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SKT 유심 해킹' 법적 대응 본격화..“기업 책임 물을 것”

 SK텔레콤(SKT)의 유심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법적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사건은 해커가 SKT의 유심 정보를 탈취한 것으로, 유출된 정보에는 가입자 식별 정보(IMSI), 유심 비밀키(K) 등 고위험 인증 정보가 포함돼 있어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로 인해 금융사기, 명의도용 등 다양한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며, 집단소송을 통해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로피드법률사무소는 SKT를 상대로 1인당 50만 원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지급명령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지급명령은 민사분쟁 해결 절차 중 하나로, 빠르고 간편한 방법으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신청은 본격적인 집단소송을 앞두고 증거 확보와 소송 전략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이뤄졌다.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여러 집단소송 전문 로펌들은 피해자 모집을 시작하고 소송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법무법인 대륜은 5월 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SKT에 대한 형사 고소·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를 중심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려 해킹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고 있으며, 사이버 수사 전문 인력을 활용해 집중적인 수사를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유심 정보가 해커에게 넘어가면 단순한 통신 장애를 넘어 명의도용, 금융사기 등 2차 피해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SKT 유심 해킹 집단소송방’, ‘피해자 소통방’ 등의 오픈채팅방을 통해 자발적으로 조직화가 이뤄졌으며, 일부 피해자는 통신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되거나 가족 명의로 의심스러운 계정이 생성되는 등의 이상 징후를 겪었다고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조정제도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킨 배경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 제도는 피해자 모집과 조정안 도출까지는 가능하지만, 기업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머지포인트 사태'에서 피해자들이 한국소비자원의 조정 절차를 거쳤지만, 운영사의 조정안 거부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황이 되어 피해자들은 결국 개별 소송을 통해 일부 구제 판결을 받았다. 이와 같은 전례가 SKT 유심 해킹 사건 피해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었고,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었다.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유출된 정보 중 유심 복제에 사용될 수 있는 고위험 인증 정보가 포함됐다고 주장하며, 이는 금융사기와 명의도용 등의 2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이라고 밝혔다. 또한, SKT가 해킹 사실을 인지한 후 24시간 이내 신고 의무를 위반하고, 약 45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부에 신고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해킹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신고하고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SKT는 사고를 인지한 지 10일 이상 지나서야 고객에게 형식적인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하 변호사는 또한 고객들이 사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였으며, SKT가 고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출된 정보가 민감하며, 2차 피해의 가능성에 대한 정신적 손해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대포폰 개통, 금융사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 속에서 일상생활이 위협받고 있으며, 유심 교체와 인증 중단, 본인 확인 불가 등의 불편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는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SKT는 이번 유심 해킹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유영상 SKT 대표는 국회 청문회에서 초기 대응 미숙을 사과하며, 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라고 인정했다. SKT는 유심 보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며, 5월 말까지 500만 개의 유심을 교체할 예정이고, 6월 14일부터 해외 로밍 중에도 유심 보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 업그레이드를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향후 본격적인 집단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피해자들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계속해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사업자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이행했는지 여부가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유심 정보는 신원 인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보로, 유출될 경우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으며, 향후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기꾼이 주무른 제주 선거, 직원 강제 동원

 제주 지역 아파트 시행사 대표의 대규모 투자 사기 사건이 단순 경제 범죄를 넘어 지역 정가를 정조준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제주시 H아파트의 실질적 운영자인 이 모 씨가 과거 수년간 유력 정치인들의 선거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공직자들에게 부적절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제주 특유의 연고주의인 '궨당 문화'가 권력 유착의 통로로 악용되었다는 비판 속에 도민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수사 당국과 피해자 대책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대선 경선과 지방선거 당시 특정 후보들을 위해 조직적인 지원 활동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시행사 직원들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압박하는 방식으로 수백 장의 입당원서를 확보해 문대림 의원과 오영훈 전 지사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직원들은 회사가 정상적인 업무 공간이 아닌 특정 정당의 선거 캠프처럼 운영되었다고 증언하며 강압적인 분위기를 폭로했다.특히 오영훈 전 지사 측과의 유착 정황은 구체적인 물증과 함께 제시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의 마지막 총력 유세가 이 씨 소유의 모델하우스 부지에서 진행된 점이 핵심 쟁점이다. 해당 부지는 계약상 용도 외 사용이 금지된 곳이었으나, 이 씨가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대해 오 전 지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고 있으나, 부지 제공의 대가성 여부를 두고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현직 국회의원인 문대림 의원 역시 이 씨와의 친분설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이 씨가 평소 문 의원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라고 주변에 과시해 왔다는 증언이 나오면서다. 문 의원 측은 자발적인 지지자의 활동이었을 뿐 사적인 골프 회동이나 부적절한 청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과거 모델하우스 행사 참석 등 이 씨와의 잦은 접촉이 확인되면서, 지역 유력 정치인으로서 검증되지 않은 인물과 밀착 행보를 보였다는 책임론이 거세다.공직 사회의 기강 해이를 보여주는 유흥주점 접대 의혹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피해자 대책위가 공개한 영수증에는 오 전 지사 취임 전후 시기에 비서진들이 수백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비서관급 인사가 이 씨에게 외자 유치와 관련된 중국계 자본가를 연결해 주는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심까지 더해졌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일탈을 넘어 도정의 핵심 인력들이 개발업자의 민원 해결사 노릇을 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이 씨의 화려한 범죄 전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도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20여 건의 전과를 보유한 인물이 집행유예 기간에 공적 기구에서 활동한 것은 지역 정당과 의회의 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되었음을 방증한다. 현재 위성곤 도지사가 청렴감찰단을 통한 자체 조사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경찰은 이 씨의 횡령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흐름을 정밀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