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

"어차피 못 알아듣겠지"…통역 뒤에 숨은 쿠팡, 한국 시장 대놓고 무시하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쿠팡 청문회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았다. 청문회에 출석한 외국인 임원들은 핵심을 벗어난 동문서답으로 일관했으며, 통역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심도 있는 질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특히 사태의 정점에 있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새로 선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임시 대표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자신의 연락처 공개를 거부하는 장면은 쿠팡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소비자들과의 소통 의지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쿠팡의 불성실하고 오만한 태도는 소비자들의 광범위한 분노를 촉발시켰다. 많은 이용자는 외국인 임원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며 깊은 배신감과 무시당했다는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 기업만 호구냐"는 식의 불만은 단순히 감정적인 반응을 넘어, 그동안 국내 기업에 적용되어 온 엄격한 사회적, 법적 책임의 잣대가 왜 쿠팡에는 유독 무르게 적용되느냐는 형평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중대한 사회적 물의가 발생했을 때 기업 총수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수습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온 국내의 기업 문화와 비교되며 쿠팡의 대응은 더욱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악화하는 여론 속에서 정부와 국회 역시 쿠팡을 향한 압박의 강도를 전방위적으로 높이고 있다.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즉각 가동하여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 TF는 쿠팡이 사고와 관련하여 부당한 면책 약관을 적용했는지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유출된 개인정보가 다크웹 등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지 감시하는 등 2차 피해 방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국회에서도 특정 상임위를 넘어 여러 위원회가 참여하는 연석 청문회를 추진하며 쿠팡 경영진을 다시 증인석에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에는 쿠팡이 미국 상장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국내법과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근본적인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쿠팡이 청문회 직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번 사태를 '중대한 사고가 아니다'라고 보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피해자 구제보다는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는 결국 쿠팡이 자신의 정체성을 한국 시장에 뿌리내린 기업이 아닌,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지며, 향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유사 사례에서 중요한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콘서트, R석 7만9천원? "정치냐 장사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추진하는 유료 토크콘서트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좌석 등급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한 티켓 판매 방식이 '지지자 등급화' 및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으로 번지면서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위원장의 토크콘서트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 원내대표는 "한 전 대표가 좌석 등급을 나눠 R석은 7만9천 원, S석은 6만9천 원, A석은 4만5천 원을 받겠다고 한다"며, 이를 "지지자를 좌석 등급으로 매기는 난생처음 보는 해괴한 정치"라고 꼬집었다. 그는 "(좌석 등급을 나눠 요금을 차별화한 것은) 해괴한 한동훈식 등급제 유료정치"라며 "자신을 더 가까이서 보려면 돈을 더 내라는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국민을 향해야 할 정치가 장사로 전락했다"며, 이번 토크콘서트를 "지지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정치 자금을 마련해 보려는 '티켓 장사'"로 규정했다.한 원내대표는 법적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한 전 대표 측은 ‘수익 0원’이라며 법망을 피하려 한다"면서도 "흑자면 정치자금법 위반, 적자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관객으로, 정치에 가격 등급을 매기는 이 오만한 정치 비즈니스를 당장 중단하고 자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민주당 김한나 대변인 역시 같은 날 "실제로 어떤 경로로든 티켓값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거나 유료인 토크콘서트를 공짜로 보는 경우 정치자금법 등 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법적 쟁점을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있었던 토크콘서트 사례를 언급하며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도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논란에 가세했다. 김 최고위원은 "단순 계산으로도 6억 원이 훌쩍 넘는 매출이 발생한다"며, 이 금액이 과연 "순수한 ‘행사 실비’를 위한 책정인지, 아니면 우회적인 자금 모집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치인이 티켓을 팔아 수익을 남기는 행위는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의 경계선상에 있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며, "실제 투입된 비용을 엄격히 정산해 남는 수익을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는 한 이는 ‘기부행위’나 ‘정상 거래를 빙자한 정치자금 수수’라는 법적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한동훈 전 위원장의 토크콘서트를 둘러싼 '유료 정치' 논란은 단순히 티켓 판매 방식을 넘어, 정치 자금 모금의 투명성과 정치인의 대중 소통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 전 위원장 측이 어떤 해명과 대응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