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1.8만 과잉" vs "1.1만 부족" 의사 수 추계의 진실은?

지난달 정부 측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발표한 의사 부족 결과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의협은 13일 자체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의사 수를 억지로 늘리지 않아도 2040년에는 오히려 의사가 약 1만 5000명에서 1만 8000명가량 과잉 공급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반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는 2027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증원 기조를 굳히려는 정부를 향한 강력한 선제공격으로 풀이된다.

 

의협은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의료정책연구원 및 대한예방의학회와 함께 정부 의사인력 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를 열고 정부 추계의 허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추계 방식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의사 생산성 향상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 추계위는 2040년 의사가 최소 5015명에서 많게는 1만 1136명까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의협 측은 AI가 도입되면 의사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진료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박 연구원은 특히 전일제 환산 기준(FTE)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자체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주 40시간 일하는 의사를 1명으로 환산해 계산하는 이 방식에 따르면 2040년 의사 인력은 최대 1만 7967명까지 과잉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현재 의료 현장의 의사들이 주 40시간을 훌쩍 넘겨 일하고 있는 현실에 더해 AI 기술이 확산하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돌볼 수 있어 인력 충원이 불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대응 역시 즉각적이고 날카로웠다. 복지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AI가 업무 효율을 높일 수는 있어도 환자와의 상담이나 정서적 소통 같은 필수적인 진료 영역까지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기술적 보조로 절감된 시간이 곧바로 진료 횟수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협의 가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의협이 제시한 FTE 방식 역시 국가적으로 공인된 공식 통계나 행정 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 의료 인력 추계 시스템의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쓴소리도 터져 나왔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수급추계 시스템을 비교하며 한국 추계에는 방향성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지역의료구상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먼저 설정한 뒤 이에 맞춰 수급 전망을 세우는데 한국은 기초 자료조차 부족한 상태에서 단순한 가정에만 의존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장 교수는 의료 현장의 실제 노동 시간이나 병상 기능 등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추계 결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의협의 이번 발표를 두고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데이터 끼워 맞추기라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의협이 자체 추계 과정에서 2010년부터 2023년까지의 짧은 기간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복지부는 인구 고령화와 같은 장기적 추세를 정확히 반영하려면 최소 25년 치의 장기 데이터가 필요한데 의협의 방식은 통계학적으로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의협이 이번 세미나를 통해 내부 선명성 경쟁에 치중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수급추계위원회는 의료계 단체 추천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협이 스스로 참여한 위원회의 결과를 뒤집는 자체 분석을 내놓은 것은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의 강경한 입장에 발을 맞추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의협은 이번 세미나 외에도 1인 시위 등을 병행하며 의대 증원 논의를 지연시키기 위한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흔들림 없이 이번 달 안으로 내년도 의대 정원 결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같은 날 열린 제3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에서도 위원들은 내년도 증원 규모 확정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제는 소모적인 숫자 논쟁에서 벗어나 지역별 의사 배분과 같은 실질적인 의료 개혁 과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2040년의 의사 수가 부족할지 아니면 남을지에 대한 논쟁은 단순한 산술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고도의 정치적, 사회적 싸움으로 변모했다. AI 기술이 의사의 손길을 어디까지 대신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고령화 시대에 국민이 원하는 의료 서비스의 양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달 말 정부가 내놓을 최종 숫자가 이 거대한 갈등의 종지부를 찍을지 아니면 더 큰 충돌의 신호탄이 될지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조현병 아들 폭주 막다 숨진 어머니

경기 용인의 한 평범한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참혹한 존속살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며 외출을 만류하던 70대 노모를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20대 아들에게 검찰이 무거운 형벌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의 심각성과 함께 고령의 어머니가 겪었을 마지막 순간의 고통에 대해 안타까움 섞인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24일 법조계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13형사부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한 변론을 모두 종결했다. 이날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A씨에게 징역 26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단순한 수감 생활을 넘어 사회 격리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치료감호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재판부에 함께 요청했다. 검찰의 이러한 강력한 조치는 범행의 잔혹성과 재발 위험성을 모두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22일 늦은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조현병을 앓고 있던 A씨는 당일 오후 10시쯤 갑자기 불특정 다수를 살해해야 한다는 끔찍한 망상에 사로잡혔다. 그는 실제로 흉기를 챙겨 집 밖으로 나가려 시도했고 이를 발견한 어머니 B씨가 아들을 필사적으로 막아 세웠다. 아들이 범죄자가 되는 것을 막으려 했던 어머니의 숭고한 모성애는 돌아올 수 없는 비극으로 돌아왔다. A씨는 자신을 가로막는 어머니를 향해 들고 있던 흉기를 수차례 휘둘렀고 고령의 B씨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범행 직후 A씨는 그대로 현장을 벗어나 도주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경찰에 의해 범행 20여 분 만에 인근 거리에서 체포됐다. 체포 당시 A씨의 상태는 더욱 기괴했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신발조차 신지 않은 맨발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거 과정에서 A씨 역시 손을 크게 다쳐 병원 수술을 받아야 했을 정도로 당시 상황은 긴박하고 처참했다. 평범한 가정집을 피로 물들인 아들의 광기는 경찰차 안에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이날 법정에서 진행된 최후 변론에서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특히 정신감정 결과 피고인이 앓고 있는 조현병 증세가 이번 사건 발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명시하며 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부각했다. A씨 또한 최후 진술을 통해 매일 조현병과 싸우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다.그러나 여론은 차갑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머니를 살해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범행 동기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 예고였다는 점은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 아들의 폭주를 몸으로 막아내며 타인들의 생명을 구하고 정작 자신은 아들의 손에 숨진 어머니의 희생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이번 사건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관리 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가족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정신질환을 방치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징역 26년이라는 검찰의 구형량은 피고인의 젊은 나이를 고려했을 때 사실상 청춘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엄중한 처벌이다. 하지만 유가족과 사회가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어떤 형량도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현재 A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에 대한 최종 판단은 이제 재판부의 몫으로 남겨졌다. 조현병이라는 질병이 감형의 사유가 될지 아니면 반인륜적인 존속살해라는 범죄의 위중함이 우선시될지에 대해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치료감호 청구는 그가 형기를 마친 후에도 사회에 바로 복귀하지 않고 전문적인 치료를 병행하며 감시를 받게 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반영된 대목이다.용인 아파트 단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번 사건의 최종 선고 공판은 오는 4월 16일에 열릴 예정이다. 어머니의 마지막 만류를 뿌리치고 흉기를 휘두른 아들이 법의 심판대 위에서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 모자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정신질환 범죄 예방과 치료에 대한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