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조성진의 체임버 콘서트, 전율의 브람스 사중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독주회의 화려함을 잠시 내려놓고 동료들과의 긴밀한 호흡이 돋보이는 실내악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이번 콘서트는 조성진이 올해의 인하우스 아티스트로서 준비한 특별한 여정의 정점이었다. 그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연주자들을 포함해 오랫동안 교감해온 정상급 음악가들과 함께 브람스의 내밀한 세계를 탐구했다. 2,000여 명의 관객은 숨소리조차 들릴 듯한 긴장감 속에서 연주자들이 서로를 신뢰하며 빚어내는 소리의 향연에 매료되었다. 이번 공연은 실내악이 가진 독특한 매력과 조성진의 깊어진 음악적 지평을 동시에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공연의 전반부는 브람스의 만년과 청년기를 오가는 독특한 악기 조합으로 채워졌다. 첫 곡인 클라리넷 삼중주에서는 베를린 필 수석 벤젤 푹스와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가 조성진과 합을 맞췄다. 푹스의 클라리넷은 맑고 따뜻한 음색으로 고색창연한 정취를 자아냈으며, 솔타니의 첼로는 묵직한 저음으로 홀 전체를 휘감았다. 조성진의 피아노는 두 악기의 대화를 조율하며 때로는 속삭이듯, 때로는 강렬하게 감정의 파고를 조절했다. 악기들이 서로의 음량을 세밀하게 조절하며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모습은 마치 정갈한 한식 정찬처럼 각기 다른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조화를 보여주었다.

 


이어진 호른 삼중주에서는 슈테판 도어의 호른과 다이신 카시모토의 바이올린이 가세해 무대의 색채를 바꿨다. 브람스가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아 쓴 이 곡에서 도어의 호른은 '검은 숲'의 안개처럼 먹먹하고 서글픈 소리를 들려주었다. 카시모토의 유려한 바이올린 선율이 그 위를 비단처럼 덮었고, 조성진은 한 음씩 계단을 오르는 듯한 타건으로 천상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애도하는 마음이 극에 달한 3악장에서 흔들림 없이 이어지는 호른의 고동과 이를 뒷받침하는 피아노의 투명한 울림은 관객들에게 황홀한 슬픔을 선사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2부에서는 조성진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주었던 피아노 사중주 1번이 연주되었다. 비올리스트 박경민이 합류한 이번 사중주는 연주자들의 지향점이 완벽히 일치했음을 증명했다. 2악장에서 조성진은 도자기를 빚듯 섬세한 타건으로 무대 위에 보이지 않는 물안개를 피워 올렸다. 현악기들의 음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소리의 질감을 조절하는 그의 모습에서 실내악 연주자로서의 탁월한 역량이 드러났다. 비올라의 중재 덕분에 피아노는 더욱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졌고, 네 명의 연주자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의 밀도는 공연의 몰입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공연의 피날레는 열정적인 춤곡 리듬이 돋보이는 4악장이 장식했다. 연주자들은 벌의 날갯짓처럼 빠른 템포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절도를 유지하며 무아지경의 연주를 이어갔다. 마지막 음이 사라지자마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고, 조성진은 슈만의 피아노 사중주 중 3악장을 앙코르로 선사하며 들뜬 열기를 차분하게 갈음했다. 앙코르 곡이 흐르는 동안 연주자들 사이의 내밀한 숨결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고, 이는 실내악만이 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조성진이 피아노 뚜껑을 닫는 순간, 비로소 관객들은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조성진의 이번 체임버 콘서트는 서울을 시작으로 부천과 부산 등 전국 투어로 이어진다. 실내악 무대를 통해 동료들과의 음악적 신뢰를 보여준 그는 다시 피아노 리사이틀을 통해 독주자로서의 면모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콘서트홀 로비를 두드리는 빗소리와 함께 끝난 이번 공연은 조성진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실내악의 깊은 멋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관객들은 그의 손끝에서 피어난 브람스의 선율을 가슴에 품은 채, 다음 무대에서 보여줄 그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하며 공연장을 떠났다.

 

전통예고 집단 성폭행…피의자 부친·학교 유착 의혹

 동급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피의 학생의 부친과 학교 사이의 오랜 관계가 도마에 올랐다. 피해 학생 보호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더해 후배 학생의 피해 호소에도 학교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사건 처리 과정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18일 한국일보가 보도한 학교 자료와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 확보 자료 등에 따르면, 피의자 A씨의 부친은 전통예중고 강사와 한국국악협회 간부 등을 지낸 국악계 인사다. 최근까지 전통예고에 출강했으며,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생활지도부장과도 15년간 알고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학교와는 물품 거래도 이어왔다. 한국일보의 구매·지출 자료 분석 결과, 전통예고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A씨 부친이 운영하는 악기사에서 최소 1억6078만 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했다. 대부분 수의계약 방식이었다. A씨 부친은 2023년 전통예고 입시 심사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이력도 있다. 다만 이러한 관계가 이번 사건 처리에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논란의 중심에는 신고 이후에도 피해 학생이 피의 학생들과 마주쳐야 했던 학교의 보호조치가 있다. 피해 학생은 지난해 6월 26일 동급생 A씨와 B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학교에 알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5월 경기 안양시의 음악 연습실에서 피해 학생에게 성폭력과 폭행을 가하고, 동의 없이 성적 행위를 촬영한 혐의로 올해 1월 불구속 송치됐다.신고 이후 피해 학생은 원래 교실이 아닌 생활지도부 앞 상담실에서 지냈다. 반면 두 피의 학생은 기존 교실에서 생활했고, 교내 이동에도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자 측 설명이다. 피해 학생과 친구가 추가 분리를 요청했지만, 두 남학생도 이들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조치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두 남학생은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며 피해 학생 등이 허위 소문을 퍼뜨렸다고 주장했다.피해 학생의 부모는 지난해 8월 학교장에게 별도의 서신까지 보내 보호조치 강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피해 학생이 교내에서 A씨를 마주치고 고통을 호소한 정황이 보호자 의견서에 담겼다. 피해 학생은 상담실에서 생활하는 동안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1·2학년 동안 총 이틀이었던 결석은 사건이 발생한 3학년 때 18일로 늘었다.이런 가운데 A씨가 후배에게 부적절한 요구를 했다는 제보도 서울시교육청 등에 접수됐다. 지난해 11월 당시 1학년이던 후배에게 전화해 자취방 위치를 묻고 방문하겠다고 하거나, 춤추는 영상을 보내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후배는 불안감을 느껴 한동안 자취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는 이 사실을 파악한 뒤 A씨에게 구두로 주의를 줬다. 당시 생활지도부장은 졸업 때까지 행동을 조심하라는 취지로 A씨를 타일렀고, 후배에게는 학교폭력 신고가 대학 입학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후 후배가 A씨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서 작성을 강요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전통예고는 보호조치가 미흡했다거나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관련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해 졸업까지 보호와 분리 조치를 시행했으며, 출석 부족에 따른 불이익을 방지하고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생활지도부장도 A씨를 두둔한 적이 없으며 후배 상담과 확인서 작성은 관련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한국일보는 A씨와 부친 측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입장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부친의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학교가 피해 학생 보호와 후속 제보 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가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