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동두천 '성병관리소' 보존 촉구

 김 씨(67·여)는 1976년 열아홉에 미군 장교 클럽 광고를 보고 소개업자에게 속아 기지촌 성매매 업소에 들어갔다. 그는 2년간 일하며 많은 빚을 지게 되었고, 미군 병사와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동두천 기지촌에서 성병관리소에 강제로 끌려가 페니실린 주사를 맞는 등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1973년부터 1996년까지 운영되며 기지촌 여성들을 강제로 격리하고 성병 검사를 시행한 곳으로, 국가가 성매매를 조장한 증거로 남아 있다. 

 

현재 동두천시는 이 성병관리소를 철거하고 관광 개발을 추진 중이며,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김 씨는 성병관리소의 보존을 주장하며, 자신의 과거가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다. 그는 기지촌 여성들이 겪었던 고통을 기억하고, 이를 후세에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철거 위기에 처해 있으며, 김 씨와 시민단체는 이곳을 근현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탄가루 길에서 힐링로… 운탄고도의 변신

 과거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견인하며 검은 탄가루를 날리던 거친 산길이 이제는 자연과 역사가 호흡하는 명품 트레킹 코스로 재탄생했다.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서 출발해 정선과 태백을 거쳐 삼척 바다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173㎞의 '운탄고도133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해발 1330m의 만항재에서 이름을 딴 이 길은 과거 석탄을 옮기던 높은 도로라는 뜻을 품고 있으며, 폐광 이후 오랫동안 잊혔다가 친환경 숲길로 거듭났다.1950년대부터 조성된 이 길은 과거 육중한 대형 트럭들이 쉼 없이 오가며 광산의 열기를 전하던 핵심 산업 동선이었다. 치열했던 생산의 현장이 떠난 자리는 이제 쾌적한 생태 탐방로가 대체하고 있다. 특히 정선 하이원리조트 인근에 위치한 약 5㎞ 길이의 운탄고도 구간은 초기 탄광의 흔적과 백두대간의 압도적인 능선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탐방객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핵심 코스로 꼽힌다.해당 코스의 중심점이라 할 수 있는 '도롱이연못'은 탄광 개발의 아픔과 가족의 염원이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다. 1970년대 지하 갱도가 주저앉으면서 형성된 이 싱크홀 연못에는 자연스럽게 물이 고이고 도롱뇽이 상주하기 시작했다. 당시 막장에 들어간 광부의 아내들은 연못 속 도롱뇽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며 지하 갱도가 무너지지 않았음을 가늠했고, 남편이 무사히 귀환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연못을 지나 길을 따라 이동하면 해발 1177m 지점에 위치한 '1177갱'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처음으로 개발을 시작했던 탄광으로, 고한과 사북 지역 전체 탄광 역사의 출발점이라는 심볼릭한 의미를 지닌다. 갱도 입구 앞에는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도시락통을 든 채 어린 딸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는 광부 동상이 서 있어 당시의 고단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전한다.안전상의 이유로 굳게 닫힌 갱도 입구 틈새로는 지금도 서늘한 냉기가 흘러나와 옛 광부들의 거친 숨소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캄캄하고 좁은 지하 막장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땀 흘렸을 광부들의 숭고한 노고는 갱도를 등지고 서 있는 백두대간의 장엄한 푸른 능선과 대비되어 방문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한때 소음과 탄가루로 가득했던 비극과 노고의 공간은 이제 지친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네는 휴식처로 변모했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기억의 자산으로 승화시킨 운탄고도는 걷기 여행객들에게 강원도 고원 지대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생태·문화적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