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으로 지도부 '증발'한 혁신당, '구원투수' 조국의 귀환은 독이 든 성배인가?

서왕진 원내대표는 "당 내외의 역량을 총결집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 당을 전면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이번 추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조 원장이 현시점에 전면에 나서는 것이 여러 정치적 부담과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의 핵심 창당 주역으로서 현재의 어려움을 책임지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 올바른 역할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고 밝혀, 위기 수습의 중책을 조 원장에게 맡기기로 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결정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주말 김선민 당 대표 직무대행을 포함한 최고위원단이 당내 성폭력 사건 대응 부실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하면서 빚어진 리더십 공백 사태다. 피해자인 강미정 전 대변인 등은 당 지도부가 피해자 구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로 2차 가해를 자행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이로 인해 혁신당은 창당 이후 최대의 윤리적,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이처럼 당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조 원장의 조기 등판은 당의 위기를 서둘러 수습하고 분열된 당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조 원장 역시 지난주 자신의 SNS를 통해 성폭력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무관용의 원칙에 따른 엄중한 처벌과 피해자의 온전한 회복을 위한 제도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조 원장이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가장 큰 걸림돌은 피해자의 시선이다. 강 전 대변인은 과거 수감 중이던 조 원장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별다른 답변이나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조 원장이 당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자와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피해 구제 조치를 내놓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서 원내대표는 "조 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서 피해자를 직접 만나 위로하고, 당으로 복귀할 수 있는 후속 조치 등을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조 원장의 비대위원장 임명은 오는 11일 당무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이후 11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성폭력 스캔들이라는 암초를 만난 혁신당의 선장으로 다시 호출된 조 원장이 당의 명운이 걸린 이번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의 모든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