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스토킹 3번이나 했는데 '반복성 부족'이라는 검찰… 15.8시간마다 여성이 살해당하는 나라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이 살해되거나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분석에 따르면 2024년 15.8시간마다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되거나 살해 위기를 겪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도 의정부, 울산, 대전, 서울에서 잇따라 여성 대상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성인 여성 약 3명 중 1명이 평생 폭력 피해를 경험하고, 약 5명 중 1명이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가 여성폭력 대응에 실패하는 첫 번째 원인은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 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통제와 협박, 심리적 조작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울산 스토킹 살인미수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7월3일 가해자의 폭행을 신고했지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경찰은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160여 통의 전화와 400여 통의 문자를 보냈고, 결국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는 중태에 빠졌다.

 

대전 여성 살인사건 피해자는 살해되기 전 총 세 차례나 경찰에 신고했다. 첫 신고는 2024년 11월 가해자가 식당 문을 부수고 오토바이를 가져갔다는 내용이었고, 다음날 오토바이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신고와 주거침입 신고가 이어졌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단순 재물손괴와 도난으로 분류해 안전조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두 번째 실패 원인은 스토킹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의정부시 스토킹 살인사건에서 가해자는 3월과 5월, 7월에 피해자를 스토킹했다. 경찰은 가해자를 현행범 체포하고 긴급응급조치를 취한 뒤 검찰에 잠정조치를 신청했으나, 검찰은 "지속성, 반복성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현행법은 스토킹범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으로 정의하지만, 구체적 기준이 없어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피해자 보호 여부가 달라진다.

 

세 번째 원인은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막는 법체계의 미흡함이다. 현재 스토킹처벌법과 가정폭력처벌법이 있지만, 동거하지 않는 친밀한 관계나 스토킹이 아닌 폭력 유형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규율하는 법안이 국회에 꾸준히 발의됐으나, 남성 의원 비율이 79%인 국회에서 진전이 없다. 반면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가족 관계나 동거 여부에 제한되지 않는 방식으로 가정폭력의 개념과 범주를 확장해 친밀한 관계 내 폭력에 대응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여성 살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들이 제안해온 해묵은 과제들을 이제는 반드시 시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가해자의 폭행과 협박을 반의사불벌죄로 하는 등 입법 대응 방안은 많다. 이제 실행만 하면 된다.

 

졸업장 받았더니 경쟁자가 AI '중국 취업난'

 중국 청년층의 고용 불안이 실업률 상승과 채용 환경 변화 속에서 심화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신규 구직자는 늘어나는 반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가 확산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취업 기회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도시 청년실업률은 두 달 연속 상승해 지난 8월 18.9%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실제 고용 상황이 공식 지표보다 심각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체감 취업난만으로 실제 실업률을 단정할 수는 없으며,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통계의 조사 대상과 산정 방식도 함께 살펴야 한다.취업 시장의 경쟁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는 대규모 대학 졸업 인구다. 보도에 제시된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 예정자는 1천270만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기업의 채용이 이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기존 취업 준비생과 신규 졸업생 사이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취업 대신 대학원 진학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선택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고용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학업과 수험 기간이 늘어날수록 교육비와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노동시장 진입 시점도 늦춰지기 때문이다. 진학 이후에도 채용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구직 부담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채용의 안정성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기업이 졸업 시기에 인턴을 대거 선발한 뒤 정규직 채용으로 연결하지 않거나, 입사 직후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장쑤성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대졸 신입사원 440명을 채용한 뒤 한 달여 만에 107명과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처럼 입사가 장기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청년들이 경력을 안정적으로 쌓기 어렵다. 일자리 부족으로 구직자의 협상력이 약해지면 근로조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장시간 근무와 부족한 휴식 등 열악한 노동환경도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배달을 비롯한 플랫폼 노동의 확대는 이러한 고용 상황과 맞물려 있다. 중국 신경제연구센터는 플랫폼 종사자가 지난해 2억8천만 명에서 올해 3억2천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전망에서는 플랫폼 종사자가 도시 전체 고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제시됐다.플랫폼 일자리는 노동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규모가 커진다는 사실만으로 고용 여건이 개선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소득의 안정성, 실제 노동시간, 휴식 보장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정규직 취업의 어려움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부족해진 결과인지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AI 확산은 청년 고용에 추가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기업이 신규 인력을 뽑는 대신 AI로 일부 업무를 처리하면 초급 인력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보도에 인용된 상하이과학기술대 연구진은 2022년부터 중국 주요 채용 플랫폼 5곳의 구인 공고 약 7억 건을 분석했으며, AI 도입과 관련한 채용 수요 감소가 경력 1~3년 인력에서 특히 두드러졌다고 밝혔다.초급 일자리의 축소는 당장의 실업 문제를 넘어 경력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 첫 직장에서 실무를 배우고 숙련을 높일 기회가 줄어들면, 이후 경력직 채용에 도전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뿐 아니라 청년들이 실제 업무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진입 경로가 중요한 이유다.중국 청년층의 고용난은 구직자 증가, 불안정한 채용 관행, 노동환경 문제, AI에 따른 업무 재편이 겹친 복합적인 문제다. 실업률 변화와 함께 신규 채용 규모, 고용 유지 여부, 임금과 노동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동시에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경력을 시작할 수 있는 고용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