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고기 구워 먹고 SNS 자랑…불법 캠핑족에 '똥밭' 된 제주 오름

 제주도의 신비로운 언덕, '오름'이 일부 몰지각한 캠핑족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노꼬메오름은 야간 경관이 아름답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불법 야영객들의 성지로 전락했다. 최근 자신을 지역 주민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제주도청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오름 정상에서 버젓이 텐트를 치고 밤새 술을 마시거나 고기를 구워 먹는 사람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심각성을 고발했다. 그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불을 사용하는 경우도 목격했다며, 자칫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화장실도 없는 곳에서 용변은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다.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의 캠핑이나 취사 행위는 자연환경보전법과 산림보호법에 따라 명백히 금지된 불법 행위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꼬메오름 정상의 불법 야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심지어 한밤중에 교향곡을 틀어놓고 성악 연습을 하는 황당한 경우까지 있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근 작은노꼬메오름 주변에서는 자전거나 오토바이, 심지어 말을 타는 사람들이 편백숲과 유서 깊은 상잣길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어, 사람 외의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판 설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정 당국의 대응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올해만 큰노꼬메오름을 20회 이상 올랐다는 한 도민은 지난 10월, 불법 야영객이 너무 많아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일부 야영객들은 자신들의 불법 행위를 담은 사진을 보란 듯이 SNS에 자랑처럼 올리고 있어, 애초에 무엇이 잘못된 행위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분노한 누리꾼들은 SNS 아이디를 추적해서라도 반드시 범칙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도민들의 원성이 빗발치자 제주도청은 뒤늦게 불법 캠핑 단속 강화 방침을 내놓았다. 도 관계자는 노꼬메오름을 포함한 모든 오름에서의 캠핑과 취사 행위는 불법임을 재차 강조하며, 현장에서 적발될 경우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의 자연유산을 지키기 위한 행정 당국의 이번 약속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단속과 처벌로 이어질지, 도민 사회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잘나가던 금리 인하, '집값'과 '환율'에 발목 잡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7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유지해왔던 '금리 인하'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거두어들였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인하 자체를 기정사실로 했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향후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이전보다 훨씬 신중하고 긴축적인 입장으로의 선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이번 금통위의 입장 변화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의 핵심 문구가 수정된 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금리 인하를 시작한 이래 줄곧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인하 방향성을 분명히 해왔다. 또한 향후 고려 사항으로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언급하며, 인하 자체는 예정된 수순이고 시점과 폭만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결정문에서는 '인하 기조'라는 단어가 '인하 가능성'이라는 유보적인 표현으로 대체되었고, 결정 사항 역시 '시기와 속도'가 아닌 '여부 및 시기'로 변경됐다. 추가 금리 인하의 실행 '여부'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명백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로 해석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역시 이러한 기류 변화를 뒷받침했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됐지만 향후 경로에 상·하방 위험요인이 모두 잠재해 있다"고 전제한 뒤, "부동산 시장의 높은 가격 상승 기대,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금리 인하 행진의 '일시정지' 또는 '종료'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이처럼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톤을 조절한 배경에는 예상보다 견조한 경제 지표와 여전히 불안한 금융 시장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 1.8%로 지난 8월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올해와 내년 모두 2.1%로 높여 잡았다. 경기가 예상보다 선방하고 물가 상승 압력도 여전한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과 집값 불안이라는 금융안정 리스크까지 떠안으면서 서둘러 금리를 추가로 내릴 명분이 줄어들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