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부산 전역으로 번지는 '대학생 탄핵 갈등', 캠퍼스 안전 비상

 부산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과 이를 비판하는 맞불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부산 지역 대학가 전체로 탄핵 찬반 집회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각 대학은 학내 안전 문제와 갈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26일 지역 대학들의 보고에 따르면, 고신대 학생들이 27일 영도구 동삼동 75광장에서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시국선언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어서 부산외대에서는 '자유를 수호하는 외성인들'이라는 학생 단체가 28일 금정구 부산외대 만오기념관 앞에서 같은 취지의 집회를 준비 중이다. 동아대학교에서도 '자유민주수호를 위한 동아인들'이 다음 달 3일 서구 동아대 부민캠퍼스 정문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시국선언이 각 대학 총학생회의 공식 주최가 아니라, 탄핵에 반대하는 뜻을 가진 일부 학생들과 부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진행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이에 맞서 동아대 민주동문회와 일부 학생들은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열리는 날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 형식의 맞불 행동을 예고해, 양측 간 충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부산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도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잇따라 개최되었다. 특히 26일 오전 이화여대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자 같은 장소에서 탄핵 찬성 집회가 동시에 진행되어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고성과 욕설이 오가며 긴장감이 고조되었고,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 각 대학은 안전 문제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4일 부산대학교에서는 학교 정문 인근에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학생 40명과 함께 약 500명의 시국선언 참석자들이 집결했다. 동시에 부산대 민주동문회 회원 100명과 탄핵 찬성 학생 40명도 인근에서 각각 집회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만일의 사태를 우려한 경찰은 200명의 인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언쟁과 욕설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이에 부산외대 측은 적극적인 안전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탄핵 반대 시국선언만 예정되어 있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사설 보안업체와 학교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안전 점검 및 필요한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캠퍼스 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학가의 이러한 정치적 갈등은 최근 비상계엄 선포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한 국가적 혼란이 대학 사회로까지 확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 내에서도 정치적 견해가 양극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대학 캠퍼스가 정치적 갈등의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대 장승진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사태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의 집회를 단순히 정치색과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최소한의 합리성과 논리를 갖추지 않고 상대를 혐오하는 주장을 펼쳐 갈등이 격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은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토론되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대학가에서의 탄핵 찬반 집회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각 대학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특히 양측 간의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건전한 토론 문화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학 사회의 분열을 막기는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다…영화 '어쩔수가없다'에 숨겨진 미친 상징들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관객들에게 N차 관람을 유도하는 숨은 디테일들을 공개하며 흥미를 더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는 서사 곳곳에 의미심장한 상징과 장치를 배치해 관객들이 다채로운 해석을 내놓게 만든다. 모든 것을 다 이뤘다고 생각했던 순간 해고 통보를 받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가장 만수(이병헌 분)의 처절한 재취업 분투기를 그린 이 영화는, 그의 내면을 상징하는 정원의 식물부터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대화하는 옛 가요, 인물들의 관계를 암시하는 의상에 이르기까지, 스쳐 지나가기 쉬운 모든 요소에 깊은 의도를 담아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영화의 핵심적인 상징 중 하나는 만수의 정원 한가운데 자리한 '배롱나무'다. 박찬욱 감독은 근육질 몸을 연상시키는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나무의 몸통과 굵은 가지가 주인공 만수를 떠올리게 해 이 나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분홍색 꽃잎과 달리 비틀리고 거친 몸통을 가진 배롱나무의 모습은, 평온해 보이는 가장의 삶 이면에 숨겨진 만수의 고뇌와 거친 성장 과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여기에 '부귀'라는 꽃말은 그가 자신만의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정원 입구에 심어진 '위성류'라는 식물의 꽃말은 '범죄'로, 앞으로 만수에게 닥쳐올 파국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작용하며 섬세한 연출에 감탄하게 만든다.영화의 또 다른 백미는 적재적소에 활용된 추억의 한국 가요들이다. 특히 만수와 범모(이성민 분), 아라(염혜란 분)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는 난투 장면에서는, 극적인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용필의 경쾌한 노래 '고추잠자리'가 흘러나와 기이하고 아이러니한 웃음을 유발한다. 이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또한, 비 내리는 거리에서 실의에 빠진 만수의 모습 위로 흐르는 김창완의 '그래 걷자'는 그의 자조적인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로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범모와 아라 부부의 애틋한 과거를 장식하는 배따라기의 '불 좀 켜주세요'는 이들의 관계에 복잡한 정서를 더하며 극의 감정선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인물들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의상 또한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다. 만수의 아내 미리(손예진 분)와 범모의 아내 아라는 영화 속에서 동일한 디자인의 니트를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입고 등장한다. 이는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지만 전혀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두 인물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박찬욱 감독은 만수가 이들 부부를 보며 자신의 부부 관계를 반성하고 아내를 의심하게 되는 등,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 같은 설정을 원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어쩔수가없다'는 감독이 세심하게 설계한 상징들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곱씹어볼 때 더욱 깊은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