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LG는 택배로 보냈는데..." SK텔레콤, 해킹 피해자에게 '대리점 방문' 강요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확산되면서 유심(USIM) 교체를 원하는 가입자들이 전국 대리점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대리점 방문 필수 정책과 유심 재고 부족으로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택배 발송과 위약금 면제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해킹으로 유출된 SK텔레콤 정보가 최대 9.7GB에 달한다고 밝히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SK텔레콤은 하루빨리 더 많은 유심을 확보해 택배 운송 등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번호이동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위약금 면제 등 실질적 피해 구제 대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도 28일 공동 성명을 통해 "각 가정에 유심 카드를 직접 택배로 신속히 발송하고, 방문이 어려운 고객도 빠짐없이 교체받을 수 있도록 '찾아가는 교체·택배 교체' 체계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번호 이동을 희망하는 피해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위약금 부담 때문에 이동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모든 가입자에게 위약금 없는 자유로운 번호 이동을 즉각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번 해킹이 "단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정보 주권과 통신 생태계 신뢰 전체를 흔드는 국가적 위기"라고 규정하며, SK텔레콤과 정부에 국민 불안 해소와 실질적 피해 구제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와 전면적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현재 SK텔레콤은 28일부터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가입자가 직접 대리점을 방문해야만 교체가 가능한 상황이다. 더욱이 유심 재고 부족으로 많은 가입자들이 대리점을 찾았다가 헛걸음만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엑스(X)에 "피해를 내가 봤는데 왜 내가 예약 신청해서 시간을 내서 대리점을 방문해야 되냐"며 택배 발송 방식을 요구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통신사에 이렇게 큰 잘못이 생기면 위약금 없이 약정을 해지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많은 이용자들은 2023년 LG유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 택배 발송 신청을 받았던 전례를 언급하며, SK텔레콤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피해자인 자신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대리점을 방문해야 하는 현 상황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보다 적극적인 피해 구제책을 요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해킹 사태는 단순한 기업의 보안 문제를 넘어 국가적 정보보안 위기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의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대비? 정부, 러시아 지렛대로 북핵 돌파구 모색

 정부가 러시아와의 외교적 교착 상태를 깨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물밑 접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외교부의 북핵 담당 고위 당국자가 러시아 모스크바를 극비리에 방문해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외무부 북핵담당특임대사를 포함한 러시아 측 인사들과 만나 한반도 현안을 논의한 것이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로 양국 관계가 급격히 경색된 이후 약 1년여 만에 이루어진 첫 북핵 당국자 간의 공식적인 대면 협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는 지난 9월 한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성된 대화 재개의 분위기를 구체적인 실무 협의로 이어가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로 해석된다.이번 방러에 외교부 내 유라시아 담당이 아닌 북핵 담당자가 나섰다는 점은 현 정부의 대러시아 외교 전략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는 양국 간에 복잡하게 얽힌 현안들 대신,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우선적으로 내세워 경색된 관계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러시아 역시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파고들어, 북핵 문제를 고리로 양국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 채널을 정상화하려는 다각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양국 모두에게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다.특히 이번 접촉은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미묘한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쟁이 끝나면 국제 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며, 이에 따른 외교 지형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한반도 문제에 있어 러시아의 영향력을 재평가하고, 향후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하며 선제적인 외교 공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정하고, 향후 북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러시아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유연한 외교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궁극적으로 이번 방러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다목적 카드다. 현재 정부가 추진을 예고한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END 구상'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북한과 전례 없이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는 현재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따라서 러시아의 협조나 최소한의 묵인 없이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이번 비밀 접촉의 가장 핵심적인 배경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러시아와의 소통을 통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