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자녀 학자금까지 드립니다"… 세븐일레븐의 '눈물' 젖은 희망퇴직, 그 후폭풍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14일, 코리아세븐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희망퇴직 시행을 공지하며 경영 효율화와 구조 재편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밝혔다. 이번 희망퇴직은 사원급의 경우 만 40세 이상 또는 현 직급 8년 차 이상, 간부사원은 만 45세 이상 또는 현 직급 10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오는 27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이는 1988년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지난해 10월에 이은 두 번째 조치로, 유통업계의 지각변동 속에서 생존을 위한 코리아세븐의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단순히 인력을 감축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조직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수익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코리아세븐은 희망퇴직자에게 파격적인 보상안을 제시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꾀하는 모양새다. 사원급에게는 기본급의 20개월, 간부사원에게는 24개월 치를 지급하고, 공통적으로 취업지원금 1000만 원을 제공한다. 특히 대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는 최대 2명까지 1인당 1000만 원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퇴직 후의 삶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그동안 회사에 헌신해 온 직원들에 대한 예우를 다하고, 퇴직 이후의 연착륙을 돕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파격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와 함께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년 연속 이어진 희망퇴직은 코리아세븐이 처한 녹록지 않은 현실을 방증하는 동시에, 남은 직원들에게도 적지 않은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 희망퇴직은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이라는 새로운 슬로건 아래 진행 중인 코리아세븐의 고강도 경영 효율화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사업구조 재편에 착수한 코리아세븐은 부실 점포를 과감히 정리하고 우량 입지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왔다. 그 결과, 전체 점포 수는 2023년 1만 3130개에서 지난해 1만 2152개로 978개나 줄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한 2조 3866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50억 원 개선된 427억 원으로 적자 폭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즉,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경영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으며, 이번 희망퇴직 역시 이러한 체질 개선 과정의 일환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 및 시스템 혁신과 더불어 전체적인 사업 규모와 인적 구조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이번 희망퇴직이 조직의 건전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임을 강조했다. 유통업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코리아세븐의 이번 결정이 과연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코리아세븐이 과연 '수익 중심의 안정적 사업 기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치열한 편의점 시장에서 다시 한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죽음으로 내몰았다"… MBC, 1년 만에 故 오요안나에 무릎 꿇다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여 만에 MBC가 공식적으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안형준 MBC 사장은 15일,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뜻을 전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애도 표명을 넘어, MBC가 조직 내 문제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공영방송사로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사장은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다짐"이라며, 이번 합의가 MBC 조직 문화 쇄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MBC는 지난 4월 신설한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통해 프리랜서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고충을 전담 처리하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이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는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이번 사과와 합의는 고인이 겪었을 고통과 유족의 오랜 슬픔에 대한 뒤늦은 응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1년 MBC에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입사한 고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공개된 유서를 통해 그가 생전 극심한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전직 기상캐스터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힘겨운 법적 다툼을 이어왔다. MBC의 이번 공식 사과는 이러한 유족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조직 차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5일 서울 마포구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는 안형준 사장과 고인의 유족이 함께 참석했으며, 이는 양측이 오랜 갈등을 매듭짓고 상생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MBC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 문화'와 '더 나은 일터'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했다. 안 사장이 직접 나서서 공영방송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존중받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상생협력담당관' 신설과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은 이러한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평가된다. 프리랜서와 같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갈등과 고충을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수시로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은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구성원들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존중의 문화를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오요안나의 비극은 우리 사회, 특히 방송계에 만연한 직장 내 괴롭힘과 프리랜서에 대한 부당한 대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MBC의 이번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은 단순한 개별 사건의 마무리를 넘어,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약속의 의미를 갖는다.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선 MBC의 노력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 모든 방송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건강한 방송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 전체의 노동 환경을 되돌아보고 개선해 나가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