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도난된 장물로 밝혀진 보물, 결국 지정 취소돼

2016년에 보물로 지정된 ‘대명률’이 도난된 장물로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은 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되는 첫 사례로, 문화재 관리와 지정 과정에서의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대명률’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형법전으로, 조선 시대 형법의 기초가 된 중요한 고서이다. 해당 판본은 1373년에 초간본을 수정하여 1389년에 명나라에서 간행된 것으로, 국내외에서 전해지는 유일본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고서는 2016년 경북 영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던 A씨가 문화유산청에 보물로 지정 신청을 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A씨는 이 고서를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라 주장했으며, 이에 따라 문화유산청은 전문가들의 조사를 거쳐 ‘대명률’을 보물로 지정했다.

 

그러나 지정된 지 4개월 만에 문제가 발생했다. 2016년 11월, 경찰은 문화재 특별단속을 통해 A씨가 2012년에 장물을 취급하는 B씨에게 1500만 원을 주고 ‘대명률’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B씨에게 ‘대명률’을 보물로 지정되면 추가로 1000만 원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보물로 지정된 후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에 B씨는 경찰에 협조하여 이 고서가 도난된 장물임을 폭로했다. 경찰 수사는 이후 A씨의 문화유산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어졌고, 결국 2022년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확정했다.

 

‘대명률’은 원래 경북 경주에 위치한 육신당이라는 서당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 서당은 1878년에 설립되었으며, 1998년에 고서와 기타 유물 81건 235점이 사라졌다고 신고되었다. 이후 2011년에는 국가유산청에 도난 신고도 진행됐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보물로 지정하기 전 이 고서가 도난된 ‘대명률’인지 알지 못했다. 당시 고서가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책이라서 이를 다른 책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도난신고 당시 고서의 사진이 제공되지 않았기에 비교 자료가 부족했던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정 당시 30일의 예고기간 동안 이의 제기도 없었다.

 

문화유산청은 법원의 판결 후 ‘대명률’의 지정 취소를 결정을 내리며, ‘행정기본법’을 근거로 지정이 취소된 첫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지정해제’와는 달리, 지정 취소는 아예 보물로 지정된 사실을 없던 일로 하는 조치이다. 그러나 법적 절차를 거쳐 다시 문화유산으로 신청하면 지정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현재 ‘대명률’은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대법원 판결 후 원 소유자에게 반환하려 했으나, 소유자가 사망한 상태여서 적법한 상속자를 확인 중에 있다. 상속권자가 확인되면 고서는 해당 상속자에게 반환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문화유산 지정 과정에서의 검증 절차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대명률’은 2013년 12월 보물 지정 신청을 했고, 경북도문화유산위원회 심의와 3명 이상의 전문가 조사를 거친 후 보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서의 출처와 입수 경위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음이 드러났다. 서적의 경우 동일한 판본이 여러 권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검증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유물의 출처와 취득 경위를 더 신중하게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화유산의 출처와 취득 경위는 학술적인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서책의 경우 같은 판본이 많아 검증이 어려운 점이 있지만, 문화유산의 출처와 취득 경위가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명률’의 보물 지정 취소는 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되는 첫 사례로, 앞으로 문화유산 지정 시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건이 되었다. 문화재의 관리와 보호에는 신중함과 정확한 절차가 요구되며, 이번 사례는 이러한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수출은 '맑음' 내수는 '흐림', 경제 회복의 두 얼굴

 정부가 우리 경제에 대해 석 달 연속 '회복 국면'이라는 긍정적 진단을 유지했다. 재정경제부는 16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의 강세와 내수 소비의 회복 조짐이 맞물리면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경기 부진의 터널을 벗어났다고 선언한 이후 세 달째 동일한 기조다.이러한 긍정적 판단의 배경에는 구체적인 지표 개선이 자리한다. 지난해 12월 카드 국내승인액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고,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도 28.8% 급증하며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지표들이 회복 신호를 보낸 것이다.다만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전월 대비 2.5포인트 소폭 하락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수가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크게 웃돌고 있어, 소비 심리 자체는 비관보다는 낙관의 영역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했다.수출 전선에서는 반도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12월 전체 수출액은 반도체 산업의 호황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13.4%나 증가하며,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을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하지만 정부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지는 않았다. 건설업계의 부진과 일부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한 고용 시장의 어려움, 더딘 건설투자 회복 속도는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외적으로는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재정경제부는 향후 경기 회복의 온기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소비·투자·수출 각 부문별 활성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잠재성장률 제고와 양극화 해소 등을 목표로 하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