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미래 예측서 vs 노벨상 문학…2025년 가을, 서점가를 양분한 두 개의 거대한 흐름

 서점가에 불어닥친 바람이 심상치 않다. 불확실한 미래를 한 발 앞서 대비하려는 독자들의 열망이 '트렌드 코리아 2026'을 3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9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된 이 책의 독주는 10월 둘째 주까지 이어지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권의 책이 잘 팔리는 현상을 넘어,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과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를 방증하는 사회적 신호로 읽힌다. 여기에 내년 경제 지형도를 예측하는 '머니 트렌드 2026'마저 종합 5위를 차지하며, 서점가는 그야말로 미래를 읽으려는 독자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다가올 변화의 파고를 넘기 위한 생존 지침서를 찾아 서점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트렌드 서적의 강세 속에서, 문학계의 가장 큰 축제인 노벨상의 후광 효과 또한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국내 독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의 대표작 '사탄탱고'는 수상 소식과 함께 교보문고 온라인 판매에서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오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일부 문학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작가의 이름과 작품이, 노벨상이라는 단 하나의 계기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며 단숨에 '필독서'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이는 권위 있는 상이 독서 시장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사탄탱고'의 이 같은 열풍이 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외국 소설 부문에서는 11위를 기록하며 체면을 지켰지만, 온라인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를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성적이다. 여기에는 숨은 이유가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는 실제 독자의 손에 책이 배송 완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되는데, '사탄탱고'는 갑작스러운 주문 폭주로 전국적인 품귀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독자들의 예약 주문만 쌓여갈 뿐, 실제 판매량으로 집계되지 못하는 '유령 베스트셀러'가 된 셈이다. 순위표 뒤에 가려진 이 품절 대란이야말로 크러스너호르커이 신드롬의 실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결국 2025년 가을의 서점가는 미래를 대비하려는 현실적인 욕망과 순수 문학을 향한 지적 호기심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독서 열풍이 공존하는 모습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쪽에서는 다가올 2026년의 소비 경향과 경제 흐름을 읽기 위해 '트렌드 코리아'를 펼쳐 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헝가리 작가의 난해한 작품을 구하기 위해 애쓴다. 이처럼 실용과 교양, 생존과 사유 사이를 오가는 독자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책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복합적인 단면을 제시하며, 출판 시장의 흥미로운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증거인멸 의혹 쿠팡 대표, 드디어 경찰 소환

대한민국을 뒤흔든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쿠팡이 이제는 수사 방해와 증거인멸 의혹이라는 더 큰 폭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규모 유출 사고 이후 수사기관 몰래 자체 조사를 벌이며 혼선을 빚었던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가 드디어 수사당국의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29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오는 30일 오후 2시 로저스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첫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TF가 공식 출범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이뤄지는 핵심 피의자 조사다.로저스 대표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는 앞서 국회에서 열린 연석 청문회에 출석해 갖은 질타를 받은 직후인 지난 1일 전격 출국하며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5일과 14일 두 차례나 그에게 출석을 통보하며 수사 의지를 보였으나 로저스 대표는 해외 체류를 이유로 모두 불응하며 시간을 끌었다. 경찰은 이에 대응해 세 차례나 출국금지를 신청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검찰은 로저스 대표가 지난 21일 자진 입국했다는 점과 경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들어 출국금지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로저스 대표의 이번 출석은 사실상 경찰의 체포영장 카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의 소환 요구에 3회 이상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집행이 검토되기 때문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차 통보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통상의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로저스 대표 입장에서는 강제 수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경찰서 문을 두드리게 된 셈이다.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은 쿠팡이 벌인 수상한 셀프 조사와 그 배후에 숨겨진 의도다. 쿠팡은 경찰과 정부의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25일 갑작스럽게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약 3000건에 불과하며 유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북 등 핵심 장비를 이미 회수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정부 기관의 지시를 받아 긴밀히 협력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하지만 이는 곧바로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경찰이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확인한 실제 유출 규모는 쿠팡의 발표와는 비교도 안 되는 3000만 건 이상으로 드러났다. 쿠팡이 발표한 수치보다 무려 1만 배나 많은 개인정보가 시중에 떠돌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정부와 수사기관은 쿠팡에 자체 조사를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며 쿠팡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결과적으로 쿠팡이 수사기관과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피의자인 중국 국적 전직 직원과 접촉하고 장비를 수거한 행위는 증거인멸 시도이자 국가 수사 권력을 무력화하려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번지게 됐다. 경찰은 이번 소환 조사에서 로저스 대표를 상대로 왜 수사기관을 속이면서까지 무리한 자체 조사를 강행했는지, 그리고 유출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 발표한 경위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증거가 될 수 있는 노트북 등의 장비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삭제나 훼손이 있었는지 여부가 이번 수사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업이 사고의 책임을 지기보다 증거를 먼저 확보해 수사 가이드를 만들려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한편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중국 국적 피의자 A씨에 대한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인터폴 및 형사사법 공조를 통해 A씨의 신병 확보와 국내 송환을 요청한 상태다. 비록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으나 경찰은 반드시 피의자를 국내로 불러들여 한국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3000만 명의 소중한 정보가 유출된 이번 사건에서 쿠팡의 수장인 로저스 대표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그리고 경찰이 쿠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의혹을 입증해 낼 수 있을지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서울경찰청으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