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차마고도에 남겨진 고대 도시

 중국 윈난성의 험준한 협곡을 따라 형성된 차마고도는 단순한 교역로를 넘어 나시족의 독특한 정신세계와 역사가 숨 쉬는 거대한 박물관이다. 최근 인문학적 탐사를 통해 재조명된 리장 일대의 옥수채와 수허고진은 나시족의 영적 지주인 동파문화와 차마고도의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보여주는 핵심 거점이다. 옥룡설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옥수채는 나시족이 신성시하는 동파교의 성지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노래하는 이들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학술적·관광적 가치가 매우 높다.

 

옥수채의 중심에는 3단 폭포인 신룡삼첩수가 흐르며 나시족의 시조인 동파십라를 모신 신비한 샘이 자리한다. 동파십라는 대자연의 화신으로 숭배받으며, 그 모습은 자애로운 할머니의 형상과 용의 비늘이 합쳐진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곳은 리장을 관통하는 옥하의 발원지이기도 하여 '리장의 근원'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매년 열리는 동파회 축제에서는 사제들이 모여 고대 경전을 낭독하고 춤을 추며, 수천 년간 이어온 무형유산의 맥을 잇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시족의 지혜가 집약된 동파문자는 인류 문자 진화의 살아있는 화석으로 평가받는다. 옥수채 문물전청에 전시된 1,400여 개의 상형문자는 갑골문보다 앞선 기원을 가졌으며, 200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나무와 돌에 새겨진 이 문자들은 단순한 기호를 넘어 시를 짓고 역사를 기록하는 도구로 쓰였다. 제례 의식에 사용된 목우와 석우 등 유물들은 나시족이 자연물 하나하나에 신성을 부여하며 얼마나 정교한 종교 문화를 구축했는지 증명한다.

 

리장고성보다 더 깊은 역사를 간직한 수허고진은 차마고도의 영광을 증언하는 역원 마을이다. 춘추전국시대부터 나시족의 정착지가 형성된 이곳은 명나라와 청나라를 거치며 상공업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청룡하를 중심으로 1,000여 채의 전통 가옥이 보존되어 있으며, 명당의 조건을 갖춘 배산임수의 지형은 과거 마방들이 여독을 풀던 평화로운 풍경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수허는 나시족의 농경 문화와 차마고도의 상업 문화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이다.

 


수허고진의 사방청음 광장과 차마고도박물관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문화적 교차로 역할을 한다. 광장 곳곳에 세워진 말 동상들은 이곳이 과거 군마와 파발마가 상주하던 교통의 요충지였음을 상기시킨다. 박물관으로 개조된 옛 사찰 건물들에는 티베트 양식의 불화와 호법신 벽화가 남아 있어, 차마고도를 통해 유입된 다양한 종교적 색채가 나시족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보여준다. 25m 길이의 석조 아치교인 청룡교는 수백 년 세월 동안 마방들의 발길을 견뎌온 역사의 산증인이다.

 

차마고도를 따라 형성된 윈난성의 문화유산들은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문명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에 대해 깊은 울림을 준다. 옥룡설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옥수채를 거쳐 수허고진의 수로를 타고 리장 도심으로 흘러드는 과정은 나시족의 삶 그 자체다. 상형문자로 기록된 고대의 지혜와 돌길에 새겨진 마방들의 흔적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살아 움직이는 문화적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윈난의 옛길은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인류가 지켜온 공존의 가치를 확인하는 성스러운 통로로 남았다.

 

“소방이 재정 빨대?” 추미애 한마디에 국감장 밖도 ‘활활’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국정감사 발언이 소방 재정 책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온 ‘소방 재정 빨대’ 표현을 두고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가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지방정부 재정 부담과 소방 국가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커지는 분위기다.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14일 성명을 내고 추 지사의 발언을 “소방공무원을 재정 부담의 원인으로 몰아간 망언”이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전국 7만 소방공무원들은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며 추 지사에게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논란은 지난 13일 국회 행안위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 재정 상황을 질의하며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인건비와 운영비 상당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권 의원은 소방 재정에서 국비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로 질의했다.이에 추 지사는 답변 과정에서 “의원님 말씀처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 소방 인건비가 2027년 1조1000억 원 수준에 이를 수 있고, 사업비도 5000억 원가량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발언의 취지는 지방재정에 과도하게 전가된 소방 비용 문제를 지적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표현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소방노조는 특히 ‘빨대’, ‘잡아먹는다’는 표현에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재난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고, 구조·구급 현장을 지키는 소방관들을 예산 낭비 요인처럼 표현했다”며 “이는 현장 대원들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말실수 차원을 넘어 소방 국가직화 이후 미완의 재정 구조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방공무원은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실제 예산 집행에서는 지방정부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광역자치단체들은 인건비와 장비 확충, 청사 개선 등 소방 관련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주장한다.반면 소방노조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 방향이 소방 조직을 비난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제도적 모순이 있다면 도지사는 정부와 국회에 국비 지원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며 “현장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표현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번 사안은 여야 공방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추 지사의 표현을 문제 삼아 공세에 나설 수 있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방재정 구조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를 강조하며 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방관 처우와 안전 예산은 정쟁화될 경우 역풍이 클 수 있어 정치권의 대응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논란의 핵심은 소방 예산을 ‘비용’으로 볼 것인지, 국민 안전을 위한 ‘국가 책임 투자’로 볼 것인지에 있다. 추 지사의 발언은 지방정부의 재정 압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현장 대원들이 받아들인 메시지는 달랐다. 소방노조는 추 지사의 공식 사과와 함께 정부·국회의 소방 재정 지원 확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