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내란 사태'에 맞선 여성들 이야기 <다시 만날 세계에서>출간

'다시 만날 세계에서'라는 에세이집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광장에서 일어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 출간되었다. 이 책은 ‘내란 사태에 맞서고 사유하는 여성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며, 다양한 여성들이 광장과 사회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엮은 것이다. 필자에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유정, 농업인 김후주, 영화감독 오세연, 시인 유선혜, 칼럼니스트 이슬기, 문화공동체 히응 대표 이하나, 에세이스트 임지은, 문학평론가 전승민, 소설가 정보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참여했다.

 

책의 출간을 기념해 정보라 작가는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참여한 이유와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경험을 전했다. 작가는 당시 해외에서 번역가들로부터 "너희 집에도 군인이 들어왔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언급하며, "북한이 침입한 것도 아니고 전쟁도 아니었지만, 이 상황에서 오히려 해외에서 이런 관심을 받았던 것"이라며 그때의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후, 대구, 서울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 참여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한계를 더욱 실감했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서 정보라는 연대의 힘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는 대구에서의 집회에 참여했을 때, 2030 여성들의 참여율은 서울과 비슷했으나, 발언을 하거나 무대에 올라 자신을 드러내는 여성들의 비율은 현저히 낮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여성,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여성 이주민이 정치적인 광장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인생을 망칠 수 있는 위험한 모험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서울에서나 익명성을 보장받은 여성들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책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인 김후주 농업인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김후주는 충남 아산에서 3대째 유기농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 농업인으로, 엑스(X·옛 트위터)에서 '향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남태령 시위를 세상에 알린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후, 엑스에 올린 ‘상여투쟁’ 제안 글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후주는 이 글을 통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전여농)의 ‘세상을 바꾸는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대행진’으로 이어지며,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대중의 참여를 유도했다. 그의 글은 최고 조회수 400만회를 기록했고, 남태령에 모인 2030 여성들이 그의 글을 보고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태령에서의 시위는 경찰의 차벽을 뚫고 용산 한남동 관저까지 진입하는 극적인 승리의 서사를 만들었다. 김후주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남태령이 이렇게 큰 승리를 거두게 될 줄은 몰랐다"며, "여성, 소수자들이 농민운동과 큰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연대하고 승리한 경험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남태령 시위는 단순히 정치적 목소리를 높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힘의 결집을 실현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는 6일 출간되었으며, 그 다음 날인 7일에는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며 대통령은 관저로 복귀했다. 책을 기획한 안온북스 대표 서효인 시인은 "이 책은 여성, 특히 2030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며, "출간 당시에는 탄핵이 끝난 듯 보였지만,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책에 대한 반응이 더욱 비장해졌다"고 말했다.

 

책은 탄핵 집회와 다양한 시위 현장에서 여성들이 겪은 어려움과 그들이 경험한 연대의 힘을 그리고 있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 는 단순히 시대의 사건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사회에서 겪는 불평등과 모순을 짚어보며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이 책을 통해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한국 사회의 변화를 위한 작은 실천이자 도전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새해 파티가 생지옥으로…스위스 술집 화재, 155명 사상

 새해 첫날 새벽, 세계적인 스키 휴양지인 스위스 알프스에서 발생한 술집 화재로 약 40명이 사망하고 115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프레데릭 지슬레 스위스 발레주 경찰청장은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상자 규모를 발표하며, 부상자 중 다수가 중상이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참사는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겪은 최악의 참사 중 하나"라고 애도했을 만큼, 새해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벌어진 비극으로 스위스 전역을 깊은 슬픔에 빠뜨렸다.사고는 새해맞이 인파로 가득 찼던 발레주 크랑몽타나의 '르 콘스텔라시옹'이라는 술집에서 새벽 1시 30분경 발생했다. 축제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시간, 갑작스럽게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져나갔다. 특히 사고가 난 술집은 출입구가 비좁아, 아비규환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빠져나오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명피해를 키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스테판 강제 발레주 장관은 희생자 대부분이 "새해 전야의 축제 분위기를 즐기던 젊은이들이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했다.현재 스위스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베아트리스 피유 발레주 검찰총장은 초기 보도에서 제기된 폭발 가능성이나 테러 공격 가능성은 전면 배제했으며, 단순 화재가 대형 참사로 번졌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목격자들은 샴페인 병에 장식용으로 꽂아 둔 초의 불꽃이 술집 천장에 옮겨붙으면서 불이 시작됐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수사 중인 사안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장 감식과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사고의 전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취임 첫날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은 참사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하며,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닷새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조기를 게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당국은 현재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화재로 인한 훼손 상태가 심해 최종 신원 확인까지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전해진 비극적인 소식에 전 세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