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덕수궁 전시, 한국판 ‘달리’ 천재 6인 총출동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한국 근대미술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하는 기획 전시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을 오는 4월 17일부터 7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19년 개최된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절필시대'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로, 20세기 한국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작가들을 본격적으로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데 의미를 둔다.

 

‘초현실주의’는 192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된 예술운동으로, 인간의 정신을 억압하는 기존 체계로부터의 해방을 지향하며 무의식, 꿈, 욕망 등 이성 너머의 세계를 예술로 구현하려는 시도를 중심에 두고 있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앙드레 브르통의 선언을 기점으로 전 세계 예술계에 파장을 일으킨 이 운동은 1920년대 말부터 국제적으로 확산되었고, 한국에서는 1930년대 말 일본에서 유학한 김환기, 이중섭, 유영국 등의 작가를 통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전쟁, 분단 등 정치적 격동기와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전개는 이뤄지지 못했고, 한국 미술사 내에서는 주류 미술 흐름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한국 미술사에서 주변에 머물렀던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전시의 중심에는 고(故) 김욱규,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김종하, 신영헌, 김영환, 박광호 등 여섯 명의 작가가 자리 잡고 있다. 모두 생을 마친 작가들로, 평생에 걸쳐 초현실주의적 조형 세계를 구축했음에도 그동안 국내 미술 담론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인물들이다.

 

 

 

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삶은 다른 곳에 있다’는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의 마지막 문장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1전시실에서 펼쳐진다. 이 공간에서는 작가가 의식적으로 초현실주의를 추구하진 않았으나, 그 사조의 유산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초기 한국 미술계에서 초현실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수용되었는지를 문화번역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시도로도 읽힌다.

 

2부는 2전시실부터 4전시실까지 이어지며, 여섯 명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먼저 2전시실에서는 1930년대 일본 유학 시절 초현실주의를 직접 체험하고 이를 작품 세계에 녹여낸 김종남과 김욱규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종남의 ‘나의 풍경(ぼくの風景)’(1980)은 일본어 제목에서도 보이듯, 국적과 문화를 넘나든 작가의 정체성과 감성을 응축한 결과물이다. 김욱규는 1960~70년대에 제작한 제목 없는 유화작업들을 통해 내면 심상의 세계를 시각화하며 독특한 조형어법을 선보인다.

 

3전시실은 욕망과 환상, 감각적 표현을 주요 모티브로 삼은 김종하와 박광호의 세계를 담는다. 김종하는 ‘선인장(生)’(1977) 등의 작품을 통해 생명과 재생, 욕망과 고통이 교차하는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를 구현하며, 박광호는 ‘음양(陰陽)Ⅰ’(1970년대 중반) 등에서 동양적 개념을 근간으로 한 심오한 조형 언어를 통해 내면세계를 그려냈다.

 

마지막으로 4전시실에서는 해방 후 설립된 한국 미술대학의 1세대로서, 국내 미술 교육과 창작의 기틀을 마련한 김영환과 신영헌이 조명된다. 이들은 당시의 사회적 변화와 개인적 사유를 반영해 한국적 초현실주의의 독자적 조형 언어를 형성했다. 그들의 작품은 단순한 유럽의 양식 수용을 넘어, 해방 이후 한국 사회와 미술의 정체성을 고민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시 기간 중인 5월 17일에는 현대미술사학회와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초현실주의의 국내 도입과 변용, 그리고 한국 근대미술사 내 그 위치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며, 참가 관련 세부 내용은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덜 알려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조명함으로써 미술사의 다양성과 입체성을 확장하고자 했다”며 “초현실주의라는 매개를 통해 새로운 미적 경험과 사고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그동안 주류 서사에 가려졌던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현대적 시선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한국 근대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2보다 더 실망'... 51%에 그친 '오징어 게임3' 시청자 평가, 그 이유는?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기록을 세우고 비영어권 최초로 에미상을 수상한 '오징어 게임'이 시즌 3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6월 27일 공개된 시즌 3는 출시 하루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시리즈 1위에 올라 다시 한번 전 세계적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시즌 3는 반란을 주도했지만 홀로 살아남은 기훈(이정재)의 죄책감과 절망감으로 시작된다. "왜 날 안 죽였어. 왜 나만 살려 준 거야"라는 기훈의 대사는 그의 내면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상금을 향한 잔혹한 게임은 계속되고, 이번엔 '숨바꼭질'이라는 새로운 게임이 참가자들을 기다린다.시즌 1·2가 주로 기훈의 시선을 따라갔다면, 시즌 3는 다양한 참가자들의 선택과 행동에 더 집중한다. 파란색 조끼를 입은 현주(박성훈)는 금자(강애심)와 임신한 준희(조유리)를 보호하며 게임을 헤쳐나간다. 게임 중 준희가 아이를 출산하는 극적인 장면은 게임의 룰과 참가자들의 심리, 그리고 기훈의 의지까지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된다."갓난쟁이가 뭔 죄가 있어요. 지옥에서 태어난 것이 저 아이의 탓은 아니잖아요"라는 금자의 말에 기훈은 다시 일어설 이유를 찾는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이는 게임 속에서, 기훈은 준희와 아이를 '지키기 위한' 게임을 시작한다.동시에 게임 밖에서는 병정 노을(박규영)이 참가자 경석(이진욱)을 구하기 위해 분투한다. 노을은 북한에 두고 온 자신의 아이가 겹쳐 보이는 경석의 딸을 위해 부대장(박희순)까지 협박하며 경석을 섬 밖으로 보내려 한다.다음 게임은 고공 위 다리를 건너는 '줄넘기'. 기훈은 다리를 다친 준희를 대신해 아이를 안고 위험한 도전에 나선다. 이를 지켜보는 프론트맨(이병헌)의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한다. 당초 예상과 달리 시즌 3는 기훈과 프론트맨의 물리적 대결보다는 두 사람의 신념 간 충돌을 그려낸다."아직도 인간을 믿냐"는 프론트맨의 질문 앞에서, 기훈은 인간성이 사라진 게임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다움이 존재함을 증명해 보인다. 프론트맨의 인간성 부재에 대한 단단한 믿음은 기훈의 행동 앞에서 조금씩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시즌 3는 '오징어 게임'만의 방식으로 서사를 마무리한다. 예고편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마지막 게임은 시리즈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담아내며, 기훈이 VIP와 프론트맨을 향해 외치는 마지막 메시지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한다.황동혁 감독은 "누가 우리의 삶을 하루하루 절벽 끝에 서 있게 하는지, 누가 우리를 게임 안의 말처럼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작품의 의도를 밝혔다.시즌 3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 신선도 지수는 86%로 호평을 받았지만, 일반 시청자 평가는 51%에 그쳤다. 가디언은 "예전만큼 날카롭지 않다"고 평한 반면, 텔레그래프는 "한국 블록버스터의 성공적인 결말"이라고 호평했다.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은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