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부모님은 현인, 나는 신해철…세대 대통합 예고한 오케스트라의 정체

 초여름의 문턱에서 부산의 문화계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이색적인 무대와 전시를 잇달아 선보이며 활기를 띠고 있다.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미술은 난해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대중가요를 클래식 선율로 재해석하거나 미술품을 일상 공간 속 인테리어 소품처럼 제안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인다. 이는 예술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이 주축이 된 오케스트라의 파격적인 연주회와 여러 갤러리가 협업하여 쇼룸 형태로 꾸민 특별한 기획전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먼저 부산과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연주자들이 모여 창단한 '트레프 오케스트라'는 오는 28일,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들은 클래식은 특정 계층만 즐기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가요를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섬세한 선율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가수 현인과 작곡가 박시춘의 명곡들은 물론,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으로 기억되는 고(故) 신해철이 불렀던 노래들이 강상모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새롭게 태어난다. 소프라노 정성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익숙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런가 하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신세계갤러리에서는 우리의 일상 공간을 예술로 채우는 방법을 제안하는 특별한 기획전 'COLLECTIBLES:공간미학'이 한창이다.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동명의 기획전에 힘입어 다시 한번 마련된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하얀 벽에서 벗어나, 마치 잘 꾸며진 쇼룸이나 감각적인 편집숍을 둘러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갤러리 휴, 플레이리스트, 아트사이드 등 여러 갤러리와 빈티지 가구 전문점 등이 협력하여 원화, 아트 프린트, 가구, 포스터 등 약 200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다채롭게 연출했다. 권소진, 류주영, 염지애 등 12명의 참여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감정과 풍경을 섬세하게 비추며, 관람객이 자신의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직접 고르고 수집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

 

이처럼 장르와 형식은 다르지만, 두 행사는 모두 예술이 일부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트레프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단 하루 동안 펼쳐지는 특별한 이벤트라면, '공간미학' 전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비교적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산책 코스다. 익숙한 멜로디의 감동을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증폭시키고 싶거나, 나의 취향이 담긴 작품으로 나만의 공간을 꾸며보고 싶은 이들에게 부산의 6월은 풍성한 예술적 영감을 얻을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딱딱한 틀을 벗어던진 예술이 대중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하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현장이다.

 

비만은 오히려 안전?…한국 여성 유방암, '마른 체형'이 기폭제였다

 우리나라 40~50대 여성에게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방암의 원인이 뜻밖에도 '마른 체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구 여성의 경우 60대 후반에 유방암 발병률이 정점을 찍는 것과 달리, 한국 여성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유방암과 마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국내 의료진은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고들었고, 그 과정에서 한국 여성의 상대적으로 마른 체형적 특성이 폐경 이행기 호르몬 변화와 맞물리며 유방암 발생 시기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건강의 척도 중 하나로 여겨졌던 마른 몸매가 특정 시기에는 오히려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역설적인 상황을 시사한다.강북삼성병원과 서울아산병원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이번 연구는 유방암 발병의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여성 호르몬과 유방 밀도의 변화를 장기간 추적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연구팀은 폐경으로 향하는 이행기에 접어든 여성 4,737명을 평균 7년간 관찰하며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체질량지수 18.5 미만의 저체중 그룹 여성들에게서는 폐경 이행기 초기에 여성 호르몬과 유방조직 밀도가 오히려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유방 밀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위험이 커진다는 의학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마른 여성이 폐경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유방암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반면, 체질량지수 25 이상으로 비만 그룹에 속한 여성들은 정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폐경 이행기를 거치며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유방 밀도 또한 함께 낮아지는 패턴이 나타났다. 즉, 서구 여성들처럼 체구가 있는 경우 폐경기에 접어들며 호르몬과 유방 밀도가 자연스럽게 감소하지만, 마른 체형의 한국 여성들은 같은 시기에 오히려 호르몬과 유방 밀도가 일시적으로나마 치솟으며 유방암 발생에 더 취약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한국 여성의 마른 체형이라는 인종적 특성이 서구 여성보다 이른 나이에 유방암이 발생하는 독특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핵심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이번 연구는 한국 여성의 유방암 발생 시기와 비만도 및 호르몬 변화 사이의 상호작용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향후 폐경 전후 여성의 개인별 체형과 호르몬 변화 양상을 고려한 맞춤형 유방암 검진 및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가령, 마른 체형의 40대 여성이 폐경 이행기에 접어들었다면 이전보다 더 세심한 주의와 적극적인 검진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권고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되어 국제 학술지 '유방암 연구'(Breast Cancer Research)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한국 여성의 특성을 반영한 유방암 예방 관리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