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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파티가 생지옥으로…스위스 술집 화재, 155명 사상

 새해 첫날 새벽, 세계적인 스키 휴양지인 스위스 알프스에서 발생한 술집 화재로 약 40명이 사망하고 115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프레데릭 지슬레 스위스 발레주 경찰청장은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상자 규모를 발표하며, 부상자 중 다수가 중상이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참사는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겪은 최악의 참사 중 하나"라고 애도했을 만큼, 새해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벌어진 비극으로 스위스 전역을 깊은 슬픔에 빠뜨렸다.

 

사고는 새해맞이 인파로 가득 찼던 발레주 크랑몽타나의 '르 콘스텔라시옹'이라는 술집에서 새벽 1시 30분경 발생했다. 축제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시간, 갑작스럽게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져나갔다. 특히 사고가 난 술집은 출입구가 비좁아, 아비규환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빠져나오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명피해를 키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스테판 강제 발레주 장관은 희생자 대부분이 "새해 전야의 축제 분위기를 즐기던 젊은이들이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했다.

 


현재 스위스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베아트리스 피유 발레주 검찰총장은 초기 보도에서 제기된 폭발 가능성이나 테러 공격 가능성은 전면 배제했으며, 단순 화재가 대형 참사로 번졌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목격자들은 샴페인 병에 장식용으로 꽂아 둔 초의 불꽃이 술집 천장에 옮겨붙으면서 불이 시작됐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수사 중인 사안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장 감식과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사고의 전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취임 첫날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은 참사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하며,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닷새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조기를 게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당국은 현재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화재로 인한 훼손 상태가 심해 최종 신원 확인까지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전해진 비극적인 소식에 전 세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km 거리 두 축제, 왜 꽃무릇·상사화일까

전남 함평과 영광의 가을 축제가 붉은 꽃을 따라 나란히 막을 올렸다.함평군은 오는 20일까지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제27회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를 연다. 인근 영광군에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진행된다. 두 축제장은 직선거리로 약 1.9km에 불과하다.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붉은 꽃길이지만, 축제 이름은 서로 다르다.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식물 이름과 지역 축제의 역사, 행정구역에 따른 산 이름까지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다.지금 남녘 사찰 숲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의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흔히 ‘꽃무릇’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부터 10월 사이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운다. 꽃이 먼저 올라오고 잎은 나중에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개화기에는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대만 군락을 이룬다.반면 엄밀한 의미의 ‘상사화’는 다른 식물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개화 시기와 색이 다르다. 보통 8월 무렵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이후 사라진다. 9월 중순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는 꽃은 상사화라기보다 석산, 즉 꽃무릇에 가깝다.그럼에도 두 이름이 함께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산과 상사화는 모두 상사화속 식물이다. 또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됐다.석산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나온다. 가을 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고, 이 잎은 겨울과 봄까지 산자락을 덮는다. 초가을 현장에서 잎 없이 꽃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온 풍경은 이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 만든 장면이다.사찰 주변에 꽃무릇 군락이 많은 배경도 눈길을 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유명 군락지는 대부분 오래된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이는 꽃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성분을 천연 방부제로 활용했다. 뿌리를 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배접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진다. 좀벌레와 곰팡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남부 사찰 주변에는 석산이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대규모 군락으로 자리 잡았다.함평 용천사 일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함평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군락 면적은 약 40여만 평에 이른다. 숲길과 산책로, 사찰 주변을 따라 붉은 꽃이 이어지며 가을철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영광 불갑사 일대 역시 9월이면 붉은 꽃길을 보려는 방문객이 몰린다. 영광군도 군정 자료에서 불갑산 일대의 대규모 붉은 군락을 석산, 또는 꽃무릇으로 설명한다. 다만 축제 이름은 ‘상사화축제’다.명칭이 갈라진 데는 각 지자체의 축제 전략이 작용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행사를 키웠고,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축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함평군은 2000년 축제 출범 때부터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식 표준명인 석산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해당 식물을 비교적 정확히 가리키는 명칭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산줄기에서 피는 같은 붉은 꽃을 두고, 영광은 상징성과 서사를 앞세운 ‘상사화’를, 함평은 식물 고유명에 가까운 ‘꽃무릇’을 축제 브랜드로 삼았다.산 이름도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영광 쪽에서는 불갑산, 함평 쪽에서는 모악산으로 부른다. 불갑사와 용천사는 직선거리 약 1.9km로 가깝지만, 군 경계를 넘는 순간 축제명과 산 이름이 함께 바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붉은 꽃길을 따라가면서도 두 지역의 다른 해석을 만나는 셈이다.축제를 찾을 때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좋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리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료는 없다. 용천사 뒤편 차밭 산책로와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모악산 등산로와 진입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꽃길도 걸을 수 있다.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등이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축제 시간과 별개로 둘러볼 수 있다.함평의 꽃무릇과 영광의 상사화는 서로 다른 풍경이라기보다, 같은 붉은 꽃을 바라보는 두 지역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하나는 식물의 실제 이름에 기대고, 다른 하나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이 가을의 붉은 숲길은 더 흥미롭다. 꽃을 보러 갔다가 이름의 역사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