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집중호우 탓만 했는데... 감사 결과 드러난 부산 지하철 공사 '안전 무시' 실태

 지난해 9월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 사고의 원인이 부실한 시공 관리와 감독 체계의 총체적 붕괴 때문이었다는 충격적인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4월 22일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산선 건설사업' 특정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사상~하단선 공사가 지속적으로 지연되고 땅꺼짐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21일부터 11월 15일까지 20일간 진행됐다.

 

문제가 된 사고는 지난해 9월 21일 오전 8시경 사상~하단선 2공구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 규모의 거대한 땅꺼짐이 일어나 소방 배수 지원차를 포함한 차량 2대가 함몰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사고 직후 부산시는 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초기 조사에서 지하사고 조사위는 사고 당시 379mm의 집중호우가 내렸고, 해당 구간의 흙막이 가시설 공사에 적용된 공법이 부적절해 토사유출이 발생하면서 땅꺼짐이 일어난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 단순한 자연재해나 공법 선택의 문제를 넘어 시공 과정 전반에 걸친 심각한 관리·감독 부실이 근본 원인으로 밝혀졌다.

 

감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건설사업관리단은 차수 품질시험을 공인된 업체에 의뢰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시공사에 굴착을 지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도급 업체가 자체 작성한 품질보고서만을 근거로 굴착을 허가했다. 이러한 안일한 절차는 결국 지하수와 토사유출로 이어져 대형 땅꺼짐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발주처인 부산교통공사의 관리 소홀이다. 부산교통공사는 건설사업관리단에 부진한 공정을 만회할 대책을 요구했지만, 이후 대책의 수립과 이행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또한 새로운 공법 적용이 어렵고 예산 추가 확보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공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한 문제점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는 등 건설사업 전반에 대한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 역시 차수 공사의 품질시험과 성과 검토, 흙막이 가시설 공사의 세부 안전관리 계획 이행 등 기본적인 시공관리 업무를 부실하게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에만 집중한 나머지, 안전과 품질 관리라는 기본적인 책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따라 감사위원회는 부산교통공사에 행정 조치 10건(시정 2건, 주의 4건, 통보 4건)과 신분상 조치 33건(훈계 11건, 주의 22건)을 요구했다. 또한 11억 5900만원에 달하는 감액 설계 변경 조치도 함께 요구했다.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에는 벌점 부과를 통보했으나, 이러한 조치가 실제 안전 관리 체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부산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감사를 통해 지하사고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집중 호우 등 외부요인 외에도 시공사·건설사업관리단의 품질·안전·시공관리 과실과 위반이 땅꺼짐의 원인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규명했다"며 "부산교통공사의 지도·감독 미흡을 지적하고 안전 관리체계를 강화해 향후 유사 사고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사 결과는 대형 공공 건설 현장에서 안전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유사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의사 서려경, TKO로 세계 챔피언 등극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근무하는 서려경(35·천안BEAT손정오복싱)이 복싱 세계 챔피언 벨트를 손에 넣었다. 진료와 선수 생활을 병행해 온 그는 프로 데뷔 후 약 6년 만에 여자국제복싱협회(WIBA)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서려경은 10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대연회장 특설 링에서 열린 WIBA 미니플라이급 챔피언결정전에서 태국의 위수따 스리릿티뎃(25)을 꺾었다. 경기는 3라운드 시작 43초 만에 TKO로 끝났다. 자신의 프로 통산 15번째 경기를 세계 타이틀 획득으로 장식한 순간이었다.DND 프로모션이 주최하고 한국복싱커미션(KBM)이 주관한 이번 대결은 라운드당 2분씩 총 10라운드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서려경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무너뜨리며 긴 승부를 허용하지 않았다.첫 다운은 2라운드에 나왔다. 서려경은 위수따를 쓰러뜨리며 승기를 잡았고, 이어진 3라운드에서도 공격을 이어가 다시 다운을 빼앗았다. 박재신 주심은 위수따가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TKO를 선언했다. 두 차례 다운으로 우위를 입증한 서려경은 판정 없이 챔피언 자리를 확정했다.상대인 위수따는 WBC 아톰급 아시아 챔피언으로, 경기 전까지 자신감을 보였다. 서려경이 자신보다 높은 체급에서 아시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위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판정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실제 승부는 심판의 채점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마무리됐다.이번 승리로 서려경의 통산 전적은 11승 1패 3무가 됐다. 11승 가운데 KO와 TKO로 거둔 승리가 8차례로, 승리 경기 중 KO 비율은 약 72.7%다. 프로 무대에서 한 차례 패배했지만 KO패를 당한 적은 없다.챔피언 경력도 한 줄 더 늘었다. 서려경은 앞서 KBM 여자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과 WBA 여자 미니멈급 아시아 챔피언에 올랐다. 여기에 WIBA 미니플라이급 타이틀까지 추가하며 통산 세 번째 벨트를 확보했다. 미니멈급과 미니플라이급은 단체별 명칭에 차이가 있지만 체중 상한은 47.6㎏으로 같다.이번 우승이 더욱 뜻깊은 이유는 장소에 있다. 스위스그랜드호텔은 서려경이 과거 같은 타이틀에 도전했다가 아쉬움을 삼켰던 곳이다. 그는 2024년 3월 일본의 요시카와 리유나와 WIBA 미니플라이급 챔피언결정전을 치렀지만, 무승부에 그쳐 벨트를 차지하지 못했다.이후 약 2년 7개월 동안 재도전의 기회를 준비한 서려경은 같은 무대로 돌아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당시 경기 이후 이번 대결까지 기록한 성적은 4승 1패 1무다. 승리뿐 아니라 패배와 무승부도 경험한 끝에 다시 맞은 타이틀전에서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서려경은 경기 후 이전 도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었던 기억을 돌아봤다. 이어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 훈련에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아쉬움을 남긴 장소가 이번에는 세계 챔피언 등극의 무대로 바뀐 셈이다.시선은 이제 다음 도전으로 향한다. 이번에 서려경이 정상에 오른 WIBA는 프로복싱의 4대 메이저 기구인 WBA·WBC·IBF·WBO와는 별개 단체다. 따라서 WIBA 타이틀 획득과 메이저 기구 세계 챔피언 도전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서려경은 이미 메이저 기구 세계 타이틀전에 나선 경험이 있다. 2025년 1월 일본 도쿄 고라쿠엔홀에서 WBA 미니멈급 챔피언에 도전했지만 패했다. 현재까지 그의 프로 전적에 남아 있는 유일한 패배다.2026년 10월 18일 기준 서려경은 WBA 미니멈급 세계랭킹 2위, WBO 미니플라이급 7위에 올라 있다. 상위권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성적에 따라 다시 메이저 타이틀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이번 경기를 SBS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중계한 황현철 KBM 대표는 2027년 WBA 아시아 타이틀 1차 방어전이 중요한 과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방어에 성공한다면 메이저 기구 세계 정상에 재도전할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의사와 복서라는 두 역할을 이어온 서려경은 이번 승리로 챔피언 경력을 확장했다. 한 차례 놓쳤던 WIBA 벨트를 다시 도전해 차지한 그가 다음 무대에서도 성과를 이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