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한 세대마다 인구 3분의 1로 감소... 28조 예산으로도 막지 못하는 '한국 소멸'의 실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5명으로,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인구가 3분의 1로 줄어드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출산 의향은 2.09명인 반면, 여성은 1.58명에 불과해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나라, 그러면서도 30~40대 부부 중 60%가 맞벌이인 나라에서 '워킹맘'의 현실은 어떨까?

 

전북 전주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공무원 장정현 씨는 아내의 승진을 위해 두 번째 육아휴직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빠들은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불안감과 "승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을 망설인다. 이러한 불이익이 엄마들에게는 너무 당연시되어 왔다는 점이 문제다.

 

우리나라 30대 여성 10명 중 7명이 일하고 있고, 1980년대생부터는 여성 대졸자 비율이 남성을 추월했지만, 워킹맘의 현실은 팍팍하다. 《빽 없는 워킹맘의 육아X직장 생존비책》의 저자 안유림 씨는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사회적 약자가 된 기분"이라며,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임에도 워킹맘의 고충은 개인적 문제로 취급받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아빠가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처럼 보이는데, 이는 남녀 급여 차이가 OECD 국가 중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남녀 급여 차이는 31.2%(2022년)로, OECD 평균(12.1%)의 2.5배에 달한다. 노동경제학 박사인 숙명여대 박윤수 교수는 이를 '모성 페널티'라고 설명하며,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이 강한 사회일수록 이러한 불이익이 크다고 말한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한국의 출산율이 특히 낮은 이유를 "오래된 가부장적 전통에 맞서 여성의 자주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구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압축 성장 과정에서 전통적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가 충돌하면서 평등 육아로 나아가지 못하고 여성의 출산 기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최슬기 KDI 교수는 '아빠 육아휴직의 의무화'를 주장한다. 육아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는 인식을 출산 직후부터 명확히 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빠 육아는 엄마를 '돕는' 일이 아니라 아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 장정현 씨의 아내는 남편의 육아 참여 덕분에 둘째를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육아휴직을 쓴 사람 중 남성 비율은 36.4%지만, 아빠가 된 남성 중 출산 당해 연도에 육아휴직을 쓴 비율은 7.4%에 불과하다. 최슬기 교수는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쓰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차별적 시각이 없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공동 육아' 분위기 정착으로 합계 출산율을 1.39명(2010년)에서 1.58명(2021년)으로 끌어올렸다. 박윤수 교수는 학교, 직장, 정부가 돌봄을 분담하는 모델을 제안하며,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사회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올해 저출생 예산은 28조 6천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소멸을 걱정하는 나라치고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커플 매칭 사업' 같은 예산보다는 워킹맘의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를 낳을 생각이 들도록 하는 정책, 즉 아빠 육아를 지원하는 데 예산을 집중해야 할 때다.

 

언급량 255% 폭증, 제철 감자가 뜬다

 계절의 변화를 입맛으로 먼저 느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식품업계의 제품 출시 주기가 제철 식재료 수확 시기에 맞춰 재편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특정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식재료를 집요하게 찾아 즐기는 이른바 '제철코어'다. 신선함과 계절적 희소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식품과 외식, 디저트 시장 전반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여름의 전령사인 햇감자와 초당옥수수를 활용한 제품들이 쏟아지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국내 생감자칩 시장을 이끄는 오리온은 올해 갓 수확한 국내산 햇감자를 생산 라인에 즉시 투입하며 제철 마케팅의 포문을 열었다. 전남 보성부터 강원 양구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확보한 1만 5,000톤의 감자는 수확 직후 청주공장으로 이동해 신선한 감자칩으로 재탄생한다. 매년 여름마다 반복되는 햇감자 한정 생산은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고정 팬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도시락 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올라탔다. 한솥도시락은 국내산 햇감자의 포슬포슬한 식감을 극대화한 회오리 감자를 선보이며 길거리 간식의 고급화를 꾀했다. 얇게 썬 감자를 회오리 모양으로 튀겨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을 살렸으며, 자체 개발한 시즈닝을 더해 젊은 층의 입맛을 공략했다. 이는 냉동 식재료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제철 식재료만이 줄 수 있는 본연의 풍미를 강조하며 차별화된 미식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디저트와 호텔 업계는 여름 별미인 초당옥수수의 달콤함에 집중하고 있다. 카시아 속초는 초당옥수수의 고소한 맛을 살린 크림번과 바게트, 라테 등 다채로운 메뉴를 구성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옥수수 특유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베이커리와 음료에 녹여내어 계절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백미당 또한 유기농 우유 아이스크림에 초당옥수수 원료를 배합한 시즌 한정 메뉴를 출시하며 제철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느낌이 아님을 증명한다. 온라인상에서 제철코어를 언급하는 횟수는 1년 전과 비교해 세 배 이상 급증했으며, 햇감자 관련 검색량 지수는 수확 철을 맞아 최고치에 도달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유통 과정이 짧고 영양가가 높은 갓 수확한 식재료를 '가장 가치 있는 소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장기 보관된 식재료보다 제철의 신선함을 선택하는 웰빙 지향적 태도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전문가들은 제철 식재료가 가진 한정성이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핵심 기제라고 분석한다. 특정 계절에만 허락된 맛이라는 희소성이 소장 욕구와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것이다. 식품 기업들 역시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농가와의 직접 계약을 확대하고 수급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제철 식재료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철코어는 이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식품업계가 지향해야 할 신선 경영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