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정년 65세 연장? 대기업·공공기관만 웃는 '노동 양극화' 폭탄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65세 법정 정년연장'과 '주4.5일제'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벽에 부딪히고 있다. 구체적 논의 없이 시행할 경우 노동시장 격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16일 인사청문회에서 법정 정년연장에 대해 "연금 수급 시기 고려했을 때 올해 진행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논의를 약속했다. 주4.5일제에 대해서는 "가능한 곳부터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올라감에 따라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입법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경영계가 주장하는 '퇴직 후 재고용' 방안이 오히려 노동시장 격차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이 85% 정도인데, 노조가 있고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는 기존 노동조건을 유지하며 정년 연장을 하겠지만, 나머지 회사들은 재고용 촉탁직 형식으로 계속 고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임금격차를 더 키워 정년에 따른 이중구조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도 "하청 노동자 등 간접 고용 형태도 정년연장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는다"며 "보편 적용을 위해서는 법정 정년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장 규모와 고용 형태에 따른 다양한 접근 방식도 제안됐다. 정 교수는 공공기관의 경우 정년 연장 인원을 '정원 외'로 처리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청년들의 고용을 줄이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이라며 "한국의 공공 부문 취업률이 전체의 11%로 OECD 평균 18%보다 낮은 만큼, 공공 부문 인력을 늘려 청년 고용을 하고 정년 연장을 하면 세대 상생형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 지원이 효과적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정년연장을 먼저 도입하는 기업에 정부가 지원하면 중소기업에 정년연장 제도를 우선 도입하는 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제안했다.

 


최근 민주당 정년연장 TF에서는 노동계가 "산업·업종 특성에 따라 직무와 노동시간 조정, 임금체계 개편 여부를 노사 협의·교섭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경영계가 환영했다. 정 교수는 "연공형 임금 체계를 갖고 있는 경우 임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임금의 70~80% 정도 받고 유연근로를 통해 주 4일제, 3일제 근무를 하도록 해 노후 준비도 하고 기업 복지도 받을 수 있도록 노조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비정형 노동자들은 정년연장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노동계는 8월부터 국회 토론회를 통해 이들의 노후 소득 보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주4.5일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일괄 시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부는 주4.5일제를 실시하는 기업에 '일자리 장려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OECD 평균에 맞게 실노동시간 감축을 위해 포괄임금제 폐지, 연차휴가 활성화, 퇴근 후 SNS 금지 등 정책도 병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이 비정형 노동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 교수는 "기업은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을 늘리는 전략을 펼 텐데, 이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기획위원은 "정부는 현재 일을 많이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법부터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산일출봉부터 숨은 노포까지, 국민 추천 여행지 공개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관광지 선정에서 벗어나 국민 4만여 명이 직접 참여해 뽑은 대한민국 여행 명소 9,883곳이 베일을 벗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 추진한 이번 프로젝트는 전문가 추천 후보지를 바탕으로 대국민 투표를 거쳐 최종 목록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다. 중복을 제외한 6,336개의 장소는 유명 관광지에 국한되지 않고 노포, 제철 음식점, 작은 빵집, 기차역 등 일상적 공간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현대인들의 변화된 여행 트렌드를 고스란히 반영했다.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고물가 시대의 생존 전략이 여행 심리에 그대로 투영되었다는 점이다. 100가지 주제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테마는 '착한 가격 식당'이었으며, 숨은 노포와 제철 음식, 빵지순례 등 미식 관련 주제가 상위 10위권 중 4개를 차지했다. 이는 '어디를 보느냐'보다 '무엇을 합리적으로 먹느냐'가 여행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대전의 성심당과 군산의 이성당은 단일 명소로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빵집 하나가 도시 전체의 관광 경쟁력을 견인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전체 주제를 통틀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곳은 제주의 성산일출봉이었다. 성산일출봉은 일출 명소뿐만 아니라 걷기, 사진 촬영, 체험 등 22개 이상의 다양한 주제에서 고른 표를 얻으며 국민적 명소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이어 국립중앙박물관과 경복궁이 뒤를 이었는데, 특히 박물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전시 관람 후 세련된 문화상품(굿즈)을 소비하는 행위가 하나의 여가 문화로 정착하면서, 박물관이 교육 공간을 넘어 복합 문화 여행지로 재평가받고 있는 흐름이 투표 결과에 고스란히 나타났다.역사와 자연을 향한 갈구도 여전히 강력한 여행의 동력으로 확인됐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나 종묘처럼 장소에 얽힌 서사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역사 공간들이 높은 순위에 올랐으며, 피톤치드가 풍부한 힐링 숲이나 자연공원 등 휴식을 강조한 테마도 상위권을 점령했다. 이는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히 걷고 사색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쉼'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장소가 주는 위로와 교육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실속형 여행자가 늘어난 셈이다.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과 경북, 강원이 각각 1,000곳 이상의 명소를 배출하며 강세를 보였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넘어 각 지역의 개성 있는 생활권 명소들이 고르게 발굴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특히 기차역의 재발견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부산역이나 정동진역, 경주역 등은 단순한 이동의 거점을 넘어 사진 명소이자 여행의 시작점으로서 그 자체로 강력한 관광 자원이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의 작은 공간들까지 명소 목록에 포함하며 지역 관광의 다양성을 한층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문체부는 이번에 선정된 명소들을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과 연계해 지도 기반의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용자의 여행 취향 검사 결과에 따라 맛집, 자연, 역사 등 최적화된 동선을 짜주는 기능은 여행 계획 수립의 편의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계절별 '도장 깨기' 프로그램과 참여형 사진 페스티벌 등을 통해 명소 방문이 실제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국민의 손으로 직접 만든 이 방대한 여행 지도는 변화하는 취향에 맞춰 주기적으로 갱신되며 살아있는 관광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