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알라딘'부터 '위키드'까지…올해 당신이 놓친 대작들

2025년 한국 뮤지컬계는 그야말로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완성도 높은 창작 뮤지컬들이 대거 등장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는 단순히 'K-컬처'의 한 부분이 아닌, 'K-뮤지컬'이라는 독립적인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때 침체되었던 공연의 거리 대학로 역시 대극장 중심의 관람 문화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독창적인 중소극장 창작 뮤지컬에 눈을 돌린 관객들로 인해 완연한 봄을 맞았다. 이러한 활기는 단순한 공연계의 부흥을 넘어 유튜브, 굿즈, 네컷사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파생되며 뮤지컬을 모든 국민이 즐기는 친숙한 여가 생활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2025년 상반기 뮤지컬 시장은 티켓 판매액 약 2376억 원, 예매 수 약 400만 매를 기록하며 전체 공연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공연 회차는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하며 양적 팽창을 이뤘다.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의 위상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관객 수는 이미 브로드웨이의 절반을 넘어섰고, 웨스트엔드의 45% 수준에 육박했다. 다만, 평균 14만 원대의 브로드웨이나 11만 원대의 웨스트엔드와 비교해 한국의 평균 티켓 가격은 약 6만 원 수준으로, 전체 판매액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이 때문에 고가의 티켓 가격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많은 공연이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어 정보 검색을 통해 '반값' 관람의 기회를 잡는 것도 가능해졌다.

 


관객층의 확대 역시 2025년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중소극장에서는 특정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과 마니아층이 여전히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이들은 일반 관객보다 6배 이상 많은 부가 상품을 구매하며 산업의 또 다른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제 뮤지컬은 더 이상 '뮤덕'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대중성을 앞세운 대극장에서는 커플이나 가족 단위의 관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알라딘', '위키드' 같은 인기 라이선스 작품과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 그리고 대중에게 친숙한 스타 배우들의 출연이 데이트나 효도 관람 수요를 이끌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흥행작의 풍년이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가장 사랑받은 작품은 디즈니 뮤지컬 '알라딘' 서울 공연이었으며, 13년 만에 돌아온 '위키드' 오리지널 공연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팬텀', '지킬앤하이드', '물랑루즈', '데스노트', '맘마미아' 등 굵직한 작품들이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티켓팅 전쟁'을 일으켰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2026년 한국 뮤지컬계는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역대 최다 작품이 출품된 '한국뮤지컬어워즈'와 한국 뮤지컬 출범 60주년을 기념해 신설되는 '백상예술대상' 뮤지컬 부문은 K-뮤지컬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8370억원 손배소 승소…영풍은 항소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이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기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내린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약 8370억원의 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사는 회사 경영에 관한 재량권을 가지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과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법원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결정이 이 같은 경영 판단의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들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이사들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와 제한을 준수하고 외부 법률 자문 등을 검토했으며, 일정 수준의 할증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이 현저하게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법이나 회사 정관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규정된 배당가능이익과 관련해서도 영풍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며,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 한도 내에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총규모를 제한하는 것이지, 취득 자금이 어떤 회계 항목에서 마련됐는지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에 특정 재원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을 할 때 특정 목적의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규정을 자기주식 취득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따라서 해당 재원을 자기주식 매입에 활용한 것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이번 소송은 영풍이 2024년 11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했다. 영풍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하는 절차다. 소송에서 주주 측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돌아간다.영풍이 문제 삼은 것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였다. 영풍 측은 주당 약 56만원 수준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공개매수해 총 204만30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의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결정한 이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양측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려아연은 이날 별도로 진행된 한화 지분 매각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고려아연은 두 건의 판결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한화 지분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영풍과 MBK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송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고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은 상급심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일단락된 듯 보였던 손해배상 분쟁은 항소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사회가 내린 주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 결정 당시 이사들이 관련 법령과 절차를 검토하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영풍·MBK 측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이사들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