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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가 있었다"... 이재명-트럼프 정상회담 직전 40분간의 '위기 외교전' 전말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폭탄 발언'의 배후에 극우 성향의 마가(MAGA) 세력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전 자신의 SNS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숙청이나 혁명(Purge or Revolution)이 일어난 것 같다"는 글을 게시해 한국 정부 당국을 긴장시켰다.

 

이 발언은 정상회담 시작 불과 3시간 전에 나왔으며, 이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는 "한국 정부가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미군 기지에서 정보 수집을 했다고 들었다"고 추가 발언했다. 이는 최근 순직해병 특검팀의 여의도순복음교회 압수수색과 비상계엄 내란 의혹 특검팀의 오산 공군기지 내 중앙방공통제소 압수수색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백악관 안팎에서는 정상회담 이상 기류설이 돌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다행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임명한 특별검사가 사실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 잘 해결될 것"이라고 답하며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발언이 미국 극우 세력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가(MAGA)는 2016년 트럼프가 내건 대선 캠페인 슬로건(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유래한 트럼프의 강경 지지층을 일컫는다. 특히 트럼프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가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했다"고 언급하며 이재명 정부에 대한 반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 출신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실제로 일이 벌어졌다고 믿지 않아도 이는 중요한 이슈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발언 이후 마가 진영은 즉각적인 호응을 보였다. 미국보수연합에서 활동하며 정상회담 열흘 전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이 대통령은 맹렬한 반미주의자"라고 기고한 고든 창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 영상 클립을 공유하며 "트럼프가 있는 그대로를 말하고 있다. 브라보!"라고 칭찬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이재명에게 상당한 압박을 가했다"며 "이제 우리 차례"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한편, 위기 상황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와일스 실장과 40분간 면담을 통해 한국 정치 상황과 특검 수사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해줄 것을 요청하며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호전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인들도 무서워 못 들어간 독일 슈바르츠발트의 정체

 서울시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6,000㎢의 거대한 숲의 바다, 독일 슈바르츠발트 국립공원이 전 세계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검은 숲'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신비로운 이곳은 고대 로마인들이 숲이 너무 울창하고 어두워서 들어갈 수 없다며 붙인 이름이다. 낮에도 컴컴할 정도로 빽빽한 이 숲은 그림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배경이 되었고,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뻐꾸기시계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독일 남서부 끝에 위치한 슈바르츠발트는 프랑스와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최고봉인 펠트베르크산(해발 1,493m)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장장 2,858km를 흘러가는 다뉴브강의 발원지가 된다. 주요 수종인 가문비나무와 전나무가 30m 이상 뾰족하게 자라 햇빛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모습을 자랑한다. 150년 전 조성된 인공조림지이지만, 현재는 생태계 관리를 통해 다양한 식물들이 함께 자라도록 하는 혁신적인 관리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슈바르츠발트의 독특한 점은 자연공원과 국립공원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지역이 자연공원으로 지정되어 지속가능한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기여에 중점을 두는 반면, 면적 100㎢의 핵심 숲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둔다"는 원칙 하에 야생동식물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 관리 시스템은 보존과 이용의 균형을 맞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이곳의 북쪽 거점도시는 바로 그 유명한 바덴바덴이다. 1981년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이곳에서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결정한 '바덴바덴의 기적'으로 한국인들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도시다. 당시 일본 나고야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순간은 지금도 많은 한국인들의 가슴 뜨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슈바르츠발트는 명실상부한 여가 활동의 천국이다. 2만3,000km에 달하는 탐방로와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유럽의 장거리 탐방로와 연결되어 있다. 특히 북쪽 끝 포르츠하임에서 남쪽 끝 스위스 바젤까지 285km에 걸친 '웨스트 웨그 트레일'을 완주하면 슈바르츠발트의 모든 대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걷기, 등산, 자전거, 래프팅, 패러글라이딩, 스키, 스노보드 등 사계절 내내 모든 종류의 여가활동이 가능하다.가장 인기 있는 관광시설 중 하나는 바트 빌트바트에 있는 트리탑 탐방로다. 높이 40m, 길이 1.25km의 나선형 탐방로는 경사도 6도 이하로 완만해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이 가능하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뾰족뾰족한 나무의 바다'는 방문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거적을 깔고 탄환처럼 내려오는 미끄럼틀은 스릴 넘치는 체험으로 인기가 높다.남쪽 거점도시 프라이부르크는 환경선진국 독일에서도 가장 환경친화적인 도시로 유명하다. 독일 노년층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꼽히는 이곳에서 빨간 기차를 타고 40분이면 독일인들이 사랑하는 티티제 호수에 도착한다. '아기 호수'라는 뜻의 티티제는 해발 840m 고지에 자리한 작지만 아름다운 호수다.티티제의 매력은 호수 자체보다 주변 풍경에 있다. 중세풍 교회와 저택들, 지붕이 넓고 각진 전통 가옥들이 동화 속 마을을 연상시킨다. 상가, 호텔, 간판, 진열품, 심지어 종업원들까지 모든 것이 예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수를 둘러싼 탐방로에서 '검은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들은 정말로 햇빛 한 줌 보기 어려운 깊은 숲의 신비로움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30-40m 높이의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옅은 햇빛, 상큼한 나무 냄새와 향긋한 풀냄새, 비릿한 낙엽 냄새와 구수한 흙냄새가 어우러진 숲속에서 피톤치드 샤워를 즐기는 것은 몸과 마음의 완전한 힐링을 선사한다. 사계절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티티제는 봄에는 수채화 같은 꽃들로, 가을에는 서정적인 물안개로, 겨울에는 설국의 풍경으로 방문객들을 매혹시킨다.슈바르츠발트의 대표 먹거리인 슈바르츠발트 케이크는 이 지역 체리를 겹겹의 시트 사이에 넣고 검은 초콜릿 가루를 뿌리거나, 초콜릿 시트 사이에 체리잼과 생크림을 채운 후 체리로 장식한 달콤한 디저트다. 검은 숲에서 나온 나무로 만든 뻐꾸기시계와 인형 공예품도 인기 기념품이다.독일의 숲 관리 철학은 특별하다. 세계 최고의 과학 강국이지만 국립공원 관리는 전적으로 자연에 맡기는 전략을 취한다. 해충으로 나무가 말라 죽어도 그대로 두어 자연 스스로 복원되도록 한다. 이런 조치로 사라졌던 송골매와 피그미 올빼미가 돌아오는 등 '국립공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인공조림지를 자연숲으로 완전히 복원하는 데는 50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독일은 이 긴 여정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한 여행자는 이렇게 썼다.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들을 그대로 두었더니, 자연 스스로 최선의 방법을 택해 부활했다. 우리가 숲에 베풀어 주어야 하는 시간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베푸는 시간이다." 이는 슈바르츠발트가 추구하는 철학을 완벽하게 요약한 말이다.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슈바르츠발트는 접근성도 뛰어나다. 500번 도로를 따라 스위스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울창한 숲과 연두색 목장, 산중호수가 영화처럼 펼쳐지는 최고의 산촌 풍경을 선사한다. 깊은 산촌의 따뜻한 정과 풍류, 체리 케이크와 수제 맥주, 그리고 주말 축구 응원까지, 슈바르츠발트는 자연과 문화가 완벽하게 조화된 독일의 보석 같은 여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