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보따리로 세계를 감쌌다” 김수자, 프랑스 최고 예술훈장 또 받아


 현대 미술가 김수자가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Officier)를 수훈하며 다시 한 번 국제적인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일, 서울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김 작가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으며 예술적 성취와 문화적 기여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훈장은 프랑스 문화부가 1957년 제정한 것으로,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거나 큰 영향을 미친 인물에게 수여된다. 등급은 슈발리에(Chevalier), 오피시에(Officier), 코망되르(Commandeur) 순으로 나뉘며, 이번 오피시에 훈장은 김 작가가 2017년 받은 슈발리에에 이은 두 번째 수훈이다.

 

수훈식에서 필립 드 페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는 김수자 작가에 대해 “사진, 비디오, 천과 유리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독창적인 작업을 해 온 세계적인 작가”라고 찬사를 보냈다. 특히 김 작가의 대표작인 ‘바느질’ 연작과 이를 발전시킨 ‘보따리’ 작업에 대해 “한국 문화의 상징성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라며 “그의 작업은 단순한 미술을 넘어 한국과 프랑스 양국 문화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김수자는 1957년 대구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초기에는 회화 작업을 하다 1990년대 초부터 거리에서 수집한 헌 옷, 보자기, 이불보 등을 활용한 설치미술로 전환했다. 그녀의 예술 세계는 ‘바느질’과 ‘천’이라는 전통적인 재료를 중심으로 정체성과 이동, 여성성과 고통이라는 복합적 서사를 담아내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베니스 비엔날레(1993), 뉴욕 현대미술관(MoMA), 독일 카셀 도큐멘타, 리옹 비엔날레, 구겐하임 미술관 등 국제 유수 기관에서도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왔다.

 

특히 프랑스와는 오랜 인연이 있다. 1984년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에콜 드 보자르(국립예술학교)에서 석판화를 공부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고, 이후 프랑스 공공 및 사립 미술기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퐁피두 메츠 미술관의 개인전, 메츠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영구 설치 작업, 프와티에 도시 프로젝트 등이 있다.

 

최근에는 2024년 3월부터 9월까지 파리의 피노컬렉션 미술관(부르스 드 코메르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카르트 블랑쉬’(Carte blanche) 형식의 전시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카르트 블랑쉬’는 미술관 측이 작가에게 전시 기획과 설치 전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매우 제한된 작가에게만 부여되는 명예로운 기회다. 이 전시에서 김 작가는 미술관의 상징적 공간인 로툰다 바닥에 418개의 거울을 설치한 ‘호흡’을 비롯해 지하층에는 ‘바늘 여인’, ‘실의 궤적’ 등의 대표작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수훈 소감에서 김수자는 “프랑스는 제게 예술가로서의 시야를 넓히고 실험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특별한 나라”라며 “프랑스 정부와 문화기관의 지속적인 후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이 훈장은 저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준 많은 분들의 몫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수자의 이번 훈장 수훈은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예술계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동시에 '보따리'라는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을 통해 전 세계와 소통하며 국경을 넘어선 예술적 언어를 구축해온 그의 궤적은 앞으로도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댕댕이랑 찜질까지?…4개월 만에 '딴판' 된 진안 명물 호텔의 정체

 전라북도 진안군의 대표 숙박시설 '홍삼빌'이 4개월간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지난 24일 다시 문을 열었다. 이번 재개장은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최신 여행 트렌드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려는 진안군의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침체라는 지방 소도시의 공통된 위기 속에서, 홍삼빌은 숙박시설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지역 관광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다. 이번 변신은 진안의 상징인 마이산과 홍삼이라는 기존 자원에 안주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과감한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펫 프랜들리(Pet-Friendly)' 호텔로의 전환이다. 천만 반려인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즐기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숙박시설을 찾기 어려웠던 현실을 정면으로 파고든 전략이다. 홍삼빌은 각 층마다 반려동물과 함께 편안하게 묵을 수 있는 전용 객실을 마련하여 반려인들의 가장 큰 고민을 해결했다. 이는 단순히 동반 투숙을 허용하는 차원을 넘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이 진안 방문의 핵심적인 동기가 되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다. 군은 이를 통해 새로운 고정 수요층을 확보하고, 이들이 지역에 더 오래 머물며 소비를 유도하는 '체류형 관광'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홍삼빌의 혁신은 반려동물 동반 정책에만 그치지 않는다.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특화 공간 조성 역시 이번 리모델링의 핵심이다. 1층 로비에는 일과 휴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워케이션(Workation) 센터'를 새롭게 마련했다. 이는 원격 근무의 확산과 함께 새로운 관광 형태로 자리 잡은 워케이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호텔 야외에는 마이산의 수려한 풍광을 병풍처럼 두르고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핀란드식 사우나를 설치하여, 방문객에게 단순한 숙박을 넘어선 특별한 휴식과 재충전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홍삼빌이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즐길 거리이자 여행의 목적지가 되겠다는 비전을 명확히 보여준다.정환용 홍삼빌 총지배인은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마이산과 진안의 관광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거점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강한 포부를 밝혔다. 진안군은 홍삼빌의 성공적인 재개장을 시작으로, 인근의 '진안홍삼스파' 역시 내부 수리를 거쳐 2026년 3월경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다. 이는 홍삼빌의 변신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진안군 전체의 관광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청사진의 일부임을 시사한다. 낡은 시설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시대의 흐름을 읽고 과감한 변신을 택한 홍삼빌이 침체된 지역 관광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