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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수술 예후까지 싹, GLP-1의 무한 변신

 비만 치료제의 대명사가 된 GLP-1 계열 약물이 체중 감량을 넘어 의학적 영토를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초기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이 약물은 강력한 살 빼는 효과로 주목받았으나, 최근에는 심혈관 질환 사망률 감소와 관절염 통증 완화 등 전방위적인 건강 개선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위고비 투약 시 알코올 중독자의 폭음 일수가 84%나 급감하는 등 뇌의 욕망 중추에 작용해 각종 중독 증세를 완화하는 새로운 가능성까지 열어젖혔다.

 

정형외과 영역에서의 성과도 눈부시다. 보스턴대와 메이요 클리닉 공동 연구팀의 분석 결과, GLP-1 약물 사용자는 고관절 및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 이후 회복 속도가 빠르고 의료 자원 소모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이 수술 예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덕분이다. 일각에서는 이 약물이 관절의 염증 자체를 억제해 수술의 필요성까지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비만 치료를 넘어 정형외과적 치료 보조제로서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효능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약물의 다각적인 작용 기전이 자리한다. 전문가들은 GLP-1 제제가 인슐린 분비를 돕고 위 배출을 늦추는 기본 기능 외에도, 강력한 항염증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중독과 욕망을 관장하는 뇌 영역에 직접 관여해 술이나 담배, 약물에 대한 갈망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의료계 현장에서는 정식 허가 외 용도로 염증 치료에 처방되는 사례까지 생겨날 정도로 그 활용 범위가 급속히 넓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빛이 강한 만큼 어둠도 짙다. 21세기 최첨단 의약품을 사용하는 이들 사이에서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던 '괴혈병'이 보고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호주 뉴캐슬 보건과학대 연구진은 최근 일부 약물 사용자들에게서 극심한 피로와 잇몸 출혈 등 비타민C 결핍 증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냉장고의 보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영양 결핍 질환이 체중 감량 약물의 부작용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현대 사회에 소환된 것이다.

 


괴혈병의 원인은 약물 자체의 독성이 아니라 사용자의 극단적인 식습관 변화에 있다. 약물의 강력한 식욕 억제 효과로 인해 전체 음식 섭취량이 급감하거나, 메스꺼움 등 위장관 부작용을 피하려 부드러운 가공식품 위주로만 식사하는 편식이 심해진 탓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멀리하게 되면서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C가 바닥나게 된 셈이다. 이는 약물이 유도한 의도치 않은 영양 불균형이 신체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GLP-1 계열 약물은 양날의 검과 같다. 중독 치료와 염증 개선이라는 혁신적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체계적인 영양 관리 없이는 심각한 건강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 처방 시 식단의 질을 관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영양 지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만능 약물에 대한 맹신보다는 약물의 작용과 부작용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즘 빅테크 CEO들의 ‘핏’ 전쟁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들의 옷차림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같은 옷을 반복해 입는 ‘효율의 상징’이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무대와 상황에 맞춰 정치적·사업적 메시지를 담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패션은 더 이상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이자 대중 설득의 도구가 되고 있다.최근 열린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저커버그는 ‘사랑의 언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연애 상담서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표현을 테크 기업 CEO가 공식 무대에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1950년대풍 브로우라인 디자인의 메타 신형 AI 안경을 착용해 이전보다 한층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미국 남성복 평론가 데릭 가이는 CNN에 저커버그가 “의도적으로 스타일을 바꿨다”고 평가했다.저커버그의 패션 변화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는 과거 회색 반소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결정을 줄이기 위한 단순함’을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처럼 실리콘밸리식 효율성을 상징하는 복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의 옷차림은 점점 더 노골적인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지난해 메타 커넥트에서는 라틴어로 ‘저커버그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뜻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고, 40세 생일 행사에서는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는 문구를 선택했다. 당시 AI 경쟁에서 구글과 오픈AI를 추격하던 메타의 야심을 옷으로 드러낸 셈이다.올해 무대에서 ‘사랑’을 앞세운 것도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메타가 공개한 AI 서비스와 스마트 안경은 이용자의 일상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제품이다.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앞세운 정복자 이미지보다 친근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같은 행사에 오른 알렉산더 왕 메타 최고AI책임자의 복장도 화제가 됐다. 그는 사슴 그림이 들어간 녹색 카모플라주 티셔츠와 크록스를 신고 무대에 섰다. 티셔츠는 중고 매장에서 산 30달러짜리로 알려졌다. 메타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스케일AI 지분 49%를 143억달러에 사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가 인재의 초저가 패션’이라는 대비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외신은 이를 Z세대식 투박한 스타일, 이른바 ‘주유소 시크’로 해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가죽 재킷은 이미 기업 브랜딩의 일부가 됐다. 그는 검은 가죽 재킷으로 혁신적이고 강한 테크 리더 이미지를 구축했다. 실제로 그가 2023년 폭스콘 행사에서 입었던 톰 포드 가죽 재킷은 지난 7월 소더비 경매에서 96만달러에 낙찰됐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국빈 만찬에서는 정장을 택했다. 중국과 미국 시장을 동시에 의식해야 하는 엔비디아 수장에게 그날의 옷차림은 개성보다 외교적 균형을 보여주는 수단이었다.일론 머스크의 패션은 더욱 직접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유세 무대에서 검은 MAGA 모자를 쓰고 자신을 “다크 고딕 마가”라고 표현했다. 또 백악관 각료회의에는 ‘Tech Support’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야구모자를 착용하고 참석했다. 정부를 고치는 기술자라는 이미지를 옷으로 연출한 것이다.한때 테크 CEO의 옷은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패션은 사업 전략, 정치적 입장, 대중 이미지가 교차하는 무대 장치가 됐다. 실리콘밸리의 티셔츠 한 장은 더 이상 단순한 티셔츠가 아니다. 때로는 신제품 발표문이고, 때로는 외교 메시지이며, 때로는 권력의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