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명절 스트레스 한 방에 날려버릴 '피톤치드 샤워'...이번 추석 연휴 '인생 숲길' 어때요?

 기름진 명절 음식과 꽉 막힌 도로에 지쳤다면 주목할 만한 소식이 있다. 산림청이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복잡한 일상과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 함께 고즈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국의 ‘숨은 명품 숲길’ 10곳을 엄선해 공개했다. 이번에 선정된 숲길들은 단순히 경치만 좋은 곳이 아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길이 평탄한지, 도심에서 가까워 큰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지, 그리고 길을 걷는 동안 풍부한 볼거리와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 뽑은 그야말로 ‘진짜’ 명품 숲길들이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우리 동네 가까이에 숨어있던 보석 같은 공간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이번 추천 목록에는 교통약자도 편안하게 숲을 만끽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무장애 숲길’이 눈에 띈다. 인천의 ‘만수산 무장애 숲길’은 전 구간에 계단이 없어 유모차나 휠체어도 막힘없이 숲을 누빌 수 있으며, 부산의 ‘구포 무장애 숲길’ 역시 도심 한복판에서 누구나 안전하게 생애 첫 숲길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맞춤형 숲길도 있다. 강원도 원주의 ‘중앙근린공원 숲속들레길’은 흙길과 데크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고 주변에 문화원, 잔디광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온 가족의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전북 장수의 ‘방화동 생태길’은 인공폭포와 맨발로 걷는 황톳길까지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걷는 즐거움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몸과 마음의 치유가 필요하다면 피톤치드 가득한 숲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경기도 가평의 ‘잣 향기 피톤치드길’은 90년 이상 된 잣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산림욕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충북 제천의 ‘의림지 한방치유숲길’은 비룡담 저수지를 따라 고요하게 이어진 데크길을 걸으며 복잡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명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대전의 ‘대전둘레산길 제5구간길’을 추천한다. 이 길에서는 계족산성과 진현성 등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동쪽으로는 대청호의 시원한 물결을, 서쪽으로는 대전 시가지의 화려한 전경을 한눈에 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각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품은 숲길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방문객을 기다린다. 강원도 춘천의 ‘산수길’은 완만한 물길을 따라 걸으며 청아한 물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산책할 수 있는 곳이며, 대구 ‘비슬산둘레길’은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뽐낸다. 제주의 숨은 비경을 간직한 ‘한라산둘레길 7구간길’에서는 비자림과 곶자왈 등 원시의 생태계를 마주하고, 옛사람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숯가마터를 발견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이번 추석 연휴, 가까운 숲길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건강과 행복을 모두 챙기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알고 보면 더 재밌다…영화 '어쩔수가없다'에 숨겨진 미친 상징들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관객들에게 N차 관람을 유도하는 숨은 디테일들을 공개하며 흥미를 더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는 서사 곳곳에 의미심장한 상징과 장치를 배치해 관객들이 다채로운 해석을 내놓게 만든다. 모든 것을 다 이뤘다고 생각했던 순간 해고 통보를 받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가장 만수(이병헌 분)의 처절한 재취업 분투기를 그린 이 영화는, 그의 내면을 상징하는 정원의 식물부터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대화하는 옛 가요, 인물들의 관계를 암시하는 의상에 이르기까지, 스쳐 지나가기 쉬운 모든 요소에 깊은 의도를 담아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영화의 핵심적인 상징 중 하나는 만수의 정원 한가운데 자리한 '배롱나무'다. 박찬욱 감독은 근육질 몸을 연상시키는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나무의 몸통과 굵은 가지가 주인공 만수를 떠올리게 해 이 나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분홍색 꽃잎과 달리 비틀리고 거친 몸통을 가진 배롱나무의 모습은, 평온해 보이는 가장의 삶 이면에 숨겨진 만수의 고뇌와 거친 성장 과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여기에 '부귀'라는 꽃말은 그가 자신만의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정원 입구에 심어진 '위성류'라는 식물의 꽃말은 '범죄'로, 앞으로 만수에게 닥쳐올 파국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작용하며 섬세한 연출에 감탄하게 만든다.영화의 또 다른 백미는 적재적소에 활용된 추억의 한국 가요들이다. 특히 만수와 범모(이성민 분), 아라(염혜란 분)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는 난투 장면에서는, 극적인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용필의 경쾌한 노래 '고추잠자리'가 흘러나와 기이하고 아이러니한 웃음을 유발한다. 이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또한, 비 내리는 거리에서 실의에 빠진 만수의 모습 위로 흐르는 김창완의 '그래 걷자'는 그의 자조적인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로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범모와 아라 부부의 애틋한 과거를 장식하는 배따라기의 '불 좀 켜주세요'는 이들의 관계에 복잡한 정서를 더하며 극의 감정선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인물들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의상 또한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다. 만수의 아내 미리(손예진 분)와 범모의 아내 아라는 영화 속에서 동일한 디자인의 니트를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입고 등장한다. 이는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지만 전혀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두 인물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박찬욱 감독은 만수가 이들 부부를 보며 자신의 부부 관계를 반성하고 아내를 의심하게 되는 등,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 같은 설정을 원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어쩔수가없다'는 감독이 세심하게 설계한 상징들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곱씹어볼 때 더욱 깊은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