드라스 쉬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등 이름만으로도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하는 거장들이 대거 샤니 지지 의사를 밝혔고, 수백 명의 체임버 뮤지션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온라인 청원 플랫폼을 통해 페스티벌 측의 공연 취소 결정을 철회하라는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한 예술가에 대한 정치적 잣대가 오히려 전 세계 음악인들의 분노와 연대를 촉발시킨 셈이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푸틴의 친구'라는 이유로 서방 무대에서 퇴출당했던 씁쓸한 선례를 떠올리게 한다. 전쟁의 포화가 멈추지 않는 한, 예술과 정치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이 위험한 줄타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