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수능 날, 시험장 대신 공장 가던 아이들…대한민국 고3 20%는 왜 ‘투명인간’이 되었나

 수능 D-Day를 알리는 전광판이 켜지고, 수험생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가 사회를 뒤덮는 9월. 하지만 그 익숙한 풍경 속에는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 있다. 전체 고등학교 3학년의 20%를 차지하는 직업계고 학생들이 바로 그들이다. 또래들이 문제집과 씨름할 때, 이들은 교복 대신 작업복을 꺼내 입고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 공장과 사무실로 첫발을 내디딘다. 그러나 '고3'이라는 단어가 가진 상징성에서 비껴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존재와 서사는 너무나 쉽게 우리 사회의 시야 밖으로 밀려난다.

 

최근 개봉한 이란희 감독의 영화 <3학년 2학기>는 바로 그동안 투명인간처럼 여겨졌던 아이들의 삶을 정면으로 스크린에 불러냈다. 영화는 현장실습에 나선 직업계고 학생들의 일상을 묵묵히 따라가며, 그들이 겪는 현실을 가감 없이 비춘다. 이는 기업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쓰고 버려질 수 있는 '따개비 현장실습'의 그늘과, 수능 시험이 치러지는 날 아침 또래들과 다른 방향의 버스를 타고 일터로 향해야 했던 아이들의 쓸쓸한 어깨를 우리 사회가 마주하게 만든다. "왜 우리는 뉴스에 나오지 않나요?"라는 한 학생의 질문은, 33년간 교단에서 이들을 지켜본 교사의 귓가에 여전히 무거운 메아리로 남아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인공지능이 우리 일을 다 뺏어가면 어떡하죠?"라며 불안을 토로하는 아이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능력이 아니라 정당한 기회였고, 학교의 부족함이 아닌 사회의 무관심이 더 큰 문제였다.

 


이러한 사회적 외면과 편견은 더욱 아픈 상처를 남긴다. 은유 작가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서 고발했듯, 이들의 존재는 '잘 모름'으로 치부되기 일쑤이며, 그 무심함이 어떤 비극을 낳았는지는 정주리 감독의 영화 <다음 소희>가 처절하게 증명했다. 영화 속 형사의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라는 절규는 스크린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심장을 겨누는 질문이다. 드라마 속 청춘은 대부분 대학생으로 그려지고, 작업복 입은 청년의 삶은 좀처럼 조명되지 않는 현실. 이러한 무관심의 토양 위에서 아이들의 존엄은 위태롭게 흔들린다.

 

물론 작은 변화의 씨앗은 뿌려지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협약업체와의 면담을 의무화하고, 실습 중 겪는 어려움을 언제든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졸업생 선배들을 초청해 현실적인 조언을 듣는 자리를 만들고,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취업률'이라는 공허한 숫자에 매달리는 대신 '좋은 일자리 진출률'을 목표로 삼고, '취업 준비'가 아닌 '직업 준비'라는 언어로 교육의 방향을 재정립했다. 안전하지 않다면 언제든 학교로 돌아올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자, 아이들의 눈빛도 조금씩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학교의 노력을 넘어 사회 전체가 응답해야 할 때다. "공부 못해서 직업계고 갔다"는 낡고 폭력적인 언어 대신 "기술을 선택했다"는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고, 그들의 성취를 전할 때 '의외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수식어를 떼어내는 작은 노력. 이러한 변화가 모일 때, 교복 대신 작업복을 입은 우리의 아이들은 비로소 교육의 이름 아래 온전한 빛을 되찾을 것이다.

 

전화 한 통에 모든 게 바뀌었다…강백호 한화행의 전말

 KT 위즈의 심장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강백호가 FA 시장에 나와 한화 이글스와 4년 총액 100억 원에 달하는 깜짝 계약을 체결하며 KBO리그 스토브리그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초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던 그의 예상치 못한 국내 잔류 및 이적 소식에 야구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8시즌 동안 그를 응원해 온 KT 팬들은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선수가 하루아침에 라이벌 팀으로 떠난다는 사실에 깊은 상실감과 함께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꿈’ 대신 ‘돈’을 선택한 배신자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빗발치자, 결국 강백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입을 열어 협상 과정의 오해와 진실을 낱낱이 털어놓았다.강백호가 밝힌 이적의 내막은 팬들이 알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장문의 글을 통해 FA 협상이 단 하루 만에 결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는 말 못 할 속사정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그의 첫 번째 선택지는 해외 진출이었으며, 국내에 남게 될 경우 원소속팀 KT에 잔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에이전트도 없이 오직 KT 구단의 제안만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이 열렸음에도 KT 측의 구체적인 다년 계약 제시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미국 출국 날짜가 임박해서야 첫 오퍼가 도착했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강백호는 구단이 정말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구단의 영입 우선순위에서 자신이 밀려났다는 서운함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선수의 마음이 KT로부터 점차 멀어지던 그 시점, 한화 이글스가 적극적으로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한화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샐러리캡 여유분을 확보한 뒤, 팀의 고질적인 약점인 타선 강화를 위해 강백호에게 거액의 베팅을 감행했다. 강백호는 한화로부터 좋은 조건을 제시받은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KT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 했다. 그는 KT 구단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한화의 제안 내용을 설명하며 잔류 의사를 내비쳤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는 그 정도는 맞춰줄 수 없다"는 차가운 한마디였다. 강백호는 이 말을 듣고 큰 실망감을 느꼈으며, 금액의 차이를 떠나 자신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팀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결국 그를 움직인 것은 단순히 액수의 크기가 아닌, 자신을 향한 구단의 존중과 가치 인정이었던 셈이다.결국 강백호는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다시 에이전트를 선임하고 직접 해명에 나서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KT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강조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비록 이제는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지만, 팬들이 보내준 따뜻한 응원과 마음만큼은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겠다고 약속했다. 8년간 몸담았던 팀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강백호는 어디에 있든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남기며, 정들었던 KT 팬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했다. 그의 진심 어린 해명이 차갑게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100억 FA 계약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많은 이들에게 선수와 구단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