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휴대폰에 신분증 사진 저장했다가 5000만원 털린 자영업자의 비극

 한 자영업자가 휴대전화 해킹으로 인해 불과 20분 만에 은행 계좌에서 5000만원이 빠져나가는 충격적인 피해를 입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3일 소개된 이 사례는 디지털 금융 사기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5년째 짬뽕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지난 2월 27일 평소 이용하던 통신사로부터 갑작스럽게 휴대전화 해지 문자를 받았다. 본인이 해지 신청을 한 적이 없어 당황하던 중, 곧이어 새로운 통신사에서 휴대전화가 개통됐다는 문자가 도착했고 그 즉시 A씨의 휴대전화는 작동을 멈췄다.

 

"굉장히 황당했다"는 A씨는 즉시 인근 통신사 지점을 찾았다. 직원은 "99% 해킹 당한 것"이라며 빠른 조치를 취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새로 개통됐다는 통신사를 방문했을 때는 알뜰폰으로 개통된 것이라 해지 권한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체념한 채 집으로 돌아온 A씨에게 더 큰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 B씨의 휴대전화로 '1000만원 이체' 알림이 10~20초 간격으로 총 5번 울린 것이다. A씨는 "아내 휴대전화로 제가 마이너스 통장 알림을 해놨었는데 총 5000만원이 이체됐다고 알림이 뜨면서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가 해지된 후 통장에서 5000만원이 빠져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0분에 불과했다.

 


A씨는 사태의 원인을 추정하며 "2~3개월 전에 모르는 사람의 부고 문자를 받고 다운로드를 했는데 웹사이트는 열리지 않은 채 갑자기 화면이 먹통이 됐었다"고 회상했다. 경찰은 A씨가 휴대전화에 보관 중이던 운전면허증 사진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해커들이 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새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은행 앱을 설치한 뒤 계좌에 접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계에 타격을 입은 A씨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 중인데 이런 피해를 입었을 때 마땅히 호소할 수 있는 기관 자체가 없더라"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경찰은 범인을 잡아도 돈을 찾아주는 기관이 아니니 은행에 이의 제기를 하라는 조언만 했다고 한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스미싱 공격은 사용자가 링크를 누르면 악성 코드가 자동 다운로드되는 식으로 이뤄진다"며 "해커가 휴대전화 내 모든 정보를 볼 수 있게 되고, 사진첩에 있는 신분증도 가로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르는 문자의 링크는 클릭하지 말고, 더 근본적으로는 휴대전화에 신분증, 여권, 은행 계좌 등을 캡처해 저장해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례는 디지털 기기에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것의 위험성과 스미싱 공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신분증 사진 하나가 금융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디지털 보안 습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 집 난방 패턴을 AI가 예측…열 손실 막는 '스마트 배관'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치솟는 에너지 비용에 대응하고 입주민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난방 시스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개별난방과 지역난방이라는 각기 다른 공급 방식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개별난방 세대에는 여러 대의 소형 보일러를 병렬로 연결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캐스케이드 보일러' 시스템을, 지역난방 세대에는 인공지능(AI)이 열 공급을 정밀 제어하는 '스마트 통합배관 시스템'을 적용해 연료비 절감과 쾌적한 주거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히 낡은 설비를 교체하는 차원을 넘어, 데이터와 고효율 기술을 기반으로 주거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개별난방 방식의 대안으로 제시된 '캐스케이드 보일러' 시스템은 중앙집중형 관리의 장점과 개별 공급의 효율성을 결합한 차세대 난방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각 세대 내에 보일러를 설치하는 대신, 건물 내 별도의 기계실에 여러 대의 고효율 가스보일러를 집약적으로 설치하고 통합 제어한다. 이를 통해 필요한 만큼의 열만 정확하게 생산 및 공급함으로써 기존 개별난방 방식 대비 약 20% 높은 에너지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세대 내에 보일러실과 연통이 사라지면서 그만큼의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되고, 가스 누출이나 소음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져 주거 안전성과 쾌적성도 크게 향상된다. 특히 일부 보일러가 고장 나더라도 나머지 보일러가 자동으로 운전 용량을 늘려 공백을 메우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난방이 중단될 걱정 없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이 시스템은 올해 신규 사업계획 승인 신청 지구부터 장기 공공임대주택 중 50㎡ 이하, 300가구 이상 규모의 단지를 대상으로 우선 도입된다.지역난방 단지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통합배관 시스템'이 도입되어 에너지 효율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망이다. 기존 지역난방은 난방용과 온수용 배관이 별도로 운영되었지만, 이 새로운 시스템은 두 배관을 하나로 통합해 설비를 단순화하고 열 손실을 줄인다. 시스템의 핵심은 바로 AI의 역할이다. AI가 각 세대의 과거 열 사용 패턴과 실시간 온도, 유량 데이터를 분석해 앞으로의 열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열 공급량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불필요하게 공급되거나 버려지는 열을 최소화함으로써 약 9%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곧바로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 완화로 이어진다. 이 스마트 시스템은 2026년 신규 사업계획 승인 신청 지구부터 설계에 반영되어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이번 난방 시스템 개편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공공주택 입주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LH의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고유가와 기후 변화로 인해 에너지 비용이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기술 투자로 입주민의 연료비 걱정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세대 내 보일러실 제거를 통한 공간 확보, 안정적인 난방 공급, 소음 및 안전 문제 해결 등은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오주헌 LH 공공주택본부장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고품질 주거환경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난방 시스템 혁신이 앞으로 LH가 공급할 공공주택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