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

이재명-이시바 통화 중 '빵 터진'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해외정상 통화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선택한 것은 외교·안보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국익에 부합하는 한일관계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일 협력체계를 유지하며 G7 정상회의 등을 통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약 25분간 이시바 총리와 첫 통화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도 이 틀 안에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시바 총리도 미중 패권경쟁,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등 급변하는 외교 환경에서 한일관계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동의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다음날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과 통화하면서 위안부 합의 문제를 제기하며 강경책을 펼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해법'에 대해서도 "국가 간 관계는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기존 정책 유지 의사를 시사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보다 이시바 총리와 먼저 통화한 것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체계를 근간으로 실용외교를 펼치겠다는 공약이 진정성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중국과 먼저 통화할 경우 '친중 정부'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이를 차단하면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실용주의 외교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시바 총리에 대해 "양국이 진정한 신뢰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는 앞서 이 대통령 취임 축하 메시지를 한글로 전달하기도 했다. 양 정상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 국민 간 활발한 교류와 당국 간 의사소통 강화에 뜻을 모았으며, 향후 직접 만나 한일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으로, 이는 첫 해외 정상외교 무대가 될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는 현재 조율 중이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칠곡 할머니들, 뮤지컬로 돌아온 사연

 경북 칠곡군의 문해교실에서 뒤늦게 글을 깨친 할머니들이 연필 끝에 힘을 주어 써 내려간 삶의 기록들이 다시 한번 서울 도심의 무대를 수놓는다. 다큐멘터리 영화와 에세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창작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초연 당시 주요 뮤지컬 시상식에서 3관왕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이 연극적 여정은 더욱 탄탄해진 캐스팅과 깊어진 감성으로 돌아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재연의 막을 올렸다.이번 공연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가장 큰 무기다. 평생 글을 모르고 살다 여든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적고 시를 짓게 된 할머니들의 실제 경험담이 극 전체를 관통한다. 무대 위 배우들은 할머니들이 꾹꾹 눌러 쓴 시구를 가사 삼아 노래하며,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노년의 삶을 경쾌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낸다. 초연 멤버들이 전원 합류한 가운데 차청화와 김미려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새롭게 가세하여 극의 활력을 더했다.작품의 음악적 특징은 할머니들의 투박한 언어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냈다는 점에 있다. 제작진은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억양과 할머니들이 맞춤법에 서툴게 적어 내려간 표현들을 노래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반갑다'를 '방가따'라고 발음하는 식의 디테일은 할머니들의 삶을 미화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배우들은 이러한 생소한 억양을 익히기 위해 대본에 악보처럼 음의 높낮이를 그려가며 연습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출연 배우들에게도 이번 작품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차청화는 실제 고령의 시할머니를 모시며 느꼈던 감정들을 연기에 투영하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무게감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희극인으로서 대중에게 친숙한 김미려 역시 할머니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유머와 슬픔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배역을 소화해냈다. 배우들의 이러한 진심 어린 접근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연기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공연장 분위기는 여느 뮤지컬과는 사뭇 다르다.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노래로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온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관객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삶의 진실이 주는 힘 때문이다. 연출팀은 이러한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서울 공연 이후 뉴캐스트와 함께 전국 투어를 진행하며 더 많은 지역의 관객들과 할머니들의 시심(詩心)을 공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오는 6월 28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여기도 시, 저기도 시"라고 읊조리던 할머니들의 발견처럼,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 공연은 올여름 가장 따뜻한 위로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들의 서툰 글씨체가 무대 위 조명을 받아 찬란한 노래로 피어나는 광경은 세대를 초월한 모든 이들에게 인생을 '오지게 재밌게'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