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

홍준표 vs 김문수, 보수 대선주자 빅매치 시작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7일 헌법재판소를 폐지하고 대법원에 헌법재판부를 신설하자는 구상을 밝혔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개헌 당시 도입된 독일식 헌법재판소 제도는 정치적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헌재가 정쟁과 갈등의 상징이 되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은 법 논리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만, 헌재는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법 논리를 끼워 맞추는 경우가 많아 판결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헌법재판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개헌 시 최우선 과제로 헌법재판소 폐지를 제시하며, 대법관 4명을 증원해 대법원 내 헌법재판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갖고 있는 위헌 법률 심사권, 정당 해산 심판권, 탄핵 심판권 등을 대법원으로 이관해 정치적 논란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홍 시장은 대선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에는 민심과 당심에서 모두 승리해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열겠다"며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조만간 대구시장직에서 사퇴한 후 공식 출마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시장은 대선 공약으로 교육제도 개편도 언급했다. "입시 제도를 바꿔야 한다. 수능을 연 2회 시행해 그중 좋은 점수를 반영하도록 단순화해야 한다"며 대입 제도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보수 진영의 또 다른 대선 주자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5일 자유민주시민연합, 대자연환경연합 등 지지 단체들이 서울 관악구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욕심은 없지만,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출마를 적극 고려하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은 "김문수 장관의 대선 출마 선언은 사명이자 소명이다. 김 장관의 결단을 촉구한다. 이 난국을 외면한다면 국민들은 더욱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김 장관은 "이렇게까지 촉구해주시는 상황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송구하다"며 "나는 개인적 욕심은 없다. 다만 국가가 현재 가는 방향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국회의원 몇 명이 배신해 상대 당과 합세해 200석을 넘긴 다음, 헌법재판관 몇 명이 힘을 합쳐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 이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방식의 정치적 탄핵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통령이 몇몇 헌법재판관의 판단에 의해 쉽게 파면되는 것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장관의 정치적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전광훈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던 그는 당시 국민의힘을 탈당한 상태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직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복당 시점에 대해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장관이 조만간 고용노동부 장관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고용부 관계자는 "김 장관은 복당이나 출마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시장과 김문수 장관의 출마 여부가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보수 진영 내에서 차기 대선 후보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지 주목된다.

 

상금만 1억 부커상, 심사위원 만장일치…'모두가 즐겁게 읽은 어두운 책'의 정체는?

 영국을 넘어 전 세계 영문학계의 시선이 집중된 최고 권위의 문학상, 부커상의 2025년 주인공이 마침내 가려졌다. 현지시간 10일 저녁,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화려한 시상식에서 헝가리·캐나다계 영국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플레시(Flesh)'가 올해의 수상작으로 호명되었다. '플레시'는 헝가리 출신의 한 청년이 수십 년의 세월 동안 헝가리의 낡은 주택 단지를 시작으로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거쳐 런던의 화려한 상류 사회에 이르기까지, 극적인 계급 이동을 겪는 과정을 밀도 높게 추적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개인의 내밀한 욕망과 선택이 거대한 사회 구조와 계급, 권력, 그리고 정체성의 문제와 어떻게 충돌하고 얽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번 부커상 최종 후보 명단에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의 '플래시라이트(Flashlight)'가 포함되어 국내외 문학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으나, 아쉽게도 최종 수상의 영예는 '플레시'에게 돌아갔다. '플래시라이트'는 격동의 동아시아 현대사를 배경으로, 재일교포 남성 '석'과 그와 국경을 넘어 사랑에 빠진 미국인 아내 '앤', 그리고 그들의 딸 '루이자'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가족의 수십 년 세월을 태평양을 넘나들며 그려낸 대서사시다. 한국인의 디아스포라와 정체성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호평받았지만, 올해는 솔로이의 작품이 지닌 독특한 형식미와 주제 의식에 밀려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올해의 수상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성장했으며, 현재는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는 등 경계인의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특히 명문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문단에 데뷔하기 전 금융 광고 영업 부문에서 일했던 독특한 이력은, 그의 작품 세계가 끊임없이 탐구해 온 '계급'과 '욕망'이라는 주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게 한다. 솔로이는 수상 소감에서 "이 책을 쓰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압박에 현명하게 대처하지도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소설은 미학적, 형식적, 심지어 도덕적 위험까지 감수할 수 있는 장르이며, 우리 소설 공동체가 이러한 위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문학의 실험 정신을 역설했다.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플레시'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혀, 작품이 지닌 압도적인 문학적 성취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아일랜드 작가 출신의 로디 도일 심사위원장은 "'플레시'는 분명 어두운 책이지만, 우리 심사위원 모두는 이 책을 즐겁게 읽었다"고 평하며, 극도로 간결한 문체와 의도적으로 활용된 문장 사이의 여백, 그리고 절제된 대화 등 기존의 소설 문법을 과감히 파괴한 작가의 독창적인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 이로써 데이비드 솔로이는 영문학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와 함께 상금 5만 파운드(약 9,600만 원)를 거머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