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기름값 2천원 시대, 정부가 30년 만에 칼을 빼 들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정부가 치솟는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30년 만에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 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하여 유가 안정에 나선다.

 

이번 조치는 중동발 위기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천 원 선을 위협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나온 결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과도하게 오른 석유 제품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고가격 제도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정책의 핵심은 최종 판매처인 주유소가 아닌, 가격 형성의 출발점인 정유사의 공급가를 통제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에 일정 수준의 마진만을 더해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길 수 있는 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는 유통 과정의 첫 단계부터 가격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가격 통제가 불러올 수 있는 가장 큰 부작용인 '공급 대란'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정유사들이 가격 상한제를 피해 물량을 수출로 돌리거나 출고를 조절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매점매석 고시'를 활용해 생산량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국내 시장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유업계의 손실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전해줄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수립 중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와 소비자 직접 지원 카드까지 검토하며 유가 급등에 따른 민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공급망 왜곡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나온다. 정유사가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될 경우 국내 공급을 기피할 수 있으며, 손실 보전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7년 부은 청약통장 깼다”…2030의 현실

서울 주요 지역의 높은 분양가와 청약 경쟁에 부담을 느낀 2030세대가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다른 자산 마련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내 집 마련을 위한 필수 수단으로 여겨졌던 청약통장의 실효성에 대한 청년층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31)는 최근 7년 동안 매달 10만원씩 납입해온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해지했다. 청약 가점을 꾸준히 쌓았지만 서울 주요 지역에서 33평형 아파트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어서는 상황을 보면서 청약 당첨 이후에도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김씨는 가점제 중심의 청약제도에서는 20~30대 초반이 당첨되기 어렵고, 당첨되더라도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 이자 등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통장을 유지하기보다 종잣돈을 마련하는 데 자금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는 2574만52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만275명 감소한 규모다.올해 들어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지난해 말 2618만4107명이었던 가입자 수는 8월까지 44만3583명 줄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의 감소 폭보다 이미 14만명 이상 많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청약 가점이 낮은 2030세대의 이탈이 전체 가입자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청년층의 자금이 다른 투자 수단으로 향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030세대의 증권 계좌 개설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배당주와 미국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ETF, 테마형 종목 등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부동산 시장에서도 청약 대신 직접 주택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대단지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기보다 서울과 수도권 역세권의 소형 빌라와 오피스텔, 소규모 아파트 등을 직접 매수하는 방식이다.한국부동산원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에서는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 30대 이하 매수 비중이 전체의 35~40%를 웃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형 아파트를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층이 보유 현금과 대출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청약 이탈이 단순히 투자 방식이 바뀌는 문제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안정적인 주거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면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청년들이 청약을 포기하는 것은 장기적인 주거 안정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높아진 분양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청년 대상 특별공급을 확대하고 실수요자가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청약 기피와 주거 사다리 약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