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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열흘 만에 45명 사망…'피의 보복'에 백악관 최고위급 총출동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위태로운 휴전이 대규모 유혈 사태로 또다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지난 19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수십 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해 팔레스타인인 4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불과 열흘 남짓 유지되던 평화의 불씨가 꺼질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자행된 대전차 미사일 공격으로 군인 2명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하마스는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J D 밴스 부통령과 중동 특사, 사위까지 급파하며 휴전 붕괴를 막기 위한 외교적 총력전에 돌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긴급 외교전은 사실상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제지하려는 이례적인 압박 조치에 가깝다.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20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을 가진 데 이어, 밴스 부통령까지 직접 이스라엘로 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사태를 빌미로 휴전 합의를 완전히 파기하고 하마스에 대한 전면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 역시 이번 최고위급 인사들의 방문 목적이 휴전의 완전한 파국을 막고 이스라엘을 진정시키는 데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깨진 휴전을 봉합하려는 미국의 노력 앞에는 '하마스 무장해제'라는 거대한 난관이 버티고 있다. 미국이 구상하는 2단계 휴전의 핵심은 가자지구 내 국제안정화군(ISF) 배치와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해제지만, 하마스는 "확답할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하마스는 휴전 기간을 틈타 경쟁 무장세력을 숙청하고 공개 처형까지 자행하며 가자지구 내 지배력을 오히려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타미르 하이만 전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장은 "하마스가 지배력을 회복하면 더 강해질 것이고, 이들을 비무장시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모든 무장단체를 완벽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휴전의 구조적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밴스 부통령 역시 하마스가 약 40개의 세포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중 다수가 휴전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사례처럼 전면전은 피하더라도 소규모 공습과 보복 공격이 반복되는 폭력의 악순환이 가자지구에서 일상화될 수 있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불안한 국지전의 그림자가 가자지구 위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시민의 삶이 역사가 되다…인천, '지역유산' 제도 첫발 뗐다

 인천광역시가 시민들의 삶과 기억이 깃든 17곳을 최초의 '인천지역유산'으로 선정하며 문화유산 보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지역유산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배다리 헌책방 골목'과 개항장의 흔적이 서린 '각국 조계지 계단',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신포국제시장', 그리고 인천에서 탄생해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짜장면', 근대 건축물을 개조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인천아트플랫폼'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국가나 시가 지정·등록한 문화유산은 아니지만, 인천의 정체성과 가치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이번 '인천지역유산' 선정은 문화유산의 개념을 기존의 거대하고 오래된 건축물이나 유물 중심에서 벗어나,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과 기억, 손때 묻은 공간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박물관에 박제된 역사가 아닌, 지금도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생활사 그 자체를 소중한 자산으로 인정하겠다는 정책적 의지의 표현이다. 제도 시행의 첫 단추인 만큼 선정 과정 역시 신중하고 다각적으로 진행됐다. 시민 공모를 통해 후보군을 발굴하는 것으로 시작해, 전문기관의 심도 깊은 조사와 연구를 거쳤으며, 인천지역유산위원회가 직접 현지조사와 심의를 통해 역사성, 사회문화적 가치, 상징성, 보존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17건을 확정했다.인천시는 이번에 선정된 지역유산들이 시민들의 자긍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각 유산의 소유주나 관리 단체의 동의를 얻어 '인천지역유산'임을 알리는 인증 표식을 제작·설치하고, 이를 통해 보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힘쓸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명패를 붙이는 것을 넘어, 해당 유산이 지닌 가치를 널리 알리고 다음 세대에도 온전히 전승될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자는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꿴 인천시는 앞으로 시민 참여의 폭을 더욱 넓혀 숨겨진 지역유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단계적으로 목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윤도영 인천시 문화체육국장은 "인천지역유산 제도는 시민의 기억과 일상이 곧 살아있는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강조하며, "이번 첫 선정을 계기로 인천의 지역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유산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