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MZ의 새 쇼핑 성지 된 '이곳'..‘케데헌’ 한 방에 매출 폭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열풍이 국립중앙박물관에도 강하게 불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인상 깊게 활용된 한국 전통 문화 요소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박물관의 전통문화 굿즈가 이른바 ‘뮤지엄 굿즈(뮷즈)’로 각광받으며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일 공식 발표를 통해 “‘케데헌’에 등장한 ‘작호도(鵲虎圖)’와 전통 갓 등 한국 고유의 문화 소재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박물관 상품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 상품인 ‘까치 호랑이 배지’, ‘흑립 갓끈 볼펜’ 등은 재입고 직후 즉시 품절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뮤지엄 공식 온라인숍 일평균 방문자 수는 26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달 20일 ‘케데헌’ 개봉 전 하루 평균 6만 명 수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할 때 무려 4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러한 열풍은 단순히 온라인숍에서의 쇼핑 수요에 그치지 않았다. 실제 박물관의 전반적인 운영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매출액은 11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관람객 수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64% 늘어난 270만 명을 기록하며 한류 콘텐츠가 전통문화로 확산되는 추세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글로벌 K-컬쳐 열풍과 함께 세계적인 문화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박물관 중 관람객 수 순위 8위를 차지하며, 특히 외국인 관람객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박물관 측은 “넷플릭스 ‘케데헌’뿐 아니라 방탄소년단 RM의 전시 관람과 같은 영향력 있는 문화 아이콘들의 행보도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RM은 최근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관람한 뒤 조선 초기 화가 이암의 ‘화하구자도’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소개하면서 국내외 팬들의 박물관 방문이 증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박물관 측은 관람객들의 관심에 화답하기 위한 다양한 참여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관람객 중 일일 선착순 50명에게는 인기 굿즈인 ‘까치 호랑이 배지’ 등이 증정된다. 또한 3일부터 24일까지는 ‘케데헌’ 관련 전시 관람 후 인증샷을 개인 SNS에 게시하면 추첨을 통해 10명을 선정, 5만 원 상당의 문화상품 세트(갓 키링 등)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운영된다.

 

문화재나 역사 중심의 전통 이미지에서 탈피해, 이제는 K-팝, K-애니메이션과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경험형 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콘텐츠와 소비자 간의 자연스러운 연결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물관의 굿즈를 통해 일상 속에서 전통을 소비하고 즐기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케데헌’이라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낸 문화적 파급력이 단순한 팬심을 넘어 전통문화 소비 확대와 박물관 산업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현상은 단순한 ‘굿즈 열풍’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휴전 열흘 만에 45명 사망…'피의 보복'에 백악관 최고위급 총출동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위태로운 휴전이 대규모 유혈 사태로 또다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지난 19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수십 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해 팔레스타인인 4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불과 열흘 남짓 유지되던 평화의 불씨가 꺼질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자행된 대전차 미사일 공격으로 군인 2명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하마스는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J D 밴스 부통령과 중동 특사, 사위까지 급파하며 휴전 붕괴를 막기 위한 외교적 총력전에 돌입했다.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긴급 외교전은 사실상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제지하려는 이례적인 압박 조치에 가깝다.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20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을 가진 데 이어, 밴스 부통령까지 직접 이스라엘로 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사태를 빌미로 휴전 합의를 완전히 파기하고 하마스에 대한 전면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 역시 이번 최고위급 인사들의 방문 목적이 휴전의 완전한 파국을 막고 이스라엘을 진정시키는 데 있음을 분명히 했다.하지만 깨진 휴전을 봉합하려는 미국의 노력 앞에는 '하마스 무장해제'라는 거대한 난관이 버티고 있다. 미국이 구상하는 2단계 휴전의 핵심은 가자지구 내 국제안정화군(ISF) 배치와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해제지만, 하마스는 "확답할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하마스는 휴전 기간을 틈타 경쟁 무장세력을 숙청하고 공개 처형까지 자행하며 가자지구 내 지배력을 오히려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타미르 하이만 전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장은 "하마스가 지배력을 회복하면 더 강해질 것이고, 이들을 비무장시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했다.결국 이번 사태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모든 무장단체를 완벽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휴전의 구조적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밴스 부통령 역시 하마스가 약 40개의 세포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중 다수가 휴전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사례처럼 전면전은 피하더라도 소규모 공습과 보복 공격이 반복되는 폭력의 악순환이 가자지구에서 일상화될 수 있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불안한 국지전의 그림자가 가자지구 위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