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

샤넬·이케아 등장…평양 시내 유례없는 호황

 러시아와의 밀접한 군사 협력과 대규모 무기 제공을 고리로 북한 경제가 이례적인 활기를 띠고 있다. 대북 제재 장벽을 뚫고 대규모 외화가 유입되면서 수도 평양 중심가에는 화려한 색채의 초고층 주거 단지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주요 상업 시설과 백화점 매장에는 스위스 명품 시계와 프랑스 고급 화장품, 해외 가구 제품이 전시되어 유통되는 등 겉으로 드러나는 도시 소비 수준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소비 방식 역시 과거와 비교해 현저히 고도화된 양상을 보인다. 최신 편의 기능을 갖춘 고가의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와 전자 결제 체계가 평양 시내에 정착했다. 현지 실태를 분석해 온 전문가들은 과거 특정 특권층에 국한되었던 사치품 소비가 최근 수년 사이에 건설과 상업, 여가 시설 전반으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평가한다.

 


이 같은 표면적 번영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외 군사 물자 거래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규모 군수품과 병력을 공급한 대가로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과 물자를 획득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중국과의 교역 물량이 가파르게 늘어난 점과 가상자산 탈취를 통한 외화 수입이 더해지면서 국가 재정 수입이 대폭 늘어났다.

 

유입된 자금은 북한의 주요 경제 지표를 크게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년 대비 확연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의 생산을 자극했다. 군수 물자 생산을 위한 제조업 분야가 활성화되고 도심 인프라 확충 사업이 이어지면서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국정 전반에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외교 정책 전문가들과 경제 연구진은 최근의 경제적 호조가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과거 타국이 외화 수입을 국가 전반의 산업 인프라 확충과 제조 기반 고도화로 연결했던 사례와 달리, 북한은 내부적인 제도 개혁이나 민간 경제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입된 외화가 유용한 생산 자본으로 선순환하기보다 시각적 성과 중심의 토목 사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평양 시내에서 관측되는 화려한 소비 풍경과 건설 열풍은 대외 특수라는 한시적 요인이 만들어낸 착시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내부의 체질 개선이나 자율적 시장 성장이 전제되지 않은 구조에서는 외부 자금 유입이 단절될 경우 성장 동력이 순식간에 약화할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의 구조적 경제 개혁이 병행되지 않는 한 현재의 경기 호조는 단기적 현상에 머무를 전망이다.

 

탄가루 길에서 힐링로… 운탄고도의 변신

 과거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견인하며 검은 탄가루를 날리던 거친 산길이 이제는 자연과 역사가 호흡하는 명품 트레킹 코스로 재탄생했다.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서 출발해 정선과 태백을 거쳐 삼척 바다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173㎞의 '운탄고도133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해발 1330m의 만항재에서 이름을 딴 이 길은 과거 석탄을 옮기던 높은 도로라는 뜻을 품고 있으며, 폐광 이후 오랫동안 잊혔다가 친환경 숲길로 거듭났다.1950년대부터 조성된 이 길은 과거 육중한 대형 트럭들이 쉼 없이 오가며 광산의 열기를 전하던 핵심 산업 동선이었다. 치열했던 생산의 현장이 떠난 자리는 이제 쾌적한 생태 탐방로가 대체하고 있다. 특히 정선 하이원리조트 인근에 위치한 약 5㎞ 길이의 운탄고도 구간은 초기 탄광의 흔적과 백두대간의 압도적인 능선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탐방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핵심 코스로 꼽힌다.해당 코스의 중심점이라 할 수 있는 '도롱이연못'은 탄광 개발의 아픔과 가족의 염원이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다. 1970년대 지하 갱도가 주저앉으면서 형성된 이 싱크홀 연못에는 자연스럽게 물이 고이고 도롱뇽이 상주하기 시작했다. 당시 막장에 들어간 광부의 아내들은 연못 속 도롱뇽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며 지하 갱도가 무너지지 않았음을 가늠했고, 남편이 무사히 귀환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연못을 지나 길을 따라 이동하면 해발 1177m 지점에 위치한 '1177갱'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처음으로 개발을 시작했던 탄광으로, 고한과 사북 지역 전체 탄광 역사의 출발점이라는 심볼릭한 의미를 지닌다. 갱도 입구 앞에는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도시락통을 든 채 어린 딸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는 광부 동상이 서 있어 당시의 고단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전한다.안전상의 이유로 굳게 닫힌 갱도 입구 틈새로는 지금도 서늘한 냉기가 흘러나와 옛 광부들의 거친 숨소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캄캄하고 좁은 지하 막장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땀 흘렸을 광부들의 숭고한 노고는 갱도를 등지고 서 있는 백두대간의 장엄한 푸른 능선과 대비되어 방문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한때 소음과 탄가루로 가득했던 비극과 노고의 공간은 이제 지친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네는 휴식처로 변모했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기억의 자산으로 승화시킨 운탄고도는 걷기 여행객들에게 강원도 고원 지대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생태·문화적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