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학생 사전검열 본격화..유학생들 개강 앞두고 날벼락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외교 공관에 발송한 전문에서 “소셜미디어 심사 및 검증 확대를 준비하기 위해 영사 부서는 추가 지침이 나올 때까지 F, M, J 비자 인터뷰 일정을 새로 추가하지 말라”고 명시했다. 다만 이미 예약된 인터뷰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국무부는 며칠 내에 보다 구체적인 지침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비자 발급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으며, 한국은 인도, 중국에 이어 미국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국가인 만큼 국내 유학생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F 비자는 미국 대학이나 어학연수 기관에서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발급받는 비자로, 가장 일반적인 유학 비자다. M 비자는 직업훈련을 위한 비자이며, J 비자는 교육·예술·과학 분야에서의 교류 프로그램을 위한 비자로 교환 연구자와 교환 학생 등이 대상이다. 국무부의 이번 지침은 이들 모든 비자 유형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는 비자 발급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는 등 혼선이 감지되고 있다. 주한 미 대사관은 경향신문의 관련 질의에 대해 “비자 신청은 계속 가능하지만, 인터뷰 일정은 심사 소요 시간 등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청자의 미국 안보 위협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포함되며, 국무부는 2019년부터 소셜미디어 정보를 제출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검증은 단순한 계정 제출을 넘어, 신청자의 과거 게시물, 댓글, 공유 내역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 매체 악시오스는 “검토 대상에는 인스타그램, 엑스(구 트위터), 틱톡 등이 포함되며, 비자 신청자의 활동 전반이 확인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는 이번 조치의 목적이 “테러리스트 차단과 반유대주의 대응”에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미국 대학가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이어졌고, 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관련 유학생의 비자를 대거 취소한 바 있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들은 반유대주의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외국인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 취소 위협까지 받았다. 루비오 장관 역시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비자는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며 “우리 고등교육 시스템에 위협이 되는 사람들의 비자를 계속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찰스 쿡 전 미국 이민 변호사 협회 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8월 개강을 앞두고 유학생들이 지금쯤 비자를 신청하는데, 이 시점에 인터뷰를 중단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학의 많은 수익이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등록률 감소로 이어질 경우 대학 재정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국제교육연구원이 발표한 오픈도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기준 미국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약 110만 명이며, 이 중 한국 유학생은 4만3149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유학생 중 34.3%에 해당하는 비율로, 세 명 중 한 명은 미국 유학을 선택한 셈이다.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국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비자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SNS 활동에 대한 사후 검열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자 심사에서 SNS 검증이 어떻게 적용될지, 어느 정도의 정보가 수집되고 분석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민 심사의 모든 도구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더 강력한 사상 검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