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마약은 '음성', 5명은 '석방'… 미궁 속으로 빠지는 캄보디아 송환자 사건

 캄보디아 현지 당국에 의해 구금되었다가 국내로 송환된 한국인 64명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찰청은 지난 18일 아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들 중 5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이와 별개로 이미 구속영장이 집행된 1명을 포함해 총 59명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대규모 송환은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한-캄보디아 사법 공조의 결과물로, 경찰은 송환된 이들을 상대로 범죄 가담 경위와 조직 내 역할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그러나 송환된 64명 전원이 사법 처리의 철퇴를 맞은 것은 아니다. 경찰은 이들 중 4명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비교적 가볍거나 가담 정도가 낮다고 판단하여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석방 조치했다. 또한 주식 투자 사기 혐의를 받던 1명은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되면서 풀려났다. 이로써 총 5명이 송환된 지 이틀 만에 자유의 몸이 되면서, 이들의 석방 배경과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기 조직원 검거를 넘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송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일부 피의자들이 충격적인 진술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조사에 응한 3~4명의 피의자들은 자신들이 사기 조직에 자발적으로 가담한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조직원들로부터 감금당하고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실상 범죄의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였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경찰은 이들의 진술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건은 단순 사기 사건에서 인신매매와 감금, 폭행이 결부된 강력 범죄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경찰은 송환된 64명 전원을 대상으로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했으나 모두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들이 마약 범죄에는 연루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재 경찰은 구속된 피의자들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과 자금 흐름 등 실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는 한편, 일부 피의자들이 제기한 감금 및 폭행 피해 주장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하며 사건의 다각적인 측면을 파헤치고 있다.

 

전기톱 들고 스쿠터로 돌진… 영화처럼 루브르 턴 강도들, 그들이 훔친 것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대담한 강도들의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일요일인 19일 오전, 박물관 개장을 막 준비하던 9시 30분에서 40분 사이,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강도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박물관은 이례적으로 일요일 하루 전체 문을 닫아야 했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라시다 다티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SNS를 통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을 자랑하던 예술의 전당이 대낮에 무장 강도들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프랑스 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범행 수법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 대담했다. 3~4명으로 추정되는 강도단은 소형 전기톱으로 무장한 채 스쿠터를 타고 나타나, 센강 인근의 공사 구역을 통해 감시망을 뚫고 박물관 내부로 잠입했다. 이들은 마치 내부 구조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듯 화물용 리프트를 이용해 곧장 목표 지점인 '아폴론 갤러리'로 향했다. 로랑 누네즈 내무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이 프랑스 왕실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값을 매길 수 없는 보석들을 훔쳐 달아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7분에 불과했다. 철통 보안 시스템을 비웃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벌어진 범행에 박물관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강도들이 노린 아폴론 갤러리는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가장 화려한 공간으로, 프랑스 왕실의 권위와 역사를 상징하는 보석들이 전시된 곳이다. 현지 언론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이번에 도난당한 보석은 나폴레옹과 그의 황후가 사용했던 왕관을 비롯해 목걸이, 브로치 등 총 9점에 달한다. 이 유물들은 단순한 금전적 가치를 넘어 프랑스의 영광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국가적 보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한 해 900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에서, 국가의 자존심과도 같은 유물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사실 루브르 박물관의 도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11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도난당했던 사건은 이미 전설처럼 회자된다. 당시 이탈리아인 범인에 의해 감쪽같이 사라졌던 모나리자는 2년여 만에 되찾았고, 이 사건은 역설적으로 모나리자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더욱 대담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재현된 이번 왕실 보석 강도 사건은 루브르 박물관의 명성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프랑스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과연 사라진 보물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