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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훈련 끝나면 '인강' 켠다… 확 바뀐 내무반 풍경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군 복무 기간은 더 이상 사회와의 단절이나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다. 최근 입영 예정자들 사이에서 군대를 대학 입시와 취업 준비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른바 '군테크(군대+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병영 내 풍경이 훈련장보다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23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병무청 자료는 이러한 세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공군 현역병 지원자는 약 8만 1천 명으로 2021년 대비 29.5%나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육군 지원자는 31.4% 감소했다.

 

공군 복무 기간(21개월)이 육군(18개월)보다 3개월이나 더 긴데도 지원자가 몰리는 기현상의 배경에는 '학습 환경'이 있다. 공군은 상대적으로 개인 정비 시간이 잘 보장되고, 부대 내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연구소장은 "조금 더 오래 복무하더라도, 확실한 자기 계발 시간을 확보해 전역 후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청년들의 실리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병영 내 자기 계발의 스펙트럼은 과거 영어 단어장을 외우던 수준을 넘어섰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군수(군대+수능)'다. 의대·치대·한의대 등 메디컬 계열 선호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군 복무 기간을 'N수'의 기회로 삼는 병사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사교육 시장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등 주요 교육 업체들은 군 장병 전용 패키지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군수생' 모시기에 나섰다. 수강료 할인과 환급 혜택은 기본이고, 군부대 직배송 시스템까지 갖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행정병이나 운전병이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 좋다"거나 "자기계발 지원금 12만 원을 교재비로 활용하라"는 식의 '군생활 입시 공략집'이 공유되기도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청년들에게 군 복무는 입시나 취업의 '마지막 승부처'로 인식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사회의 단면이 병영 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20대 청춘들의 치열한 생존 전략이 군대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선관위, 여성 2명 떨어뜨리려 점수 조작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과정에서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면접 점수를 임의로 조작한 인사 담당자들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창원지검 형사4부는 국가공무원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상남도선관위 소속 간부급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공정한 채용 절차를 관리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조직 내 성별 구성비를 우선시해 합격권에 든 여성 응시자들을 고의로 탈락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1년 실시된 경남선관위의 경력경쟁채용 시험이었다. 당시 면접 심사 결과 상위 5명이 모두 여성으로 결정되자, 인사 담당자였던 A씨와 B씨는 성비 불균형을 우려해 점수 조작에 가담했다. 이들은 면접위원들이 연필로 임시 기재해 둔 평가표를 악용해 여성 합격자 2명의 점수를 깎아내리고, 대신 불합격권에 머물던 남성 응시자 2명의 점수를 높여 합격권을 뒤바꾼 것으로 드러났다.조작 방식은 대담하고 치밀했다. 담당자들은 면접위원들의 연필 채점 결과를 지우거나 그 위에 사인펜으로 덧쓰는 수법으로 최종 점수를 변조했다. 이후 마치 정상적인 심사 과정을 거쳐 합격자가 선정된 것처럼 허위 공문서까지 작성해 결재를 올렸다. 헌법기관의 인사 시스템이 담당자 몇 명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무력화된 셈이다. 이러한 조직적 범행은 2년이 지난 2023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야 세상에 밝혀졌다.범죄의 결과로 합격과 불합격이 뒤바뀐 응시자들의 운명은 여전히 엇갈린 상태다. 점수 상향 조작으로 혜택을 본 남성 직원 2명은 현재까지도 선관위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실력으로 합격권에 들었으나 조작으로 탈락했던 여성 응시자들은 원소속 기관의 전출 거부 등 행정적 문제로 인해 끝내 선관위 임용 기회를 얻지 못했다.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구제는 이루어지지 않은 기형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선관위 측은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경력채용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등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실추된 기관의 신뢰도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경남선관위 관계자는 재판의 최종 결과가 나오는 대로 현재 근무 중인 관련 직원들에 대한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인사 행정의 공정성을 훼손한 책임론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검찰은 이번 사건을 국가 기관의 근간인 인사 제도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특히 피고인들이 허위 공문서까지 행사하며 채용 비리를 은폐하려 한 점을 무겁게 보고 공소 유지에 만력을 다할 방침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점수 조작의 구체적인 경위와 상부의 묵인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결과에 따라 선관위 조직 전체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