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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무역전쟁에 '금테크' 광풍... 골드바는 품절, 은행 금 통장은 70% 폭증

 글로벌 무역 갈등과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중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95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3월 말(5660억원)과 비교하면 약 70% 급증한 수치다. 특히 최근 몇 개월간 증가세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7822억원이었던 잔액은 올해 1월 말 8353억원, 2월 말 9165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사상 최초로 골드뱅킹 잔액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골드뱅킹은 은행 통장 계좌를 통해 실물 금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금을 사고팔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실제 금을 보관할 필요 없이 금 시세에 따른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현재 골드뱅킹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금 투자 열풍은 골드바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5대 은행 중 신한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이 현재 골드바를 판매 중이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각각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이는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품귀 현상 때문이다.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 1월 270억원에서 2월 883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급 차질로 인해 판매액이 감소하는 추세다. 금 공급업체들이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일부 은행들은 골드바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금 투자 열풍의 배경에는 국제 금 가격의 상승세가 자리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지난 14일 온스당 3000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격화된 글로벌 무역 전쟁의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갈등, 브렉시트 불확실성,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글로벌 경제의 불안 요소가 증가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 투자는 일반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인식되며, 주식이나 채권 시장이 불안정할 때 투자 포트폴리오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투자자들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동참하며 금 관련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개월간 골드뱅킹 신규 계좌 개설이 크게 늘었으며, 기존 고객들의 추가 매입도 활발하다"며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전향 장기수, 그들은 누구인가? 고문과 배신으로 얼룩진 현대사의 비극

 지난달, 95세의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 씨가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돌아가려다 제지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잊혔던 존재, '비전향 장기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누군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보내주자"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북한의 선전·선동에 이용될 뿐"이라며 격렬히 비난한다. 2000년 마지막 송환 이후 25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이 늙은 공산주의자들의 마지막 소원은 우리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가.'비전향 장기수'는 말 그대로 사상 전향을 거부한 채 수십 년을 감옥에서 보낸 이들이다. 이들을 굴복시키기 위한 '사상 전향 정책'의 역사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 잔혹성이 극에 달한 것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이었다. 1973년, 법무부는 '좌익수형수 전향공작전담반'을 공식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보부, 군 정보부대, 경찰 출신 요원들이 투입됐고, 심지어 교도소 내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자들이 '하수인'으로 동원됐다.진실화해위 보고서 등에 기록된 강제 전향의 실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몽둥이 구타는 기본이었고, 얼굴에 수건을 덮고 물을 붓는 물고문, 바늘로 온몸을 찌르는 고문이 공공연히 자행됐다. 정부는 전향자 1명당 10만 원의 성과금을 내걸며 '인간 사냥'을 독려했다. 이 끔찍한 '공작'의 결과, 1973년 400여 명에 달하던 비전향 장기수는 2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전향을 거부한 이들은 독방에 갇혀 온종일 벽만 봐야 했고, 배식, 운동, 치료 등 모든 면에서 차별받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1975년에는 출소자를 다시 가둘 수 있는 '사회안전법'까지 만들어졌다. 2년마다 갱신 가능한 '보안감호' 처분은 법원의 견제도 받지 않는 사실상의 무기한 재수감이었다. 이 악법은 1989년에야 폐지되었고, 이후 120여 명의 장기수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들 94명의 복역 기간을 합산하니 무려 2,854년, 1인당 평균 30년이 넘는 세월이었다. 고(故) 김선명 씨는 43년 10개월을 복역해 '세계 최장기수'로 기록되기도 했다.이들의 북송은 몇 차례 이뤄졌다. 1993년 인민군 종군기자였던 리인모 씨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처음으로 북으로 돌아갔고,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63명이 대대적으로 송환됐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당시 송환을 원치 않았거나, 강제로 전향했던 이들이 뒤늦게 송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2005년, 참여정부 시절 2차 송환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와 얽히고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문재인 정부 때 다시 운동이 재개되기도 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동력은 사라졌다.그리고 2024년, 95세 안학섭 씨의 '판문점 돌진'이 다시 불씨를 지폈다. 현재 정부에 공식적으로 북송을 요청한 장기수는 안 씨를 포함해 6명. 모두 80~90대의 고령이다. 최후의 여성 빨치산 박수분(94) 씨, 남파공작원이었던 양원진(96) 씨 등 이들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 그 자체다. 이들 중 고향이 북한인 사람은 단 2명. 나머지는 남쪽에서 태어나 좌익 활동을 하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이들이다.한때 30명이 넘었던 2차 송환 희망자는 이제 대부분 세상을 떠나 10여 명 남짓 남았다. 이들의 마지막 소원은 이념 대립을 넘어선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 늙고 병든 이들의 마지막 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