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오늘 주문한 신선식품, 내일부턴 못 받는다?…식탁 위 뒤흔들 '치명적 규제'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붙은 ‘새벽배송 규제’ 논의가 산업계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표면적으로는 특정 업종의 심야 노동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하는 노동 규제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소비자의 생활 패턴부터 국가 공급망, 가격 구조, 시장 질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미 새벽배송이 일부 소비층을 위한 선택적 편의 서비스를 넘어,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 야간 중심의 도시 생활 패턴 변화와 맞물려 없어서는 안 될 ‘국민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한다. 사회 구조가 이미 이 서비스를 전제로 재편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인위적 제약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산업 경쟁력의 구조적 위축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업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점은 규제의 핵심 타겟이 될 것으로 보이는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의 야간 물류 공정 시간대다. 이 시간은 전국의 주문을 취합해 상품을 선별(피킹), 포장(패킹), 검수하고 출고하는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골든타임’이다. 만약 이 핵심 공정이 멈춰 서면 다음 날 아침으로 약속된 배송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며, 특히 신선도가 생명인 콜드체인 품목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채소, 신선 정육, 수산물, 유제품 등은 입고 즉시 신속하게 분류, 포장되어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상품성이 보존된다. 야간 작업 시간이 줄어들면 상품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폐기량이 급증하고 이는 고스란히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유통 가능한 품목이 축소되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가격이 인상되는 연쇄 충격이 불가피한 구조다.

 


새벽배송에 대한 인위적인 제약은 단순히 배송이 하루 늦춰지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 한국 유통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는다. 이미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구조의 성장세를 압도하며 유통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새벽배송은 이러한 온라인 장보기 생태계의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이 고리를 끊어낼 경우, ‘소비 트렌드 → 구매 패턴 → 재고 관리 전략 → 공급망 설계 → 유통 가격 구조’에 이르는 전체 사슬이 일제히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책의 목표인 심야 노동 환경 개선이라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산업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전면 제한’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속도 조절은 가능할지언정, 인위적인 중단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 사안을 단순한 업종 규제가 아닌 ‘국가 공급망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 안전, 산업 경쟁력, 소비자 편익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복잡한 문제인 만큼, 일률적인 규제라는 단편적인 해법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신 정부, 산업계, 소비자가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단계적 적용, 업종별 차등 설계, 신선식품 등 필수 품목에 대한 예외 규정 마련, 자동화 등 디지털 물류 투자 확대, 야간근로 보호 표준화 모델 수립과 같은 다각적이고 균형 잡힌 ‘리셋’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책 취지만을 앞세운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제한은 오프라인으로의 회귀가 아닌 디지털 전환의 역행을 초래하며, 결국 생활 불편과 가격 불안이라는 청구서를 국민 모두에게 떠넘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달러 사지 마!"… 정부, 환율 급등하자 결국 '최대 고래' 국민연금에 SOS

 외환시장의 ‘슈퍼 을(乙)’로 불리던 외환당국이 결국 ‘최대 큰손’ 국민연금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다. 기획재정부는 24일,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과 함께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연금의 수익성과 시장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급등하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쏟아부어도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자, 달러 수요의 최대 원천인 국민연금을 직접 압박해 환율 안정을 꾀하려는 정부의 다급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 ‘SOS’를 친 셈이다.이번 4자 협의체의 핵심 의제는 단연 국민연금의 막대한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이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주식 및 채권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대규모 거래를 지속적으로 일으켰고, 이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환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시장의 수급 논리상 ‘달러를 사는 자’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데, 그 규모가 정부의 개입 물량을 압도할 정도에 이르자 더는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달러를 푸는 동안, 국민연금은 투자를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되는 상황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시장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해법은 국민연금의 ‘환헤지(Hedge)’ 비율을 인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재 환율로 투자 자금의 가치를 고정하는 금융기법이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위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직접 사들이는 대신, 선물환 계약 등을 통해 조달하게 되면 당장의 현물환 수요를 줄여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조 원을 해외에 투자할 때, 이를 전액 시장에서 달러로 바꾸는 대신 선물환 계약을 통해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환율로 달러를 확보하는 식이다. 이는 외환당국 입장에서 시장 개입을 위한 실탄(외환보유고)을 아끼면서도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로 여겨진다.하지만 이러한 해법은 국민의 노후자산 수익률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환헤지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향후 환율이 상승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환차익’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즉, 단기적인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 전체의 장기적인 노후 소득을 깎아 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환율 안정’이라는 공익과 ‘연금 수익률 극대화’라는 국민연금의 설립 목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정부의 입김에 따라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좌우될 경우,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이번 4자 협의체의 결정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